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by 패미로얄

데이비드가 다녀갔다.

그는 베트남에서 온 17살, 아들의 친구다. 캐나다 정부가 이민자들의 비자발급에 제동을 걸면서 불행하게도 그 아이의 부모는 비자연장을 하지 못했다. 부모가 일을 하지 못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고 그들은 베트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이의 가장 큰 바람은 고등학교라도 캐나다에서 졸업하고 18살 성인이 되면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해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취업도 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의지도 강하고 머리도 좋은 아이는 기특하게 온라인으로 G12(고등학교3학년) 과정을 틈틈이 이수해 왔었다. 내년 2월 전에(부모님의 비자 만기 날)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겠다는 게 아이의 계획이었다. 데이비드 가족은 캐나다에서 하루라도 더 버티기 위해 가구를 팔고, 차도 처분하며, 음식은 푸드뱅크에서 도네이션을 받는 듯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 여름동안 아이에게 잔디 깎는 일을 부탁했다. 데이비드는 정말 배려심 많고 성숙한 아이다. 잠깐의 대화 속에서도 자기 자신보다는 나이 드신 부모님을 더 생각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가용이 없는 엄마가 마트까지 걸어 다녀야 한다며 마음 아파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지, 장을 볼 때면 데이비드 아니, 데이비드 엄마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어 여유 있게 계란, 과일, 야채를 구입하게 된다.

G12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쩌면 부모들은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실 한 번도 그의 부모를 만난 적이 없다.


"공부하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2월 전에 G12과정을 마칠 수 있어요! " 라며 환하게 웃던 아이의 얼굴은 의젓했고, 자신감 넘쳤으며, 희망차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 아이의 어깨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까닭은 뜨거운 여름 햇빛 때문이 아니었다.


"저... 혹시 9월에 우리 가족을 공항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요?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 응??"


"부모님이 더 이상 수입 없이 2월까지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부모님께 너무 가혹 일인 것 같아요..."


"그럼 학교는?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캐나다에서 마무리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 공항까지 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부탁드려요"


"공항은 데려다줄 수 있는데..... 괜찮겠어?"


"온라인으로 자격증 시험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거라도 해보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요."


나였다면 2월까지 어떻게든 캐나다에 머물겠다고 때를 썼을지도 모른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부모님께 악을 썼을 수도 있다.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이 상황을 원망하고 부모님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 걱정뿐이었다. 그의 부모가 우리에게 가서 공항까지 데려다 달라 부탁해 보라고 이야기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데이비드는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돕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가 돌아가고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했다. 17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잔인하고 불공정하다. 그 상황에서도 방법이 있을 거라며 웃어 보이는 아이 앞에서, 난 초라하고 힘없는 어른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꿈을 찾아 포기하지 않는 데이비드야 말로 나보다 더 성숙한 어른인 것 같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