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버섯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56> 11월 16일


에드먼튼에 가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금요일이다. 신랑도 출근을 하지 않으니 오전 시간은 오롯이 우리 셋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빠가 좋아하셨던 파마스 마켓에 나가볼 계획이다. 마지막 마켓 방문인데 아빠에게 좋은 추억이 될만한 짧은 외출이 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겨울이 시작되어서 인지 마켓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야채, 과일 등 농장판매부스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빠는 약간 실망하신 모습이었다. )

50년 이상 목공일만 하셨다는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의 판매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나무를 골라 만드셨다는 볼펜이 신랑 마음에 꼭 들었나 보다. 장인어른께 선물해 드리고 싶다며 아빠 몰래 팬 하나를 구입했다.

아빠와 함께 있을 때 가끔 아버님이 생각난다. 아마 신랑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다정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는 시부모님과의 시간들은 신랑에게 아픔이고 그리움일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시간이 신랑에게도 감사함과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리라 믿는다. 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신랑에게 참 고맙다.




오늘의 점심은 아빠의 최고로 자신 있는 요리 중 하나, 제육볶음이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손주들을 생각해서 최대한 안 매우면서 제육의 맛을 느끼게 하려니 힘든 작업이었다고 하셨다. 아빠의 음식에는 항상 감자가 들어간다. 감자 깎는 게 귀찮은 나와는 달리 아빠는 이렇게 부지런하게 모든 음식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신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지만, 절대 똑같을 수 없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빠표 제육볶음




점심시간 후 드디어 큰 맘먹고 버섯 채집에 나섰다. 자신 있게 가자고 큰소리쳤지만 이렇게 나서기까지 비장한 마음과 용기가 필요했다. 들키지 않고 버섯을 담아 올 검은 비닐봉지와 잽싸고 깔끔하게 작업을 완수할 칼을 챙겨 들고 윌모어 파크로 나갔다.

지금까지 많은 버섯을 따봤지만 난 망만 봤을 뿐 한 번도 직접 칼을 사용해서 따본 적이 없었다. 큰소리치고 아빠를 모시고 나왔지만 아빠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무 수피에 달려있는 버섯은 칼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딱 붙어 있었다. 아무리 아빠가 온 힘을 다해 빈틈을 만들어 보려고 해도 칼끝이 들어가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게다가 난 이렇게 공원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게 불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누구라도 나타날까 봐 이미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갑자기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젊은 청년과 마주친 이후로는 버섯이고 뭐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으아! 아빠 빨리! 누가 올 것 같아. 아빠! 그냥 갈까? 안 떨어질 것 같아요. 그냥 가자!"

긴장한 나 때문에 아빠의 손놀림이 더 조급해지셨다. 역시 나쁜 짓은 절대 하지 못할 우리들이다. 죄송하지만 친구분들께는 사진 속 상황버섯을 자랑하시는 걸로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연산 상황버섯



매거진의 이전글제스퍼 올드 포트 포인트 트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