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스무네 번째 날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58> 11월 18일


아침 일찍 일을 시작했지만 역시 계획한 대로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다행히 코스코에 들러 아빠의 귀국선물을 살 수 있었고 저녁에 일을 마치고는 <베이징> 중국식당에 들러 근사한 식사도 대접해 드릴 수 있었다. 애초에 점심까지 모든 일을 끝내고 아웃렛 몰에 가서 쇼핑까지 한다는 건 무리한 계획이었다. 따뜻한 겨울 잠바를 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집 근처 몰에서 구입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체국 파업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선물들도 제시간에 잘 배송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지 자꾸 날카로워졌다. 지금까지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이 어려운 공사도 잘 진행해 왔는데 오늘은 별것도 아닌 페인트 작업으로 서로 마음이 상해서 신랑과 언성을 높였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지쳐서 그랬을까? 몸이 피곤해서 그랬을까? 자꾸 짜증이 나려고 하는 나를 스스로 다독거려야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외식이다. 우리도 처음 가보는 <베이징> 레스토랑은 다양한 생선요리들로 가득했다. 생선요리는 간장으로 조리거나, 얼큰하게 끓이거나 아니면 바삭하게 구워내는 것만 먹어봤는데 이곳에서의 요리들은 특이하고 전혀 새로운 맛이었다. 한국마트에 갈 때마다 무심코 그냥 지났쳤을 뿐 식사를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외식을 할 때면 당연한 듯 한국식당에 갔고, 고민 없이 먹던 메뉴를 시켰다.

"이제 제발 다른 메뉴도 쫌 시켜보세요"라고 종업원이 농담으로 이야기할 정도니 우리는 참 변화를 싫어하는 가족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난 새로운 걸 도전하길 즐겨했던 아이였다.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새로 오픈한 식당 또는 새로 나온 메뉴를 찾아다녔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몇 개나 있는지 새로운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이런 새로운 경험이 언제부턴가 두려움으로 변한 것 같다.

외식만 해도 그렇다. 내가 선택한 식당의 음식이 아주 형편이 없을 경우 "에이, 별로네! 다음에는 오지 말아야겠다."라고 혼자 투덜거리며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혼자의 몸이 더 이상 아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기대했건만 나의 선택을 원망하는 가족들의 불평 가득한 눈초리는 내 한 몸으로 받아내기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려워진 지갑사정으로 한 끼 식사의 실패가 가져다주는 상대적 빈곤감과 비참함도 한몫하는 것 같다.

오늘 아빠는 유독 말씀이 없으셨다. 아무래도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생각이 많으신 것 같다.


마지막 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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