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미로얄 Dec 07. 2023

1000피스의 시간

Edson, Alberta, Canada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집마다 오래된 퍼즐박스를 꺼내 놓는다

#정해진 마감 시간 없이 테이블 옆을 지날때 마다 누군가가 퍼즐피스를 맞춰 놓는다

#시간낭비 라고 생각했다

#이쁘지도 않는 이 그림을 왜 맞추고 있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골사람들은 저녁에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시간 때우기 일들을 하는건가 생각했다

#몇 년전 옆집 할머니로 부터 퍼즐박스를 선물 받았다

#매년 남편과 함께 했던 퍼즐인데 치매에 걸린 남편과 더 이상 퍼즐을 할 수 없을것 같다며

#오래되고 낡은 퍼즐박스를 들고 오셨다

#미련하다 비난했던 퍼즐의 세계에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끌려 들어왔다

#저녁마다 테이블로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눈은 퍼즐조각들을 찾기에 분주했지만 아이들과 아빠가 도란도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집잃은 퍼즐조각들이 하나, 둘 씩 자기자리를 찾아 들어갈때는 뭔가 모를 희열감이 느껴졌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퍼즐을 맞출때 마다 아이들이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려는 성급한 마음도

#꼭 완성 해야 한다는 욕심도 없다

#이 순간 만큼은 나의 감정과 나의 시간에 온전한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기는 것 같았다

#12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왜 캐나다 시골마을 집집마다 오래된 퍼즐박스를 꺼내놓는지 알 것 같다

#12월 난 패밀리룸 가운데에 퍼즐을 펼쳐 놓았다

#1000피스의 시간들을 꼼꼼하게 주어 모으며

#2023년의 시간들을 곱게 담아 간직하고

#2024년의 시간들을 예쁘게 설계하는 12월이 되기를 바라며

#퍼즐을 맞추는 동안 내가 몰랐던 사춘기 아이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전 06화 위로가 되고 싶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