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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03. 2021

코로나19 델타 변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까?

CDC의 공포 마케팅, 우리나라에서는 역효과만 불러올 뿐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감염 확산이 거세지고 있는 미국 CDC가 무서운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델타 변이는 수두처럼 쉽게 번지고, 흔하지 않지만 돌파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며,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다는 것이죠.

따라서, CDC는 "게임의 양상이 바뀌었다"라고 경고를 하며, 유일한 답은 중증 질환이나 사망 위험을 10배 이상 줄이고 감염 위험을 3배 이상 감소시키는 백신 접종이라고 주장하며 실내 마스크 착용과 함께 모두가 백신 접종을 빠르게 받을 것을 촉구했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고, 이제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한편, 스웨덴 공공보건국의 국가 역학자 Anders Tegnell이 Aftonblaget과의 인터뷰에서 CDC의 보고서에 "우리가 지금까지 모르는 내용이 많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det är mycket vi inte vet och vi ska inte dra för långtgående slutsatser.)"는 의견을 말하며 CDC와 배치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아가, Anders Tegnell은 스웨덴 통신사 TT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또한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을 겪었지만 미국과 같은 극적인 확산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부국가역학자 Karin Tegmark Wisell은 공공보건국 보도자료를 통해 "델타 변이가 하나의 백신으로는 약간 더 쉽게 감염되지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공공보건국 국가역학자 안데스 테그넬(우), 부국가역학자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좌

스웨덴 공공보건국(Folkhälsomyndigheten)과 미국 CDC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델타 변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얼핏 봤을 때, 공공보건국보다 미국 CDC가 훨씬 더 권위 있는 기관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따라서 공공보건국보다는 CDC의 말이 더 사실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나, 아래 네 그림을 본다면, CDC보다는 공공보건국의 말이 사실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델타 변이가 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정도로 급증하던 인도에서 "바깥에서 스치기만 해도 감염된다"는, 감염 확산으로 인한 의료체계의 포화를 막기 위해 다소 과장된 발언을 내놓은 것처럼,

("야외에서 스치기만 해도 감염"이 사실이라면 감염에 더 취약한 실내의 식당이나 카페에서의 감염은 피할 수 없고, 엄청난 감염은 필연적으로 의료체계의 붕괴를 야기합니다. 코로나19는 이제 흑사병 수준이 되고, 그렇다면 코로나를 막는 것이 곧 공공보건의 이익이므로 지금부터 종식 때까지 봉쇄해야만 합니다.)


미국이 이번에 한 말 또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기 위한 엄살의 일환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은데요,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왼쪽) 인구당 코로나 확진자 추이, (오른쪽)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 추이
(왼쪽) 델타 변이체 점유율, (오른쪽) 단기 사망률



델타 변이는 감염 확산이 더 쉽지만, 델타만으로는 미국의 감염 확산을 설명할 수 없다


먼저, 왼쪽 위의 기간별 확진자와 왼쪽 아래의 델타 변이체 점유율을 먼저 보겠습니다.

추가로, 더 쉽게 보기 위해 델타 변이의 확산과 감염의 확산 곡선을 2020년 12월 20일부터 2021년 8월 1일까지로 겹쳐 보도록 하죠.

명확한 선이 감염 곡선, 스프레이 효과가 있는 것이 델타 변이체 비중 곡선입니다. 델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감염도 높아지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델타 변이 지배율이 50% 가량을 차지하는 것을 제외하면, 미국, 영국, 스웨덴, 인도는 이미 대부분의 감염이 델타 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델타 변이의 확산 이후 각국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영국은 델타 변이의 비중이 증가함과 동시에 코로나 확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자유의 날" 이후로 오히려 확진자가 감소하는 이상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백신 접종의 효과 덕분인지,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최고점은 오히려 작년 백신 접종 비율이 낮았던 시기 알파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최고점보다 낮습니다.

(알파변이의 최고점은 100만명 당 800명 이상이고, 델타 변이의 최고점은 800명 아래입니다.)


다음으로 스웨덴을 볼까요? 스웨덴은 델타 변이 확산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긴 시간동안 정체했으며, 최근에 와서야 낮은 수준에서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우려하는 바와 같이 델타 변이 확산 증가와 함께 확진자가 대량으로 증가한 것이 보입니다. 델타가 적어도 미국의 감염 확산에는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한국 또한 델타 변이의 확산에 따라 감염의 확산이 조금 올라와 있는 상태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델타 변이가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도 또한 최근 이상하게도 감염의 확산이 다시 꺾여버렸습니다.

영국과 달리 인도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이미 자연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이룬 걸까요?


한편 스웨덴과 미국은 델타 변이체의 비중이 거의 유사한 추세를 보이지만 감염의 확산은 다른 추세를 보입니다. 즉, 미국이 왜 최근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델타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네요.

(미국의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 등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이, 스웨덴은 애초부터 혼잡 시간대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 지침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감염 상황이 안정되며 최근 계속해서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다섯 개 나라의 통계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을 정리해보면, 델타로 인해 감염의 확산이 조금 더 커지는 경향은 있지만,

미국이 경고하는 바와 같이 "수두처럼 번진다"는 수준까지는 아닐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 확진자 수는 중요한 지표는 아닙니다만, 만약 "수두처럼 확산"된다면 확진자 수가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의료체계 포화로 피할 수 있는 죽음의 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수두처럼 확산"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확진자 수 또한 볼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확진자 수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델타 변이가 더 치명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 수두처럼 번진다는 거짓이지만, 더 치명적이라는 말은 사실일까요?


이번에는 위 4개 그림 중 오른쪽 위의 기간별 사망자와 오른쪽 아래의 단기 사망률을 보겠습니다.

(* 단기 사망률: 환자가 확진으로부터 10일만에 사망하는 것을 가정하고, 7일 평균 사망자 수에 10일 전의 7일 평균 확진자 수를 이용해 추론한 사망률)


기간별 사망자 표 또한 더 쉬운 비교를 위해 델타 변이 비중과 중첩해서 보도록 하죠.

(*참고: 6월 중순 스웨덴의 사망률이 3%중반~0%로 계속해서 튀는데요, 해당 기간동안 스웨덴 공공보건국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SmiNet이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탈취 우려로 일시 중단되어 실제 확진/사망과 데이터 입력 시기에 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6월동안 스웨덴의 데이터는 무시하겠습니다.)

델타와 사망의 연관성은 여러 외부요인 때문에 델타확산 초기의 인도를 제외하고 경향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듯이, 초기 델타가 확산하던 인도를 제외하고는 델타 변이가 사망의 증가에 끼치는 유의한 영향이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7월의 스웨덴은 델타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수가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 안착해버렸습니다.

(물론 한국은 계속해서 바닥에 있었고, 지금도 스웨덴과 비슷한 수준으로 바닥에 있습니다.)


물론 델타로 인한 감염 확산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최근 들어 사망자 수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합니다만,


델타 변이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단기사망률은 미국을 포함하여 고령층 백신 접종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된 영국/스웨덴/한국 모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이를 보고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 델타가 감염병 발달의 정석, 즉 "사망률은 낮아지고 전파율을 높이는" 방향을 따라간다는 것 또한 증거가 없으며, 델타가 감염 확산을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확진자가 많아짐에 따라 사망자도 일부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 이는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같은 치명률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망자가 일부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치명률 자체가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의 경우 단기사망률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이 또한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의료체계 마비로 "피할 수 있던 죽음"의 영향을 고려해서 보아야 합니다.

즉, 죽음의 원인은 의료체계 포화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 때문이지, 델타가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델타가 치명률이 높다"라고 확실히 말하기에는 백신 접종률, 확진자 급증에 따른 의료체계 마비 등 다양한 변수가 너무 많으므로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아닐 확률이 높다" 정도로 결론을 짓는 것이 바람직니다. "훨씬 치명적이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일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고령층 백신 접종을 가속화해야 하는 이유, 미국에서 볼 수 있다


그럼, 통계를 통해 뒷받침할 수 없는 주장을 미국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미국의 낮은(?) 백신접종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 네 개의 그림을 볼까요?

(좌) 미국의 연령별 백신접종률 (출처: CDC), (우) 스웨덴의 연령별 백신접종률 (출처: svt)
(좌) 영국의 연령별 백신접종률 (출처: BBC), (우) 한국의 연령별 백신접종률 (출처: 뉴시스)


코로나는 연령별로 사망률이 다릅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젊은 층에게는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지나가는 반면, 고령층의 경우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죠.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의 최우선순위는 고령층에 있어야만 하고, 이것이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전략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 젊은 층에 백신을 먼저 접종하자는 주장은 감기 환자 줄이기 위해 사망자를 늘리자는 말과 다름 없는 비윤리적 주장입니다. 또한, 이 윤리적 주장의 범위를 조금 넓히면 우리 사회의 젊은 층보다 저개발층의 노인들을 먼저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제로 그런 주장이 나오고도 있지만, 지금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집단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백신이 없어 고위험군인 의료진과 고령층에게도 접종을 못하고 있는 저개발국은 위험이 극히 낮은 어린이에게도 백신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부스터샷" 접종을 운운하는 선진국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70% 가까이가 1차 접종을 마치고, 절반 가까이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 고령층의 백신접종률은 충격적이게도 한국보다 낮습니다.

(한국은 1차 접종률이 약 40%, 2차 접종률이 약 15%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미국과 비슷한 스웨덴이나, 미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더 높은 영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고령층 백신접종률은 더욱 초라해집니다.


그리고 고령층의 낮은 접종률은, 앞서 델타변이로 인해 비슷한 감염 확산을 겪은 영국과 미국이 왜 사망자 수에서 서로 다른 추세를 보이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즉, 영국은 델타 변이가 더 치명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델타 변이의 높은 감염성 때문에 확진자가 크게 커져도 백신으로 보호받는 고령층과, 원래 가볍게 지나가는 젊은층(백신효과로 가볍게 지나갈 가능성은 더 커지겠죠.)으로 사망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반면,

고령층 접종률이 낮은 미국은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고령층 사이에서 높은 사망을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를 종합해 봤을 때, 미국의 델타 변이 엄살은 사실 위험층에 대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수사일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코로나가 1년이 넘어가며 많은 시민들은 지쳤고, 방역수칙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역위해서는 시민들이 쉽게 지킬 수 있고, 꼭 지켜야 하는 규칙들 위주(가령, 가능한 경우 항상 거리를 유지하고,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혼잡한 공간이나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하기, 조금이라도 아프면 쉬기, 손을 자주 꼼꼼히 씻기 등)로 방역수칙을 개편하고, 거리두기 단계의 기준을 확진자 수가 아니라 사망자 수 또는 병상 점유율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 또한 선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질병의 심각성과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할 필요가 있고요.


이를 통해 우리는 방역 수칙을 지켰냐 안 지켰냐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의료체계 포화로 인한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막는 동시에,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인해 특히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는 집단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동 발달과 교육격차 등 사회적 대가 또한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황은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충분한 백신이 도착하지 않았을 뿐,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고, 시간이 지나면 백신접종률은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하고 있는 "공포 마케팅"을 따라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현재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공포 마케팅은 역효과만 가져오죠.


물론 델타 변이체가 감염 확산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리 두기와 손씻기 등 꼭 지켜야 하는 방역수칙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할 필요는 있지만,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말은 시민들을 지치게 하고,

오히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시민들을 만들어냅니다.


지금 우리는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며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가 감소하며, 조심스럽게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그때까지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모두가 힘써야합니다.


과도한 공포 조성으로 인한 절망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바탕으로, 시민 개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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