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북유럽 범죄 수사물
K-드라마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듯, 노르딕 누아르는 많은 유럽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노르딕 누아르의 명성을 활용하여 사기(?)를 친 드라마도 있죠?
관련 포스팅: 행복을 여는 열쇠, Lyckoviken
<The Bridge/Bron/Broen>은 당대의 사회 문제를 녹여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노르딕 누아르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한 아스퍼거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스웨덴 형사 사가 노렌과 <비밀의 숲>의 한여진 경감처럼 공감능력이 뛰어난 덴마크 형사 마틴 로데가 함께 공조수사를 하는데요,
(관련 포스팅: 노르딕 누아르의 AtoZ, The Bridge (1))
그들이 마주한 첫 번째 사건은 스웨덴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외레순 다리에서 발견된 하나의 시체입니다.
그런데 이 시체는 굉장히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동영상은 상당히 충격적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설명드리면,
상체는 말뫼 시의회 의장인 세스틴 에크발의 것이었고, 하체는 코펜하겐의 매춘부인 모니크 브람머로 밝혀지죠. 세스틴 에크발은 다리에서 시체가 발견된 당일에 살해되었고, 모니크 브람머는 13개월 이전에 이미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말뫼 시의회의 의장인 케스틴 에크월의 죽음은 세상의 관심을 받습니다. 언론에서도 취재 요청이 이어지고, 말뫼 경찰서에는 전담팀이 꾸려지죠. 그런데, 모니크 브람머의 죽음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2주만에 수사가 종결되었었습니다. 그리고 1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죠.
그리고 두 명의 형사에게 범인의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그가 언급하고 싶은 5가지 문제 중 첫 번째 문제는 "죽음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온 사회 지도층 케스틴 에크월의 죽음과 달리, 매춘부였던 모니크 브람머의 죽음은 어떤 이슈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잠들어버립니다.
범인은 이 메시지를, 사회의 지도층과 하층민의 시체를 합쳐놓음으로써 잔인하게 전달합니다. 지도층과 몸이 합쳐진 이후에야 다시 관심을 받고 재수사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씁쓸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 사건이 마지막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하죠. 범인이 다루고자 하는 4가지의 문제 모두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주제입니다.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소위 "금수저" 출신으로서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의대생이었던 손정민 씨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숨진 이선호 군의 보도량은 많은 차이가 있었죠?
모든 죽음은 안타깝습니다.
모든 죽음을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산업재해로 인한 구조적 죽음이었던 이선호 씨와, "살인"이든 "사고"든 개인적 죽음이었던 손정민 씨의 죽음을 다루는 방법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졌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