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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미로얄 Jun 22. 2023

캐나다에서 집주인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집주인 아줌마 되기

2016년 집주인이 되었다. 먼 나라 먼땅 캐나다 알버타에서.

정확이 말하면 집주인아줌마가 된 것이다. 그것도 두채.

내가 지금에 와서 이 글을 기록하는 이유는 진짜 제대로 된 집주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집주인을 꿈꾸는 새내기들에게 다양한 경험들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앞으로 펼쳐질 집주인 대 환장파티를 읽고 있으면 여기저기 집주인들의 이런 반응들이 나올 것 같다.

"맞아! 나도 그랬어." 

"나는 **** 한 일도 있었어!"

"그건 약하지! 내 이야기 좀 들어봐."

그만큼 집주인들은 할 말이 많다. 단지 말할 곳이 없을 뿐...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너 집 두 채라고 자랑하냐? 집 있고 돈 많으면 그 정도 고생은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돈이 많아서 집을 산 게 아니다.

돈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모든 걸 걸고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집주인이 된다는 건 정말 상상이상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만약 우리가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했더라면 이런 고민은 줄어들었을까? 안타깝게도 한 번도 한국인 세입자를 만나본적이 없어 정답은 모르겠다. 내가 만났던 일명 백인들, 케네디언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쩔쩔매는 원주민(펄스트네이션)들을 만나며 겪었던 일들을 이곳에 쏟아보려 한다. 속 시원하도록!

 


우리는 가진 것을 모두 털어 다운페이(보증금)를 하고 에드먼턴에 오래된 듀플렉스를 구입했다.

듀플렉스란 두 집이 서로 한집처럼 붙어있는 주택으로 법적으로 두 가정이 살 수 있는 하우스 형태이다.



너무 낡아서 부엌 케비넷도, 방 카펫도 또 화장실도 내 마음엔 들지 않았지만 전주인 아저씨가 애지중지 열심히 집을 관리해서인지 겉으로도 깔끔하고 안정된 보이는 작고 아담한 집이었다. 새로운 새입자를 위해 신랑과 함께 오븐과 냉장고를 구입해서 설치하고 전에는 없었던 식기세척기까지 설치해 놓고 보니 새로 시작하는 젊은 가정에게 또는 바쁜 직장인에게 충분히 아늑하고 살만한 공간 같아 보였다.

위층은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거실과 부엌으로 구성된 Two bedroom 그리고 지하에는 널찍한 방과 화장실, 작은 부엌 그리고 패밀리 룸으로 사용되었을 위층보다 넓은 거실로 구성된 One bedroom 듀플렉스이다.


처음 이 집을 소개받은 건 어떤 젊은 캐네디언 리얼터로 부터였다. 리얼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 새내기 남자는 정말 열심히 성심을 다해 남편을 설득했고 에드먼턴 지리와 환경 그리고 아직까지 이들의 문화도 잘 몰랐던 우리는 그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두 하우스에 네 집을 랜트로 돌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한집에 위층과 아래층을 따로 랜트를 준다면 우리는 총 4 가구의 랜드로드(집주인)가 되는 것이다.  

행복했다. 이제 정말 고민 끝, 고생 끝, 행복이 시작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랜트를 주고 1년도 안 돼서 우리는 아주 놀랍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두 집 살림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어도 정부, 즉 에드먼턴 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도를 제출하고, 창문크기와 문크기 기타 전기시설과 배수시설을 점검받은 뒤 1차 허가가 떨어지면 다시 소방당국에 신고를 해서 지하공간이 거주가 가능한 공간인지 검사를 받고 최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저런 과정을 다 거친 후 정식 허가가 떨어져야 법적으로 위층 아래층 따로 랜트를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이런 목적으로 집을 권유했던 젊은 리얼터도 이 사실을 몰랐으며, 우리에게 집을 팔았던 그전 주인도 이사실을 모른 체 지금까지 랜트사업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집을 팔기 위해 둘이 입을 맞춰서 아무 말도,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어리숙한 동양인에게 집을 팔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어떤 친절한 익명의 사람이 신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너 지금 불법으로 랜트 주는 거 알고 있어? 나 이거 고발할 거야."라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어떤 거래로 협박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시콜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신랑이 아니기에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우리는 1차 에드먼튼시에 설계도를 제출하고 랜트용으로 지하를 사용하고 싶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퍼밋신청을 위해 $423불씩 지출되었다. 아직 2차 허가는 진행 중이며 다행히 지금은 각 유닛에 한가정만 랜트를 주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된다는 건 시작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을 구입하기 전 집 주면 환경을 잘 살펴야 한다. 지도로 보고 집계된 통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한다. 내가 마치 그 집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처음에 이 집을 선택한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 블록 건너에 초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가정에게 딱 맞는 집이라는 생각에 쉽게 새입자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계획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문제는 그 학교가 일반 공립학교가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틀별학교였던 것이다. 캐나다 원주민들을 위한 first nation school이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원주민들이 다니는 학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학교 이름에도 전혀 그런 표기가 없었기에 당연히 일반 공립학교라고 생각했었다. 

인종차별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으나 7년 넘게 경험해 본 결과 원주민들 중 무난하게 정상적으로 1년계약을 마치고 기분좋게 이사를 나간 새입는 단 한가정도 없었다. 정부보조로 살아가는 그들은 모든 것이 아쉽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법적 우월권을 행사하며 우리를 참 힘들게 만들었다. 집을 볼 때 편의시설, 교통, 교육환경, 의료시설 등 지리적, 환경적 조건들을 살펴보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할 수만 있다면 주변 학교의 랭킹까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끔 한국 커뮤니티를 보면 부동산 동호회 또는 부동산 카페를 통해 서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임장을 다니는 분들이 참 부럽다. 언젠가는 이 집을 정리해야 할 때는 좀 더 많은 정보로 성숙한 모습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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