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단면역 시도", 2020년 3월 전세계 곳곳이 봉쇄령에 돌입하던 때 꿋꿋이 문을 열어뒀던 스웨덴이 들은 비판입니다.
스톡홀름의 항체보유율이 10%도 안되는 결과를 보여주었을 때 스웨덴은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공보건국 당국자나, 스웨덴인에게 "집단면역을 시도했나?"라고 물어보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안데스 테그넬 인터뷰의 왜곡
안데스 테그넬이 "우리 전략이 실패했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공보건국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그는 항상 "우리는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왔습니다.
즉,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은 스웨덴의 전략이 아니었으며,
"커브 평평하게 하기"전략을 통한 적절한 수에서의 확진자 통제가 그 목표였습니다.
다만 스웨덴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커브 평평하게 하기" 전략의 특성상 일부 확진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었던 다른 나라들과는 그 대응이 다르기는 합니다.
커브 평평하게 하기 전략은 확진자를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못받고 사망하는 사람은 없게 하도록 의료체계의 포화를 막는 수준으로 확진자 수를 통제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스웨덴은 집단면역 오해를 받는 걸까요?
사실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두가 봉쇄를 카드로 꺼내들 때 홀로 "NO"라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던 시절,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은 무방비로 당했고,
응급실과 병상이 가득 차서 집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같이 특히 더 큰 피해를 받은 곳은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 쌓아두는 등
그야말로 비상상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봉쇄를 시행하지 않은 나라의 대표적 예시는 한국과 스웨덴입니다.
그런데 이 흐름에서 빗겨나서, 봉쇄를 하지 않은 두 나라가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스웨덴이 그렇고요,
봉쇄를 안한 다른 국가로는 한국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봉쇄를 시작하면 "중국 이외에 봉쇄를 시도하는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오명을 쓸 부담감이 있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국가인 한국 또한 "봉쇄"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고,
그에 따라 "봉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정치인이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탈리아가 "봉쇄를 시도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봉쇄조치를 단행했고,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민주주의에서 봉쇄는 안돼"라는 둑을 터뜨려줌에 따라 수많은 이웃국가들이 봉쇄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봉쇄는 시도할 수 없는 옵션"이라는 의견을 꿋꿋하게 유지했습니다.
(다만, 스웨덴에서는 실제로 이동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어 "시도할 수 없는 옵션"이라는 것이 법리적으로도 사실이기는 합니다.)
이에 따라 봉쇄 없이 불필요한 이동과 모임 자제 등 1차 대확산 당시의 한국과 유사하게 자발적 조치에 의존하였고, 아래 그림과 표와 같이 이동 감소 등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재택근무 활성화로 인해 사무공간과 운송수단은 한국보다 더 큰 정도의 감소를 보였습니다.)
다만, 유사하게 자발적 조치에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인구대비 사망자 수가 크게 다른 것은 한국은 검사-추적-격리를 바탕으로 확진자를 잡아내려는 시도를 했었고, 스웨덴은 초기 검사역량의 부족으로 고위험군에게만 검사-추적-격리를 시행해서 결국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어버렸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죠.
1차 확산 이후 한국-스웨덴-이탈리아의 이동 변화. 봉쇄령이 없었던 한국과 스웨덴은 봉쇄령이 떨어졌던 이탈리아보다 이동의 변화가 적습니다.
스웨덴이 시도한 "커브 평평하게 하기"전략이 초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느슨했던 조치로 인해 요양원으로 감염이 확산되며 그들은 목적했던 바대로 치솟는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지 못했고,
이는 안데스 테그넬이 인정한 것처럼 "실패"임이 분명합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안데스 테그넬이 말한 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스웨덴은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시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통제 조치가 지나치게 느슨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때문에 수많은 노인들이 죽었으며, 우리가 노인 보호에 실패한 것이 맞다.
다시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와 다른 나라들이 대응한 것의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에서 대응할 것이다. (즉, 조금 더 강력한 통제조치를 도입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대응한 것, 즉 봉쇄 조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안데스 테그넬은 "집단면역을 시도한 적이 없다"라고 확실히 선을 긋고 "우리는 실패했다"라고 말했는데,
한국에서는 "집단면역을 시도한 스웨덴이 실패를 자인하다"와 같이 보도가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나치게 느슨한 조치로 의문을 샀던 스웨덴이 실패를 자인하다" 정도로 보도가 되었고, 이는 분명히 인정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왜곡 보도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1년 8월 16일 기준,
스웨덴의 인구대비 코로나 사망자 수는 전세계 39위입니다. (한국 165위, 이탈리아 17위)
물론 개인의 의견에 따라 실패로 정의내릴 수 있는 수치이지만
고의적으로 감염 확산을 방치했다면 절대로 이런 결과를 가지고 오지 못했을 겁니다.
독보적인 전세계 1위를 가져갔겠지요.
결국, 봉쇄를 시행했던 이탈리아가 지금 스웨덴보다 더 피해가 큽니다.
여기서 볼 수 있듯, 봉쇄는 중요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봉쇄는 의료체계가 마비되었을 때 이를 풀어주는 정도의 단기적 효과만 가지고 있고,
"확진자 0"을 목표로 봉쇄를 시행하는 것의 딜레마는 지금 호주나 중국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웨덴 코로나 정책과 통제가 지나치게 느슨한 점이 있었음은 스웨덴 시민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의로 감염 확산을 방치했다는 오해는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더 쓸텐데, 이 글이 오해를 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표지 사진: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중앙, 공공보건국 부국가역학자), 안데스 테그넬(오른쪽, 공공보건국 국가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