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서울 강남 어느 건물의 지하 연습실에 불이 켜진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 A는 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 하지만 이 거울은 단순한 거울이 아니다. 그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있다. 트레이너의 평가, 월말 테스트, 데뷔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기획사 임원들, 그리고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는 대중들.
A는 춤을 춘다. 노래한다. 표정을 연습한다. 카메라 앞에서 자기소개를 반복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몇 번을 반복해도 트레이너는 고개를 젓는다. "다시. 더 밝게. 더 자연스럽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이것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대타자(the Other)'의 욕망에 주체를 맞추는 과정이다. K-pop 산업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대타자 앞에서, 수많은 연습생들이 '아이돌'이라는 주체로 태어나기 위해 자신을 조각한다.
2010년, 방탄소년단의 멤버들도 이런 연습생이었다. 작은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지하 연습실에서, 그들은 어떻게 '방탄소년단'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K-pop 산업이라는 대타자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상징계의 구조 - K-pop 시스템의 해부
기획사라는 아버지의 이름
라캉은 '아버지의 이름(Name-of-the-Father)'이라는 개념을 통해 상징적 질서의 권위를 설명한다. K-pop 세계에서 기획사는 바로 이 아버지의 역할을 한다. SM, YG, JYP라는 3대 기획사는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은 법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주체를 승인한다.
빅히트는 2010년 당시 이 상징계의 변방에 있었다. 방시혁 대표는 JYP 출신의 작곡가였지만, 기획사 대표로서는 신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변방성'이 BTS의 정체성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증명해야 했어요." RM은 후에 인터뷰에서 말한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했죠." 이것은 라캉이 말한 '상징계 진입의 불안'이다. 주체는 대타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연습생 시스템: 주체화의 공장
K-pop의 연습생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독특하다. 수년간의 훈련, 월말 평가, 치열한 경쟁. 이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주체 생산 과정'이다.
라캉에 따르면, 주체는 상징계에 진입하면서 형성된다. 언어를 배우고, 규칙을 익히고,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한다. 연습생들은 춤, 노래, 랩, 외국어, 매너, 표정 관리 등을 배우면서 '아이돌의 언어'를 습득한다.
정국은 13살에 빅히트 연습생이 되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소년은 서울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했다. "형들이 다 무서웠어요"라고 그는 회상한다. 이것은 단순한 선후배 관계가 아니다. 상징계의 선임자들을 통해 규칙을 배우는 과정이다.
월말 평가: 대타자의 시선
매달 마지막 주, 연습생들은 평가를 받는다. 실력의 향상도, 태도, 팀워크 등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다. 이것은 라캉이 말한 '대타자의 시선' 아래 놓이는 경험이다.
슈가는 이 시기를 "지옥 같았다"고 표현한다. "매일 밤 연습실에서 살았어요. 평가에서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는 덧붙인다. "그 시간이 저를 만들었죠."
라캉은 주체가 대타자의 욕망을 추측하고 그것에 맞추려 한다고 설명한다. "대타자가 내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Che vuoi?)" 연습생들은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진다. 기획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빅히트라는 특수한 대타자
방시혁의 철학: "음악과 아티스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를 만들고 싶다." 이것은 K-pop 산업의 일반적 문법과는 다른 것이었다.
라캉적 관점에서 이것은 '대타자의 분열'이다. K-pop 산업이라는 대타자의 일반적 요구(완벽한 칼군무, 정형화된 컨셉)와 빅히트라는 특수한 대타자의 요구(진정성, 음악성) 사이의 긴장.
RM은 언더그라운드 래퍼 출신이었다. 그에게 아이돌이 되는 것은 일종의 '상징적 거세'였다. "랩 하는 친구들한테 욕 많이 먹었어요. 배신자라고." 하지만 방시혁은 그에게 다른 길을 제시했다.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 대신 아이돌의 틀 안에서."
자작곡과 자기 서사: 주체성의 보존
빅히트는 BTS 멤버들에게 자작곡을 쓰도록 독려했다. 이것은 당시 K-pop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주어진 곡을 부르고, 주어진 컨셉을 수행한다.
라캉은 '충동(drive)'과 '욕망(desire)'을 구분한다. 충동은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이지만, 욕망은 상징계를 통해 구조화된다. BTS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대타자의 욕망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상징화하는 과정이다.
슈가의 "The Last"에서 그는 우울증과 강박을 고백한다. "I don't give a shit, I don't give a fuck / 그런 수백 번 내 자신을 향한 말들." 이것은 K-pop 아이돌의 일반적 서사가 아니다. 빅히트라는 대타자는 이런 '일탈'을 허용했고, 오히려 장려했다.
실패의 수용: 상징계의 유연성
2013년 데뷔 초, BTS는 실패했다. 음악 방송 1위는커녕, 주목도 받지 못했다. 일반적인 K-pop 시스템에서는 빠른 포기와 재데뷔가 수순이다. 하지만 빅히트는 기다렸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방시혁의 메시지. 이것은 라캉이 말한 '욕망의 윤리'와 연결된다. 완벽한 수행이 아니라, 욕망에 충실한 것. BTS는 실패 속에서도 자신들의 음악을 고집했다.
진은 당시를 회상한다. "우리끼리 '실패한 아이돌'이라고 자조했어요. 그런데 회사는 포기하지 않았죠. 오히려 '너희 이야기를 더 해봐'라고 했어요."
데뷔, 그리고 상징계 진입의 의례
2013년 6월 13일: 주체의 탄생
데뷔는 K-pop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연습생에서 아이돌로 전환되는 통과의례. 라캉적 의미에서 이것은 '상징적 거세'를 통한 주체의 탄생이다.
"No More Dream"의 가사를 보자. "꿈이 뭐니? 꿈이 없다면 매일을 살아." 데뷔곡부터 그들은 K-pop의 전형적 서사를 거부했다. 사랑 노래도, 파티 송도 아닌, 청춘의 불안을 말하는 노래.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라캉은 주체가 상징계에 진입할 때 필연적으로 '소외(alienation)'를 경험한다고 했다. BTS의 데뷔는 바로 이 소외의 경험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것과 대중이 원한 것 사이의 불일치.
방송국이라는 또 다른 대타자
한국의 음악 방송 시스템은 독특하다. KBS, MBC, SBS의 음악 프로그램들. 매주 순위가 매겨지고, 1위가 선정된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대타자다.
신인 BTS는 이 시스템의 최하층에 있었다. 대기실도 작고, 방송 시간도 적고, 대우도 달랐다. 지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한다. "선배님들 지나갈 때마다 90도로 인사했어요. 우리 존재를 알리려고."
라캉의 '인정 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 개념이 여기 적용된다. 주체는 대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을 위험도 있다.
팬카페와 초기 팬덤: 작은 타자들
데뷔 초 BTS의 팬카페 회원은 몇 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작은 커뮤니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캉은 '작은 타자(autre)'와 '대타자(Autre)'를 구분한다. 초기 팬들은 BTS에게 작은 타자였다.
"팬카페에 일일이 댓글 달았어요"라고 정국은 회상한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했으니까." 이것은 단순한 팬 서비스가 아니다. 작은 타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주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팬들과 BTS의 관계가 수평적이었다는 점이다. 팬들은 BTS를 "우리 애들"이라고 부르며 육성하는 느낌을 가졌다. 이것은 일반적인 스타-팬 관계와는 다른, 상호 구성적 관계였다.
힙합이라는 상징계와의 충돌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RM과 슈가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출신이다. 한국 힙합 씬에서 아이돌이 되는 것은 일종의 '배신'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두 개의 상징계 사이의 충돌이다.
라캉은 주체가 여러 상징계에 동시에 속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긴장과 모순이 발생한다. BTS의 래퍼들은 이 모순을 안고 살아야 했다.
"왜 하필 아이돌이냐"는 비난. 슈가는 "Agust D" 믹스테입에서 답한다. "I'm sorry 진짜 미안해 / 니가 말하는 진정성 난 잘 몰라." 이것은 단순한 반박이 아니라, 상징계의 규칙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힙합과 K-pop의 혼종
BTS는 힙합과 K-pop을 융합했다. 이것은 라캉이 말한 '봉합(suture)' 작업이다. 두 개의 상징계를 연결하고,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쩔어"에서 그들은 노래한다. "난 좆밥이었고 이제는 메인디쉬." 거친 힙합 언어를 K-pop 무대에 올린다. 동시에 칼군무를 추고, 아이돌의 문법도 따른다. 이 이중성이 BTS의 정체성이 되었다.
제이홉은 원래 스트릿 댄서였다. 그에게 아이돌 춤은 새로운 언어였다. "처음엔 어색했어요. 표정 연기하는 것도,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이는 것도." 하지만 그는 두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법을 배웠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대타자의 등장
소셜 미디어: 새로운 상징계
2014년부터 BTS는 적극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했다. 트위터, 유튜브, 브이라이브. 이것은 기존 K-pop 시스템을 우회하는 전략이었다.
라캉은 상징계가 언어로 구조화된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상징계다. 해시태그, 리트윗, 좋아요. 이 새로운 문법을 BTS는 빠르게 습득했다.
"방탄밤"이라는 일상 공유 콘텐츠. 멤버들이 직접 찍고 편집한 영상들. 이것은 기획사의 통제를 벗어난 직접 소통이었다. 대타자(기획사)를 거치지 않고 작은 타자들(팬)과 만나는 것.
KCON과 해외 진출: 더 큰 대타자
2014년 KCON LA 출연.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선 BTS. 이것은 더 큰 대타자와의 만남이었다. 글로벌 음악 시장이라는 거대한 상징계.
"영어를 못해서 너무 답답했어요"라고 RM은 회상한다. 언어는 상징계의 핵심이다.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그 상징계에서 충분한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흥미롭게도, BTS는 한국어를 고집했다. 대부분의 K-pop 그룹이 해외 진출 시 현지화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이것은 라캉이 말한 '증상(symptom)'의 고집이다. 자신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
학교 3부작과 청춘 서사
"화양연화": 상징계 비판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는 전환점이었다. 청춘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담은 이 앨범은 K-pop의 일반적 서사를 넘어섰다.
라캉은 '대학 담화(university discourse)'와 '히스테리 담화(hysteric's discourse)'를 구분한다. 대학 담화가 지식의 전달이라면, 히스테리 담화는 질문과 저항이다. BTS는 히스테리 담화를 선택했다.
"I NEED U"의 뮤직비디오. 자살, 폭력, 방황을 다룬다. 이것은 K-pop 아이돌에게 기대되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빅히트와 BTS는 대타자의 기대를 배반했다.
청춘의 고통: 실재의 노출
"뱁새"에서 그들은 노래한다. "노력해봤자 전부 돈 타령." 이것은 한국 사회라는 대타자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다.
라캉은 '실재(the Real)'를 상징화할 수 없는 것으로 정의한다. 청춘의 진짜 고통, 사회의 모순. BTS는 이 실재를 노래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중은 반응했다.
"화양연화 pt.2"는 첫 주 판매량 20만 장을 돌파했다. 이전 앨범의 3배. 대타자의 기대를 배반했는데 오히려 성공한 것. 이것은 라캉이 말한 '향유(jouissance)'의 역설이다.
빅히트의 성장과 대타자의 변화
중소기획사에서 대기업으로
2017년, BTS의 성공과 함께 빅히트도 성장했다. 매출 수천억, 직원 수백 명. 더 이상 작은 기획사가 아니었다.
라캉적 관점에서 이것은 흥미로운 전환이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작은 타자에서 대타자로. 빅히트 자체가 K-pop 산업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표준이 되었어요"라고 방시혁은 말한다. 자작곡, 소셜 미디어 활용, 스토리텔링. BTS와 빅히트가 만든 방식이 업계 표준이 되었다.
위버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상징계
2019년 빅히트는 위버스를 런칭한다.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이것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상징계의 창조다.
라캉은 상징계가 주체를 구조화한다고 했다.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재구조화한다. 기존 소셜 미디어와는 다른 규칙, 다른 언어.
"위버스에서는 더 편하게 소통해요"라고 정국은 말한다. 트위터와 달리, 위버스는 빅히트가 만든 규칙이 지배하는 공간. 대타자가 직접 만든 소통의 장.
미국 진출과 문화적 대타자
2017년 AMAs: 인정의 순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 BTS가 "DNA"를 부른다. 한국어로. 이것은 상징적 순간이었다.
라캉은 '인정(recognition)'이 주체 형성의 핵심이라고 했다. 미국 주류 음악계의 인정. 이것은 글로벌 문화 헤게모니라는 대타자의 승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BTS는 완전한 동화를 거부했다. 한국어 가사, 한국적 퍼포먼스. 이것은 라캉이 말한 '분리(separation)'의 과정이다. 대타자의 인정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
그래미의 욕망: 도달할 수 없는 대상
그래미 어워드. 음악계의 최고 권위. BTS는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이것은 라캉의 '대상 a(objet petit a)'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대상 a는 욕망의 원인이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 그래미는 BTS에게, 그리고 K-pop 전체에게 이런 존재가 되었다. 계속 추구하지만 닿지 않는 것.
"그래미가 전부는 아니에요"라고 RM은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받고 싶죠"라고 덧붙인다. 이 이중성이 욕망의 본질이다. 알면서도 추구하는 것.
팬데믹과 시스템의 재구성
2020년: 대타자의 부재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 K-pop 시스템의 핵심인 대면 공연이 불가능해진 것. 이것은 대타자의 일시적 부재 상황이었다.
라캉은 대타자의 부재가 불안을 야기한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그룹이 방향을 잃었다. 하지만 BTS와 빅히트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온라인 콘서트 "Bang Bang Con". 과거 공연 영상을 무료로 공개. "Map of the Soul ON:E".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공연.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창조했다.
"Dynamite": 영어라는 타협
2020년 8월, "Dynamite" 발표. BTS 첫 영어 곡. 이것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라캉적 관점에서 이것은 '상징적 동일시'의 확장이다. 영어권 대타자의 언어를 완전히 수용한 것. 일부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한국어의 BTS"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빌보드 Hot 100 1위. 그래미 노미네이트. 영어라는 타협이 가져온 성과. 라캉은 주체가 대타자와 협상한다고 했다. "Dynamite"는 그 협상의 결과였다.
하이브의 탄생과 새로운 질서
2021년: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이었다.
라캉은 '기표(signifier)'의 변화가 주체를 변화시킨다고 했다. 하이브는 더 이상 BTS만의 회사가 아니다. 여러 레이블, 여러 아티스트를 거느린 복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BTS 입장에서 이것은 미묘한 변화였다. 자신들이 만든 회사가 자신들을 넘어서는 것. 대타자가 더 거대해지는 것. 일부 팬들은 불안해했다. "BTS가 여러 그룹 중 하나가 되는 건가?"
다중 레이블 시스템: 상징계의 다층화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을 운영한다. 빌리프랩, 쏘스뮤직, 어도어, 플레디스. 각 레이블은 독자적 색깔을 갖는다.
이것은 라캉이 말한 '상징계의 다원화'다. 하나의 거대한 규칙이 아니라, 여러 규칙들의 공존. BTS가 만든 성공 방식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인정.
방시혁은 말한다. "각 레이블이 자율성을 갖되, 하이브의 철학을 공유한다." 이것은 복잡한 구조다. 통일성과 다양성의 공존. 대타자이면서 동시에 대타자가 아닌 것.
주체의 분열과 개별 활동
2022년: "Yet to Come"과 이별
2022년 6월, BTS는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한다. "Yet to Come"이 마지막 단체 앨범이 되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라캉은 주체가 본질적으로 분열되어 있다고 했다. BTS라는 집단 주체도 결국 일곱 개의 개별 주체로 분열했다. 이것은 필연적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각자의 삶이 있어요"라고 RM은 말한다. 그룹 활동에서는 보이지 않던 개인의 욕망들. 제이홉의 다크한 힙합, 정국의 팝스타 꿈, 뷔의 재즈 감성.
군대: 국가라는 대타자
한국의 병역 의무.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대타자다. 국가의 호명, 시민의 의무. K-pop 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멤버들이 차례로 군대에 간다. 이것은 K-pop 시스템 밖의 또 다른 상징계로 진입하는 것. 군대의 규칙, 위계, 언어.
팬들은 군복 입은 멤버들의 사진에 열광한다. "멋있다", "자랑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상실감도 느낀다. 아이돌이 아닌 군인이 된 그들. 대타자가 바뀌면 주체도 바뀐다.
K-pop 시스템의 글로벌화
한류의 대타자화
BTS의 성공 이후, K-pop은 글로벌 현상이 되었다. 이제 K-pop 자체가 하나의 대타자가 되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K-pop 아이돌을 꿈꾼다.
라캉은 상징계가 문화적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K-pop이라는 한국적 상징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 이것은 문화적 헤게모니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국, 일본, 태국, 인도에서 K-pop 오디션이 열린다. 현지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식 트레이닝을 받는다. 대타자의 언어를 배우는 것.
로컬과 글로벌의 긴장
하이브는 미국에 진출한다. 스쿠터 브라운과 합작, 현지 아티스트 육성. 하지만 이것이 과연 K-pop인가?
라캉은 상징계가 특정한 문화적 맥락을 갖는다고 했다. K-pop의 한국성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시스템? 방법론? 아니면 정신?
"K-pop의 정의가 바뀌고 있어요"라고 방시혁은 말한다. 더 이상 한국 아이돌만이 아니라, 하나의 글로벌 장르로. 대타자가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것.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대타자
AI와 메타버스
하이브는 AI 기술에 투자한다. 가상 아이돌, 디지털 휴먼.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주체를 만드는 시도다.
라캉의 이론은 인간 주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AI 아이돌은? 그들도 주체인가? 아니면 순수한 대타자의 창조물인가?
"MIDNATT"라는 가상 걸그룹 프로젝트. 실제 인간이 없는 아이돌. 팬들은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상상적 동일시가 가능할까?
NFT와 소유의 욕망
하이브는 NFT 사업도 시작했다. 디지털 포토카드, 한정판 콘텐츠. 팬들이 '소유'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