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다이어리
<Day 57> 11월 17일
짧았던 큰아이의 방학이 끝나고 우리는 마지막 에드먼턴 수리를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따뜻한 겨울 오후 햇살에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고 있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꽃 나무가 고속도로 양옆으로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우리는 지금 함께 있다.
후덜덜한 가격 때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올리브가든>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빠 덕분에 후회 없이 통 크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해보고, 요즘 내가 제대로 호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느끼한 서양음식도 맛있게 드셔주시는 아빠가 너무 감사하다.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건만 나오면서 김치 한 조각 생각이 간절했던걸 보면 올리브가든은 다시는 못 올 곳이 될 것 같다.
부엌과 화장실 세면대 근처의 전기선은 물이 튀었을 때 자동차단되는 전기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신랑 선배님의 도움으로 깔끔하게 전기 공사를 마쳤다.
아직 방에 커튼을 달지 못했고, 군데군데 페인트를 덧칠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한다. 12월에는 세입자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제는 슬슬 마켓에 광고를 내야 할 것 같다. 알버타에서는 이사하기 제일 꺼려한다는 겨울. 그것도 연말에 과연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쁜 커튼이 있는지 둘러봐야겠다는 핑계로 아빠와 킹스웨이몰에 나왔다. 그런데 몰 근처에 가기도 전부터 길이 주차장처럼 꽉 막혀 움직이질 않았다. '교통사고인가?', '도로 공사 중인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걸 보니 축제가 있었나?' 40분 가까이 지나 겨우 몰 근처에 도착했을무렵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오늘이 산타퍼레이드가 있었던 날이었다. 캐나다에서 산타퍼레이드는 1년 중 아주 큰 행사 중에 하나이다. 병원, 경찰, 소방서 등 공공 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회들이 자동차 또는 마차를 개성 있고 독특하게 장식을 해서 음악과 함께 퍼레이드를 하는 행사이다.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는 산타할아버지를 보는 것도 있겠지만 도로 옆으로 구경 나온 아이들에게 초콜릿, 과자, 사탕, 액세서리, 장난감 등 작은 선물들을 마구마구 쏱아부어주는 신나는 이벤트 이기도 하다. 진작 이 행사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것도 보여드리지 못하고 차속에서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이제는 집수리가 목적이 아니다. 내일까지 아빠 귀국을 위한 선물들을 구입해야 한다. 엄마 합창단 친구분들, 아빠 사무실 동료분들까지 챙기려면 무게와 부피를 잘 고려해서 선물을 골라야 한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꿀? 치약? 초콜릿? 약?
산타퍼레이드는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몰 안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우리 부녀도 한껏 기분을 내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빠.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