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Aug 15. 2021

혹시 듀얼모니터 필요하세요?

안 쓰는 모니터 끄기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 두 번째입니다.


제 첫번째 직장은 (사실 정규 직원이 아니라 여름 인턴이긴 했지만) 스웨덴이었습니다.


스웨덴의 사무실은 우리나라 사무실과 달리 굉장히 밝은 분위기입니다.


소위 "북유럽 감성"이 곳곳에 녹아있지요.

 전형적인 스웨덴의 오피스입니다. 모니터가 하나입니다. 사진출처: TT
경찰서의 분위기도 상당히 밝습니다. 모니터도 하나씩만 쓰네요. 드라마 <Snoänglar> 중.

사진에서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죠?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 모니터를 하나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혹시 제가 일하는 곳만 그랬을까봐,

스웨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모니터를 하나만 쓰냐고 물어봤는데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듀얼 모니터, 정말 필요하신가요?


그런데 한국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듀얼 모니터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당연히 듀얼 모니터가 있었고,

회의 등으로 다른 회사를 방문할 때도 듀얼 모니터는 기본 옵션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듀얼모니터를 쓸 정도로 복잡한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제 자리의 듀얼모니터는 항상 꺼두는 "장식품"이 되었는데요.


제가 봤을 때 저희 부서의 다른 분들도 딱히 듀얼모니터의 활용도가 높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안 쓰고 있으니 끄라고 하면, 꼰대라고 놀림받을까봐 조용히 있기는 했습니다 ^^;)


물론 듀얼모니터가 꼭 필요한 업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업무 또한 모든 시간에 듀얼모니터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듀얼모니터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럼, 듀얼모니터를 끄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요?


듀얼 모니터 끄기, 일년에 나무 33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모니터를 하나만 쓰면서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요?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에는 제품들의 에너지소비량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삼성전자 제품으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광고 아닙니다 ^^)

2021년 7월에 인증을 받은 27인치 LED 모니터의 경우, 사용전력이 39W입니다. 계산이 쉽도록 나머지 17시간동안의 대기전력 등을 감안해서 40W이라고 하죠.

(이 모델은 고효율 기기이므로, 다른 제품의 경우 사용전력이 훨씬 클 것입니다. 대기전력도 아끼고 싶으면 콘센트를 뽑으면 됩니다. 아쉽게도 저희 사무실은 콘센트가 묻혀 있어 뽑을 수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5일, 하루 7시간(점심시간 제외)을 48주동안 사용한다고 하면,

(1년은 52주이지만 휴가나 공휴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4주정도를 제했습니다.)


이 모니터는 일년에 40 * 7 * 5 * 48 = 65 520W, 즉 65.52kW의 에너지를 사용하겠네요.

(점심시간에 절전모드를 하지 않거나, 야근을 하는 등의 변수가 있으면 더 늘어나겠죠?)


여기에 우리나라 전력의 탄소배출 원단위를 곱하면, 연간 30kg의 온실가스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약 연간 33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네요.

전력의 탄소배출 원단위: 전력을 생산할 때 얼마만큼의 탄소배출을 발생하는지를 계량화한 지표. 가령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산한 전력은 원단위가 낮고, 석탄을 이용하여 생산한다면 원단위가 높습니다


회사에 더 많은 사람이 듀얼 모니터 끄기에 동참하거나,

회사에서 쓰는 모니터가 효율이 안좋은 기기였다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겠죠?


또, 업무상 듀얼모니터가 꼭 필요한 경우가 많은 분이라 할지라도,

필요한 시간에만 켜둔다면 조금이라도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듀얼 모니터가 없다면, 일년에 나무 35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말씀드렸듯 저의 업무는 듀얼모니터가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뭔가를 비교하거나 과거자료를 따와야 할 때는 있으면 편하긴 하더군요.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쓰임새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달에 한 번 정도라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듀얼모니터를 없애도 될 것 같은데요,

모니터를 사용할 때 뿐만 아니라 모니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데스크탑모니터의 탄소발자국은 159kg라고 하는데요,

(출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성적표지 탄소발자국)

저희 회사가 만약 이 모니터를 저에게 지급해주지 않았다면, 나무 174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네요.

모니터의 평균 수명이 5년이라고 한다면, 일년에 약 35그루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구입한 모니터의 탄소발자국이 이보다 크다면, 환경효과 또한 더 커질 것이구요.


듀얼 모니터를 일괄적으로 구입하지 않는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예산도 아끼고, 탄소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사회공헌도 하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기후재앙,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기후 재앙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닥쳐오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독일과 벨기에의 대홍수, 그리스의 산불 등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재앙이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같은 엄청난 재앙을 맞닥뜨리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급격하게 심해진 폭염에 신음하고 있지요.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배출책임이 가장 큰 기업에게 맡겨둬서만 안됩니다.

탄소중립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기업도 받지만, 우리도 받기 때문입니다.


남탓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는 같은 배에 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듀얼 모니터 끄기가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할 때에는, 사용하지 않는 듀얼 모니터의 전원 플러그를 뽑아보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맛있는 수돗물, 마셔도 안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