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통 앞에서 본 세상
‘단 하루라도 뒷주방에 서보지 않고, 인생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하루는 그저 설거지통 앞에서 흐른다.
나는 그 하루를 살아봤다.
당근마켓 알바 게시판에 올라온 식당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식당에서 설거지 알바 구함.”
평소 먹으러 가는 사람이 않은 곳이었다.
맛집으로 입소문도 나 있고, SNS에도 자주 올라오는 그 식당.
설거지할 사람을 구한다고?
궁금해졌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 식당의 **‘속살’**이.
나는 추적 60분 PD도 아니고, 내부 고발자도 아니다.
다만, 하루짜리 알바를 통해 진짜를 보고 싶었다.
‘한 번 들어가 보자. 직접 겪어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지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출근 문자가 도착했다.
출근 첫날.
가방을 둘 곳도 없는 좁은 주방 한편.
머리 위 선반에서 앞치마와 주방화가 내려왔다.
주방은 작고, 어둡고, 더웠다.
좁은 싱크대 앞에 선 나는
온종일 식기가 쌓인 설거지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주방엔 젊은 남자 직원들이 있었고,
그중 한 명의 플레이리스트가 주방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쉴 틈 없이 손님이 밀려들었다.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음식은 남기고 간다.
그러다 문득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이렇게 많이 남길 가? 맛이 없나?
둘째, 혹시 예약하고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건 아닐까.
설거지통 속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단지 돈 낭비만이 아니었다.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한 사람의 시간,
그리고 자연의 자원까지 함께 버려지고 있었다.
‘먹이는 자’와 ‘먹는 자’는 한 끗 차이였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만,
어쩌면 내일은 저기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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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의 사장은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는
전혀 관심 없어 보였다.
알바 입장에서 봐도
주방의 동선은 엉망이었고,
설거지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모든 쓰레기와 잔반이
그 좁은 싱크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홀’만 깨끗하면 된다는 식당의 철학.
그 뒷면을 온몸으로 겪었다.
나는 9시간을 일했지만
혼자 점심을 먹었다.
다른 직원들은 4시간 단위로 교대하는 듯했지만
하루짜리 알바인 나는
혼자 목마르고, 배고팠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아, 나는 오늘 하루만 존재하는 사람이구나.
그래도,
용기 내어 한 마디 건넸다.
“혹시 주방 동선이 이렇게 불편한 이유가 있나요?”
돌아온 대답은
“몰라요, 전부터 이랬어요.”
불편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구조.
불합리해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위기.
싫으면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곳.
그게 하루짜리 알바의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 하루가 소중했다.
단 하루였지만,
그 안엔 수많은 질문과 관찰과 통증이 있었다.
맛집의 화려한 조명 아래엔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버려진 음식 뒤엔
누군가의 시간과 자원이 담겨 있다.
설거지통 앞에 서 있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짜리 삶도 충분히 이야기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