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Sep 07. 2021

슬기로운 경찰생활, Tunna Blå Linjen(1)

그리고 ESG 이야기

어두운 현실과 따뜻한 사람들, 파랑색 얇은 선


한국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있다면, 스웨덴에서는 "Tunna Blå Linjen(파랑색 얇은 선)"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과 외레순 대교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으며, 스톡홀름-예테보리에 이은 스웨덴 제3의 도시인 말뫼에서 근무하는 4명의 경찰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경찰인 만큼 범죄자와 항상 가까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두운 현실" 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하거나, 따뜻한 사람 옆에서 점차 본인도 따뜻하게 변해가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지요.

<Tunna Blå Linjen> 트레일러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마찬가지로, 경찰이라는 직업에서 그들이 만나는 일들을 다루기도 하고,

경찰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주인공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갑질 문제가 다루어지듯,


<Tunna Blå Linjen>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다루어집니다.

1화에서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라의) 경찰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인종, 국적 등) 소수자에 대한 과잉 진압 문제가 다루어지네요.


사실 이런 장면은 우리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들죠?

우리나라에서는 차별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쟤들이 불법 체류자인지 아닌지 확인해라", "불법체류자는 엄벌에 처해야한다"라는 맥락을 다소 벗어난 혐오만 가득할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장면이 혹시라도 방영되었다면 "열심히 일하는 경찰을 모욕한다" 등으로 엄청난 비난을 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저의 기우일까요?


스웨덴의 인종차별 경험, 지속가능성과 스웨덴 미디어


스웨덴에서 살면서 직접적인 인종차별(동양인! 중국인! 너네 나라로 돌아가! 등등)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는 많이 당해보았습니다.


가령, 제가 지내던 곳은 버스나 트램 등을 탈 때 주로 정기권을 이용했기 때문에, 탈 때마다 요금을 내는 한국과는 달리 정기권을 구입해서 그냥 타다가 검표원이 오면 티켓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요, (티켓이 없으면 엄청난 벌금을 뭅니다)


동양인인 저를 포함해서 흑인, 이슬람(서아시아), 동유럽계 등 "스웨덴인처럼 생기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집중 검표가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검표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항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죠. (그래서 항의할 수 있는 직접적 인종차별보다 더 대하기 까다롭습니다)


스웨덴에 있던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던데요,

이는 적어도 미디어와 학교교육 등에서 차별은 부당하고, 없어져야 하며, 그런 짓을 하는 것은 교양없는 것이다 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주입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유일하게 "직접적 인종차별"에 가까웠던 경험>
어린 아이가 "아빠, 저 사람 신기하게 생겼어~"라고 저를 가리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애라 혼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했는데 아빠가 주의를 주고는 저에게 사과를 하더군요(스웨덴어가 아니라 영어로 사과를 하는 거에서 또 간접적 인종차별을 느끼긴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호의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래도 스웨덴어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스웨덴어 할 줄 아는 동양인도 있습니다..^^;).

이것은 따지고보면 직접적(명시적인) 인종차별에 가깝긴 하지만, 한국/일본/중국인(개인적으로 저는 이 세 국적이 외모로는 구분하기 힘듭니다..)이 서아시아인보다 더 희귀한 지역에 살았어서, 어린 아이 입장에서 정말 신기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넘기겠습니다.


스웨덴에서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은 교양 없고 무식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그들은 인종차별을 적어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습니다.

(다만 좀전에 말씀드렸던 집중 검표라든지, 마트에서 (혹시 도난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유심히 쳐다보거나 하는 등등 간접적으로는 꽤 많이 경험하긴 했습니다..ㅠ)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인종차별이 종종 이루어지며, 그런 행동에 대해 무식하고 교양없다라는 인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한국보다 오히려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 개방되어 있는 모습인 것은 스웨덴에게 분명히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외국 나가서 인종차별 당하는 사람들 후기가 많죠? 우리나라에 방문한 외국인도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ㅠ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학교교육을 통해서 청소년기에 올바른 생각을 키워주는 것과 함께, 성인이 되어도 접할 수 있는 미디어를 통해서 계속해서 알려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학교와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교육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겉뿐만 아니라 마음 속도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SG, "S"와 "G"도 생각하길


요즘 우리 사회에서 ESG가 화두입니다. 지속가능성 이슈로 먹고 살고 있고, 여기에 큰 관심이 있는 저로서, 이것이 화두가 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은 사실 E(Environment)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연에 대한 약자 입장이기 때문에 인류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직결된 E와는 달리,

사실 S와 G는 특정 집단(가령 국적 등)에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쓰면 안쓸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살려면 본인이 지도층, 가진 자, 사회적 강자 등이어야 하긴 합니다.)


인종차별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문제임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연에 대한 약자이기 때문에 연대의식을 통해 다 함께 대응하기는 편한 E와는 달리, S나 G는 공동대응이 힘듭니다. 

가령 적어도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강자지요? 내가 강자인데 문제를 느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다른 ESG이슈인 페미니즘 문제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강자인 남성으로서 여성이 느끼는 문제를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 유입이나, 이전 제주 예멘 난민 유입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족 등에 대한 차가운(혹은 이를 넘어선 경멸의) 시선 또한 "S"와 "G"에 대한 관심 부족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기여자"라는 공식(?) 용어가 아닌 "난민"이라는 말을 쓴 이유>
개인적으로 "특별기여자"라는 단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들이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프간에서 계속 남아 있다가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한국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난민의 특성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왜 그들이 "난민이 아니라 특별기여자"라고 한걸까요? "난민임과 동시에 특별기여자"가 더 적절한 표현같습니다.)
그런데 "특별기여자"는 입국이 되고 "난민"은 입국이 안되나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특별기여자이자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몰라도, "특별기여자가 아닌 난민"은 더욱 더 받아들이면 안되는 존재, 우리와 멀어야만 하는 존재, 인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야 맙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단어 선택이죠.


ESG를 한국말로 직역하면 "환경/사회/지배구조"이죠? 저는 이것을 "지속가능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SG 경영을 해야 살아남는다 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지요?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비슷합니다. (물론 생존 문제까지는 아닙니다만 ^^;)


저는 나름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비결에 저의 ESG 사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조금 느리더라도 장기적으로 그림의 끝에 지속가능한 사고와 행동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코로나 문제도 "코로나 박멸'에서 결국 "지속가능한 위드코로나"로 점점 옮겨오고 있지요?)


ESG 인생을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비록 나의 파이를 나누는 것이라도, S와 G에 대해서 조금씩만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SG는 파이를 키우는 일입니다.

전체에 대한 내 몫은 줄어들지만 파이 자체가 커지면 결국 내가 먹는 양도 늘어납니다.



드라마 얘기를 하려다가 갑자기 산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사실 이 브런치의 글 모두가 그렇습니다. 드라마 이야기는 뒷전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네요 ㅎㅎ 다음에 조금 더 스토리를 알아보죠 ^^;

매거진의 이전글 숨겨진 여성 이야기, Atlantic Cross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