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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미로얄 Jun 29. 2023

그대가 첫 집들이 손님인가요

캐나다에서 집주인 아줌마 되기

변호사를 통해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두꺼운 서류더미가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각 서류 마지막 끝자락에 우리의 이름이 프린트되어있고, 떨리고 흥분되는 손으로 사인을 했다. 이제 정말 우리 집이다!

듀플렉스에 네 가정이 살 수 있는 네모 반듯한 우리 집이 생겼다. 세입자를 구하기 전 우리는 침낭과 베개를 챙겨 들고 새집으로 향했다. 비록 아무런 가구하나 없지만 침낭이라도 깔고 하룻밤 자고 싶었다. 아이들은 마치 캠핑에 온 것처럼 들떠 위아래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춥기로 유명한 알버타 겨울이었지만 휑하기만 한 집이 하나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입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kijiji(판매사이트)에 올리고 광고펫말을 만들어 집 앞에도 걸어두었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선택되는 일만 남았다. 마치 레스토랑을 오픈한 초보 주방장이 자신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그런 순간 같았다. 하지만 누가 내 음식에 물을 쏟았는가?


에드먼튼에 볼일이 있어 잠깐 외출한 김에 집을 다시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혹시나 청소를 빠트린 곳은 없는지 살펴볼 목적이었다. 위층을 돌아보고 지하로 내려간 순간 왠지 거실 바닥 카펫이 촉촉해 보이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으로 살짝 발을 디뎌보았다. '철퍼덕!' 물이 발등까지 올라왔다. 화들짝 놀라 자세히 살펴보니 지하 전체에 물이 차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물이 차올랐는지 알 수가 없다. 부랴부랴 신랑에게 전화를 하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다.

침수 원인은 하수도가 막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안의 하수도가 아니라 집과 도로로 연결된 하수도가 흙으로 막혀 물이 역류를 했다고 한다. 간밤에 비가 억수로 내리더니만...

전문가를 불러 마당을 파고 막혀버린 파이프를 찾아 깨끗하게 뚫는 공사를 했다. 겨우내 에드먼튼 시에서 도로확장공사를 했는데 이때 흘러들어 간 흙이 하수도를 막은 것 같다는 전문가의 견해였다. 우리는 에드먼튼 시에 편지를 보냈다. 어떻게든 보상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우리 집이 위치한 도로 쪽으로 벌써 우리같이 침수된 집들이 몇 가구 더 나온 걸 보면 분명 도로확장공사로 인한 피해가 분명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에드먼튼 시는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는 수리비 일부분을 집보험으로 보상받았다.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 물난리가 나서 다행이야. 만약 이사 들어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 일이 더 커졌을지도 몰라. 세입자들 피해보상까지 다해줘야 했을지도 모르잖아? 감사하게 생각하자. 정말 다행이야." 

"새로 벽지도 하고 바닥에 카펫도 새것으로 깔았으니 더 새집 같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신랑과 나는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했었다. 


1년 뒤, 집보험을 갱신해야 했을 때 침수로 인해 보상받은 히스토리 때문에 몇 년간 하수도 사고 관련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이후로 침수사건은 없었지만 보험이 왜 중요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참고로 우리는 세입자들에게 세입자 보험을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물론 집주인인 우리가 렌트보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보험은 집에 관한 보험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겼을 때 세입자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가령 집이 침수가 되었을 때 집수리에 관한 비용과 파손된 가구에 관한 피해보상은 커버되지만 수리를 하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임시거처나 그 외 피해보상은 전혀 커버되지 않는다. 의외로 세입자 보험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권유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우리는 아주 요란스럽고 거창하게 반갑지 않은 첫 집들이 손님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첫 새 식구를 만날 수 있었다.

 

by 패미로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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