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by 패미로얄

주말 내내 신랑과 단둘이 에드먼튼 딸아이 집에 남았다

이사를 준비하는 아들은 본가에서 짐을 싸고 있고, 시험이 이제 막 끝난 큰딸은 친구들과 자유를 외치며 "엄마! 나 12시에 들어온다!"라며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

내 딸이라기보다는 남의 딸이라고 불릴 만큼 친구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막내는 에드먼튼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가족의 일원이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히 사라졌다.


신랑과 나의 동상이몽은 이렇게 둘만 남을 때 아주 분명해진다.


주말만큼은 마음껏 게을러지고 싶은 나는

분위기 있고, 게으르다 싶을 만큼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부산을 떠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맛있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핸드 드립 커피를 준비하고, 과일을 예쁘게 잘라 접시에 담는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크로와상은 오븐에 넣어 바삭함과 담백함을 업그레이드시킨다. 이제 예쁘게 플레이팅 된 식탁에 앉아 한 손엔 커피잔을 한 손엔 책을 들고 아주 느리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잠옷을 입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주말의 신랑은 아이들 셋을 합친 것보다 더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집안에 은은하게 크로와상과 커피 향이 흩어지면 신랑이 나타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보다 더 높은 볼륨으로 정치뉴스를 들으며 그들을 향한 노여움과 독기를 가득 품은 채 식탁 앞에 앉는다. 음악 소리 때문에 점점 높아지는 신랑의 핸드폰 소리는 마치 확성기 같다. 우리의 아침식사는 여기서부터 어긋난다.

후다닥 아침식사를 마친 신랑은 기타를 가져와서 연주를 시작한다.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락커처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더니 어느새 바이올린을 들고 나와 깽깽거린다. 바이올린 다음에는 색소폰이다. 물론 10년 전보다는 신랑의 연주실력이 일취월장하긴 했다. 이제는 연주하는 곡마다 어떤 곡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딱 내 옆에 앉아 계속 나의 의견을 묻는다는 것이다.


"여기 코드 맞는 거야?

"나 쫌 어땠어?"

"많이 늘은 것 같아?"

"아! 나 필이 왔어! 들었어? 당신 들었어?"

"아직도 밥 먹어? 나 언제까지 기다려?"

"나랑 같이 연주하고 싶은 곡 없어?"


마음껏 연습하라고 지하에 연습실도 만들어 줬건만, 악기들을 다 끌고 올라와서 결국은 식탁옆 내 자리에 하나둘 늘여놓기 시작한다. 악기는 눈에 보여야 연습이 된다면 절대 정리하지 말라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앞으로 둘만의 시간이 늘어날 텐데 50을 시작하는 이 시점 단짝과의 관계성립이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 같다. 게으른 여유로움을 사수하려는 나는 과연 버티는 자로 남게 될 것인가, 아니면 좋은 협상가가 되어 단짝과의 관계 성립에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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