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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Sep 18. 2021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과 스웨덴

스웨덴은 정말 이슬람 천국이 되었을까?

대구의 이슬람사원 건립이 8개월 째 진통을 겪고 있다.


시민사회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한국을 점령할 것이다", "테러를 저지를 지도 모른다" 등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는 교통의 발달로 이루어진 세계화 이후에도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에(혹은 덕분에?) 실질적인 섬나라처럼 살아서 외부인의 유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최근 20주년을 맞이한 미국의 9.11 테러사건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라는 점 또한 무슬림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국교가 기독교는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스톡홀름에서 한인 교회를 만들었듯(기독교도 아니었고 스톡홀름 거주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본 적은 없다), 그들 또한 무슬림 사원을 만들어서 유학 기간 동안(그들은 정착한 난민 혹은 장기간 체류할 목적으로 온 거주허가자가 아니라, 유학 목적으로 온 학생들이다.) 종교생활을 계속하고, 무슬림 사회 커뮤니티를 가지고 싶다는 것은 위에 나온 극단적인 일들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존중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유학생이 많은 학교 인근이고,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 등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 많이 낳아 무슬림화된다"는 현실성이 없다. 어차피 돌아갈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슬람 사원 만든다"가 왜 "이슬람 천국 된다"로 연결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유럽(특히 스웨덴)의 이슬람화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나름의 생각을 적어본다.


인구 대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았던 스웨덴, 이슬람 천국이 되었을까?


스웨덴은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았다. 인구 대비 난민유입자 수는 유럽 내 1위이고, 유입된 난민의 절대적 수치도 독일 다음 2위에 해당한다.


스웨덴은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인이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날마다 발생하고, 경찰권이 닿지 못하는 지역이 생겼으며, 엄청난 출생률로 스웨덴 원주민을 잠식하고 있을까?


난민으로 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가 만난 난민


사실 (내가 아는 한) 시리아에서 스웨덴으로 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많다.

최근 아프간 난민 유입 사태에서 카불 공항으로 갔던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어떤 국가를 위해 일하지 않은 경우(가령, 한국의 경우 한국 대사관이나 의료기관 등에서 직원으로 일하지 않았다면)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처럼, 비이슬람 문화와의 교류에 익숙하고 어느 정도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난민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사실 문제를 느끼지조차 않았다면 탈출하지도 않았겠지).


내가 스웨덴에서 알고 지냈던 난민 출신 또한 고국에서는 한국에서도 "좋은 직장" 중 하나로 여겨지는 선생님으로 일했지만, 스웨덴에 와서는 서툰 스웨덴어로 마트 캐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돼지고기를 사거나, 맥주를 산다고 해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돼지고기를 먹지는 않았고, 알콜의 경우 안하고 싶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한다고는 하긴 했다. (하고 나서 기도하면 용서받는다고 하더라. 천주교의 고해성사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는 일하다가 기도를 하러 사라지기도 했다. 정식 기도원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마트 어딘가에서 하는 거였다. 사실 우리도 일하다가 사라져서 커피 사마시고 오거나(이건 사실 나..^^;), 담배를 피고 오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오히려 담배 피고 오는 사람보다는 더 빨리 돌아오고, 덜 가기 때문에 그냥 그 정도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이가 두 명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이는 스웨덴의 지극히 평범한 학교에서 스웨덴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따돌림을 받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학교의 급식 또한 학교의 배려로 할랄까지는 아니지만 돼지고기 등은 빼준다고 한다.


아이를 많이 낳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그나마 사회의 육아 부담이 잘 되어 있는) 스웨덴에서조차 쉽지 않고, 한국에서 이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적어도 인구구조에서 무슬림 출신이 엄청난 출생률을 등에 업고 한국인보다 많아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무슬림이라는 종교를 가진 사람을 평소에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좀 특이하긴 했지만, 내 주변에는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 이웃"도 있었고, 무슬림 이웃 또한 좀 특이하지만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인물은 분명히 아니었다.


스톡홀름 테러는 왜 일어났나


스웨덴에서 일어난 테러는 스톡홀름 트럭 테러가 있다.


스톡홀름의 번화가에서 행인들에게 돌진해서 5명을 숨지게 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범인은 스웨덴으로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이후 ISIS에 충성 서약을 했고, 그 다음 날 테러를 저질렀다.


돼지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슬람 교도가 갑자기 극단주의 성향인 ISIS에 가입해서 테러를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슬람 종교 때문이라기보다는 망명 신청이 거부당하고 스웨덴을 떠날 것을 요구받는 등 심리적 극한 상태에 몰렸고, 때문에 극단적 상황에서 극단주의와 손을 잡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도 그의 범죄를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관시켰지 "무슬림 전체"로 치환하지는 않았다. 한국인 중 연쇄살인 등을 저지른 잔혹한 범죄자가 있지만 모든 한국인이 그렇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적어도 이슬람 사원을 짓기를 원하는 유학생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 경찰,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


스웨덴 또한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 부르카를 쓰지 않고 다니는 여성을 민간 무슬림이 괴롭히는 도덕(?) 경찰의 존재가 문제가 되었던 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민주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어긋난다. 스웨덴같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부르카를 쓰라는 것과 같이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도덕 경찰은 스웨덴 원주민 뿐만아니라 스웨덴의 무슬림 사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때문에 계속해서 경찰권이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유학생들이 "도덕 경찰"까지 조직해서 우리나라와의 갈등을 감수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사회가 유달리 외부에 개방되어 있어 이를 "무슬림 고유의 문화겠지"라고 넘기지는 절대로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어날 확률이 낮을 뿐더러,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공권력은 이런 갈등을 해결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릭스다겐에서의 스테판 뢰벤 총리의 연설


우리나라에서 10월이면 정기국회가 열리는 것처럼 스웨덴은 9월에 정부 회의인 릭스다겐이 열린다.


11월 퇴임을 앞둔 스테판 뢰벤 총리의 연설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인종차별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반유태주의, 반이슬람주의, 반흑인주의, 반집시주의와 사미족을 향한 인종차별과 싸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국가의 계획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무슬림 받아들이면 안된다"라는 것의 대표적 예시로 말하는 게 독일과 스웨덴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무슬림 천국"이 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스웨덴 원주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도 착각에 가깝다. 오히려 난민 출신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슬림 교회가 생기면 무슬림 천국이 된다는 말은 그 논리의 부족함 때문에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무슬림은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해를 넘어 윤리적으로도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다.

우리보다 더 먼저 무슬림 유입을 겪은 스웨덴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닫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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