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Aug 17. 2021

코로나19, 출구전략 논의가 필요하다

이익 극대화의 지점은 어디일까?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서 소개해 드립니다.


매우 높은 신뢰도와 정확도를 가진 모델을 이용하여 통계학적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시행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오를 수록 확진자 수는 3.5%, 중증자 수는 28.6%, 사망자 수는 7.8%만큼이나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 부작용으로는 GDP가 1% 감소하는 데 그쳤구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지난 100일동안 64명의 죽음을 피할 수 있었죠.


이 글을 보는 사람마다 약간씩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강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수치이고,

앞으로도 지금 수준의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네요... 조금만 스크롤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수치는 국토교통부 "안전속도 5030"의 효과입니다.

https://auto.v.daum.net/v/20210817060013791



교통사고 건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교통사고 중상(전치 3주 이상)는 코로나19 중증자 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로 치환했고, 속도 감소는 GDP 감소로 치환했습니다.

통제조치를 도입함에 따라 많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교통정책에서 비용(속도 감소) 대비 편익(사망자 감소)을 계산해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보건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네이버에 실린 같은 기사 또한 댓글 반응이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이군요.)


아래 글은 상당히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입니다.

"왜? 아예 속도를 10km/h으로 설정하면 사고가 더 안날텐데?"
"교통사고 제로를 위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합시다"

사실 속도 1km 감소는 큰 변화가 아닙니다.

서울시민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13km라고 하니, 속도 1km가 줄어들어도 전체 출퇴근 시간은 길어야 약 2분 내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 정도 시간을 더 써서, 1년에 약 240명의 죽음을 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030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그렇지 못한걸까요?


아마 개인별로 합리적으로 판단을 해서, 1년에 240명의 목숨보다는 나의 2분, 혹은 전체 운전자가 약 오백만 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도로에서 추가로 소모되는 1년에 약 600년 정도의 시간(하루 1000만 분(2분x500만명) X 300일(1년 365일 중 주말 등 제외))의 시간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5030이라는 교통정책에서, 비용(속도 감소에 따른 시간 소모, 연간 약 600년) 대비 편익(교통사고 건수, 중상자 수, 사망자 수 감소, 연간 약 240명)을 계산해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이 계산의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개인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코로나로 다시 바꿔보면 대답이 크게 달라집니다.


"교통사고를 없애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합시다"는 말은 비웃음거리가 되는데,

"확진자를 0으로 만들기 위해 봉쇄조치를 합시다"라는 말은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또한, 코로나19에 있어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보자"라는 주장은 비윤리적인 것이 되고야 맙니다.


가령 자영업자의 고통, 교육 결손으로 인해 나타나는 아이들의 장기적인 소득과 수명 감소, 영유아의 발달 장애 등을 고려해서 지금의 통제가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해보자고 하면,

곧바로 경제지표 조금 올려보겠다고 죽음을 방치하자는 천하의 몹쓸 주장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안전속도 5030을 시민들에게 설득시키는 법


매일매일 정부가 지난 24시간 동안의 교통사고 건수와 중상자 수, 사망자 수를 발표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대통령은 매일같이 교통사고 건수를 챙기고 교통사고 제로화를 국정 제1의 과제로 설정하며,

정부여당은 우리 나라의 교통사고 건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결코 많은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반대로 야당 의원들은 선진국의 우수한 교통제도를 가지고 와서 K-교통정책의 허점을 파고듭니다.


언론 또한 "어제 교통사고 건수 2천 건 돌파.. 170일만에 최대"와 같이 교통사고에 대해 매일 엄청난 비중을 할애하고, "강남역 사거리에서 신호위반 뺑소니 차량 적발"과 같이 교통 법규를 어기는 사례를 찾아 대문짝만하게 보도합니다.


매일같이 교통사고 건수를 보는 시민들은 "이러다가 나도 교통사고 나겠네"와 같이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교통 법규를 어겨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됩니다.


"나는 경차 모는데, 트럭이랑 박으면 바로 죽는 거 아냐? 트럭 운전자들이 좀 조심해줘야하는데 운전을 너무 막하는 경향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트럭은 젊은 층, 경차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으로 생각해 보시죠.)


이런 식로 계속 사회가 흘러간가면, 교통사고는 코로나19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될 것이고,

이 때문에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힘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통제의 최대 이익지점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매일매일 교통사고 발생을 정부가 브리핑하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코로나19 없는 것 취급하자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교통사고 코로나와 유사하게 내가 법규를 지켰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상대방의 준수 여부, 혹은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 또는 불운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교통사고는 같지 않습니다.


가령 교통사고의 경우 "40중 추돌사고" 같은 것들이 특별하게 보도되듯 개별 사건의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호흡기계통 바이러스인 코로나19의 경우, "40명 감염"과 같은 대형 사건이 발생할 수가 있지요.

(물론 40명이 아니라 더 많은 인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비용과 편익 분석을 통해 최적의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사회 문제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위 표는 8월 12일 기준 스웨덴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과 통제조치를 비교한 것입니다.

한국이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출구 전략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높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집단면역"이란 오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백신접종률 75%인 아이슬란드는 우리나라 인구규모로 치면 하루에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역을 위한 출구 전략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통제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 가령 사망자 수의 감소와,

통제조치로 인한 비용, 가령 자영업자의 손실, 시민들의 우울감, 아동의 발달 장애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자영업자의 손실이야 익히 들어서 아실 것이고, 우울감은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겠지만, 아동의 발달 장애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편익 대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익 최대화의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때가 아니다"라고만 말하면, 그 때는 언제 올까요?

논의 자체를 막는다면, 그 때가 와도 시민들의 거부반응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출구전략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 집단면역의 오해와 사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