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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22. 2021

행복을 여는 열쇠, Lyckoviken

나의 만족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는 없죠?

노르딕 누아르의 대표적 작품인 <Bron>이 보여주듯,

북유럽 범죄 수사물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노르딕 누아르의 AtoZ, The Bridge (1) (brunch.co.kr)

<The Bridge> 시즌1의 오프닝


마찬가지로, 스웨덴 서부의 조용한 시골마을 Lyckoviken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는 Lyckoviken도 분위기가 어두워야 할 것 같은데요...

오프닝에서 보듯 분위기가 너무나도 밝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는 노르딕 누아르의 탈을 쓴(?) 휴먼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Lyckoviken>의 오프닝


릭코비켄 출신이지만 스톡홀름에서 일하고 있던 경찰 Johanna는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릭코비켄에 오게 됩니다.


장례식만 치르려고 했던 요한나지만...

스톡홀름에서 함께 동거하고 있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핀 것을 알게되어 충격을 받은 요한나는 스톡홀름을 떠나 릭코비켄의 경찰로 돌아오게 되죠.


그리고 릭코비켄에서는 바로 살인사건이 터지게 되죠.

보통 노르딕 누아르 드라마라면, 여기서부터 살인사건에 치중하게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요한나의 집을 사고 싶어하는 Carl(칼)과의 갈등이라든지,

칼은 요한나의 집을 산 후에, 부숴버리고자 합니다. 요한나의 집만 사라지면 바다 전망이 확보되거든요. 조망권은 중요합니다.


남들 앞에서는 항상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지만, 남몰래 계란 대신 초콜릿바를 먹는 Nettan(네탄) 등,

드라마는 살인사건에 집중하는 대신 릭코비켄 마을의 모든 사람의 희로애락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래 클립에서 보듯 추가적인 살인사건의 최초 발견자가 됩니다.)

1년 365일 다이어트를 하는 네탄은 계란을 싸왔지만,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초콜릿 바를 먹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괜찮아


한국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유행하듯이,

노르딕 누아르는 유럽에서 무척 유명한 장르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또다른 북유럽 범죄 수사물인 <Lyckoviken>이 발표되었을 때 유럽 시청자들의 기대도 엄청났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는 범죄수사에 집중하는 것 대신 마을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합니다.


위의 칼과 네탄 말고도, Vanessa와 Elvis의 사랑 이야기, 마을에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Felicia와 Saman, 이웃 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Östen과 Ingrid, Andre와 Anastasia 남매의 다툼 등... (이것말고도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범죄수사는 사실상 뒷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형사인 요한나 또한 사건 수사보다는 어릴 적 로맨스 관계를 이뤘던 Danne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더 많습니다. (수사는 대체 언제 하나요?)


IMDB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리뷰 중 하나가 "Crime series about everything else but crime(범죄를 제외한 모든 것을 다루는 범죄물"인 것에서 볼 수 있듯,

또다른 노르딕 누아르 시리즈에 대한 기대에 부풀러올랐던 유럽 시청자들을 화나게 한 드라마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노르딕 누아르의 본산지인 노르딕 국가 사이에서는 크게 흥행을 했다고 하네요.

우중충하고 황량한 겨울 대신, 맑고 생기가 넘치는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관련 포스팅: 스웨덴의 여름, Falkenberg Forever(1) (brunch.co.kr))

Lyckoviken은 여름을 배경으로 합니다. 덕분에 눈호강을 할 수 있죠.

내가 행복하면, 괜찮아


유럽 내에서의 혹평과 별개로 북유럽 내부에서는 꽤나 호평을 받으며, Lyckoviken은 시즌 4까지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드라마가 다른 유럽시청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닙니다.

(혹자는 "혹시라도 반전이 있을까봐 보다가 시간 낭비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피해를 끼친 걸까요? ^^; 그래도 이정도는 애교로 봐주시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만족하고 산다면 행복한 것 아닐까요?


비록 정통 노르딕 누아르를 바랐던 유럽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렸지만,

남들의 기대에 꼭 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의 비결입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한 것에 더불어 약간의 운도 따라준다면,

릭코비켄처럼 시즌4까지 제작되는 성공을 맛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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