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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Sep 13. 2021

우리집은 쓰레기시멘트로 지어주세요

시멘트소성로가 처리하지 않는다면 땅에 묻어야 하나요?

오마이뉴스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는 폐합성수지(플라스틱)와 폐타이어 등을 시멘트 공장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석탄) 구매비용을 줄여 쓰레기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폐합성수지와 폐타이어 등에는 인체에 유해한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연소시 각종 오염물질이 발생함은 물론, 유연탄과 비교하여 연소 시의 탄소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쓰레기"를 투입하여 돈을 벌겠다는 시멘트 업계의 이기심에 분노가 치밀지요? 하지만, 정말 화를 내야 할까요?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시멘트 소성로에 안 넣으면 어디에 사용하나?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채굴하는 천연자원인 유연탄과는 달리,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은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각종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배달음식을 자제하는 등을 통해 발생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겠지만,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령 폐타이어는 1년에 37만 톤정도 나오고, 폐플라스틱은 2019년 기준으로 1년에 830만톤*정도 나옵니다.

 * 출처: <전국 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현황>, 환경부


그럼 이것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요?

폐타이어의 경우 시멘트산업에서 약 14만 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발생하는 폐타이어의 약 40%를 처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폐타이어를 넣지 못하도록 해봅시다. 이 폐타이어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어떤 물질이 활용되는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가령 1년에 635톤만 만들던 밧줄을 갑자기 10만 톤 만들 수는 없을 겁니다. 만들어봤자 살 사람도 없겠죠. 결국 가장 현실성이 높은 방법은 매립입니다.


그런데 매립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요? 시멘트에 넣는다면 오염물질이 (완전분해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많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완전연소가 거짓이라는 이 글의 기자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부분분해됨으로서 어느정도 저감이라도 되겠지만, 땅에 매립한다면 오염물질이 토양에 고정되어 타이어가 썩는 그 순간(저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죽기 전까지는 그 순간을 못 볼겁니다)까지 오염물질을 배출할 것입니다.

폐타이어 발생량. 출처: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폐플라스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멘트로에 넣지 않는다면 달리 처리할 방법이 없습니자. 최악의 경우 2019년 CNN에 보도되며 국제망신을 샀던 의성 쓰레기산 문제처럼 어딘가에 몰래 버려질 것입니다. 만약 적법하게 매립된다고 하더라도 연간 8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매년 매립된다면 우리 국토는 매립장 천국의 쓰레기장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열병합발전 등의 고형연료로 이용될 수는 있겠으나, 시멘트소성로에서 열원으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병합발전에서도 플라스틱을 태운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에 다이옥신 등 일부 화학물질이 나오게 되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오히려 온도가 높은 시멘트소성로보다 저온인 열병합발전에서 태워진다면 오염물질이 완전분해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나주의 SRF발전소도 이러한 문제때문에 가동중단이 장기화되고 있죠.


** 온실가스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역과 환경-탄소국경조정(2) 어떻게 작동할까?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왜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까?


기사는 유연탄과 폐플라스틱의 발열량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탄소저감의 효과가 없으며, 폐플라스틱의 에너지 효율이 낮음을 고려하면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과정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유연탄은 사용 과정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석탄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 석탄을 운송하는 과정 등에서 모두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만약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을 매립해야만 한다면 매립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할 것입니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을 사용한다면 석탄을 채굴하고 가공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온실가스, 플라스틱 매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등을 모두 줄일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노란색 원(폐플라스틱과 유연탄의 온실가스 발생량에 차이가 없다)만 다뤄졌지만, 전과정으로 확대하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또한 폐플라스틱의 에너지효율이 낮고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수집 과정에서 이물질과 수분 등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탓이 클 것입니다. 가령 최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줄이기 위해 투명 페트병을 별도분리배출하고, "라벨 없는 생수병"이 나오고 있지요? 수집방법 개선이나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을 줄일 생각을 해야지, "재생자원은 에너지효율이 낮으니 천연자원을 쓰자"라는 말은 환경운동가를 겸임하고 있다는 해당 기사의 기자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탄소배출량 중 1.3%만 줄어든다라며 탄소감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대목에서는 환경운동가가 정말 맞는지를 다시 한 번 의심하게 합니다. 시민 한 명이 배달음식을 안 먹는다거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행동 등은  온실가스의 1.3%가 아니라 0.0000013%도 줄이지 못할텐데, 이 행동 모두가 의미 없는걸까요? 기후위기는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어야 하는 비상상황입니다.)


물론 기사에서 언급했듯 악취기준 초과, 대기기준 초과 등은 문제가 틀림없습니다. 적정한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등 재생원료를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결국 재생원료 대신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천연원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시멘트산업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온실가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탄소중립위원회의 계획처럼 여러 가지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생산 자체를 줄여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을 안 지을 수는 없지만 꼭 시멘트로만 집을 지어야 하는 건 아니죠? 가령, 스웨덴 시골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은 나무를 이용한 목조주택입니다. 목조주택은 건축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비교하여 40%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높은 인구밀도로 아파트를 지어야하는 서울에서는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도서관과 관공서, 학교 등 저층의 공공건축물이나 한적한 농촌의 주택 등에서는 실용적인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스웨덴의 목조 주택. 시멘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출처 Official Image Bank of Sweden

* 나무로 지은 북유럽 소재의 학교 이미지를 클릭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저작권상 링크로 드립니다)


제 여러 포스팅을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기후위기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생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경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멘트에 쓰레기 집어넣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멘트에 쓰레기를 집어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환경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사를 보고 더 화가 납니다. 적어도 환경운동가가 쓰는 기사는 이런 방향이면 안됩니다.


참고 - 생활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꿀팁들

간헐적 단식과 채식,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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