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패미로얄

아빠 방을 정리 중이다.

눈물보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무심한 듯 던져져 있는 서랍 속 동전들.(아마 가지고 계신 동전들은 다 놓고 가셨나 보다.)

신랑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에도 알뜰하게 용돈이 들어있었다.(손주들과 똑같은 금액으로.)

내가 다른 가족들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용돈을 받았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다.

어쩔 수 없다.

혜진이 아빠니까.

혜진이한테만 특별해야 하니까.


내 핸드폰 케이스가 너무 촌스럽고 이쁘지 않다며 계속 말씀하시더니 본인의 케이스를 깨끗이 닦아서 빼놓고 가셨다.

아빠의 고급 케이스는 역시 부드럽고 그립감도 좋다.

덕분에 나도 예쁘고 튼튼한 케이스가 생겼다.(사실 핸드폰을 너무 자주 떨어뜨려서 핸드폰 보호 차원에서 가장 투박하고 두꺼운 케이스를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 안경을 맞추러 안경점에 함께 들린 적이 있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유독 비쌌던 아이들의 안경값을 들으시곤 입을 다물지 못하셨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안경테가 명품도 아닌데 말이다.

책상 위에 안경집 하나가 놓여있었다.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아빠는 자신이 쓰시던 다초점 금태 안경을 놓고 가셨다.

'이 안경태가 훨씬 좋고 이쁘다. 이거 사용해서 안경하나 해라'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아빠의 안경에는 안경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이 싸다고 해도 그건 다초점 안경이었는데!


아빠의 편지는 아직도 읽지 못했다.

신랑의 편지를 몰래 읽어보려다 주책맞게 눈물이 주주룩 흘러내려 한 글자도 읽어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 편지를 읽어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다.


아빠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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