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은 점점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애가 걸리면 책임질건가", "네 자식(조카기는 했지만 그분은 몰랐겠지)만 편하면 다냐" 등, 한마디로 "내가 개념없다"는 말이었다.
글쎄, 그랬을까.
소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험악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조카가 울음을 터뜨려버렸기 때문에 결국 쫓기듯 돌아왔지만,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된다.
가령, 이 아이는 혼자 돌아다닐 수 없다. 부모님이든, 아니면 나든, 할아버지 할머니든 항상 어떤 보호자와 함께 돌아다니기 때문에 보호자가 먼저 걸린 후 아이에게 전파시키거나, 보호자와 동시에 감염될 것이다.
물론 함께 걸린 사람이 무증상이고 아이도 무증상일 확률도 없진 않겠으나 아주 낮은 확률일 것이다.
아이들의 면역체계는 성인과 달라 잘 걸리지도 않고, 걸린다하더라도 증상이 약하며 잘 전파시키지도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유아는 발달상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호흡기가 완전하지 않아서 마스크 착용 시 성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큰 불편을 느끼고, 호흡기가 성장해야 할 지금 마스크를 착용시켜 호흡기의 발달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가 남은 평생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의 감염예방 효과 또한 의문이다. (심지어 그 어머니의 아이 또한 코가 보일듯 말듯, 올바른 마스크 착용이 아니었다.)
유아의 마스크는 "코로나 감염의 확률을 낮춰주는 물건"이 아니다.다른 사람에게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음으로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게 하는 도구이자, 유아 자신에게는 "나의 발달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 어머니는 나를 "아이에게 마스크를 안 씌우며 자신의 아이를 감염상황에 노출시키는 무책임한 부모이자(조카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킴으로써 공공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보건 테러리스트" 정도로 본 것 같지만, 나에게는 그분이 "자신의 정신적 평온함을 위해 모르는 아이의 발달따위는 저해받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비정한 사람"으로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노마스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좋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은 거기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구호가 이렇게도 공허하게 들릴 지는 몰랐다.
"다른 사람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나의 발달이 저해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의미는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