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도 포기한 마음의 미스터리

by 홍종민

최근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 뉴스가 있었다. 해외 출장 중이던 40대 직장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그 순간, 한국에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연이었다. 시차 6시간, 그 어떤 연락도 없었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했지만, 정말 그럴까? 비슷한 사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멀리 떨어진 쌍둥이가 동시에 같은 꿈을 꾸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가 서로에게 같은 날 안부 전화를 거는 일들 말이다. "이역만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알 수 있다는 뜻이에요. 어떤 강력한 유대 속에서 그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죠"(김서영, 2024: 48).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마음의 신호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안테나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일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네 한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가 그렇다. 15년째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단골손님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상해요. 어떤 손님이 힘들어할 때가 있으면, 그날 따라 그 손님이 자꾸 생각나요. 그러면 정말로 그 손님이 어려운 일을 겪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년간 반복되다 보니 확신이 섰다는 것이다. 한 할머니는 평소보다 30분 늦게 오시거나, 아니면 아예 안 오시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한다고 했다. "그럴 때 전화드리면 정말로 몸이 아프시거나 집안에 일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김서영에 따르면,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을 과학으로 여겼다. 추측이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도 인정했다. 멀리 떨어진 어머니가 아들의 위험을 감지하거나, 아버지가 딸의 출산 순간을 직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현상들의 실재성을 부정할 수 없어서 그는 이를 '텔레파시적 전갈'(김서영, 2024: 48)이라 명명한 것이다.

그 카페 사장님의 경험이 바로 그거다. 15년 동안 매일 만난 사람들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상대방이 아프거나 힘들어할 때 보내는 무의식의 신호를 포착하게 되는 거다. 이건 추측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무의식 깊은 곳에 새겨져서,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 사장님은 이런 경험을 통해 단골손님들을 진짜 가족처럼 여기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그냥 장사였는데, 이제는 정말 걱정도 되고 안부도 궁금하고 그래요. 이상하죠?" 마치 특별한 주파수에 맞춰진 라디오처럼, 그 사람만의 고유한 신호를 포착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과학이 닿지 않는 마음의 영토


프로이드는 현명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를 보였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성급한 해석 대신 보류와 기다림을 택한 것이다. 언젠가는 과학이 발전해서 이런 현상들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경험 자체의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중요한 건 경험 자체의 의미다. 그 카페 사장님은 이런 경험을 통해 손님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커피를 파는 관계가 아니라, 진짜 마음으로 연결된 사이가 된 거다. 어떤 손님이 며칠 안 보이면 걱정이 되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게 된다고 했다.

"한 번은 단골 아주머니가 일주일 넘게 안 오셔서 집까지 찾아간 적이 있어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요. 그랬더니 정말로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더라고요."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직감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인간다움이 아닐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해져도 대체할 수 없는 마음과 마음의 연결 말이다. 최근 화제가 된 AI와 사용자의 감정적 교감도 결국 인간이 만든 기술이다. 진짜 연결은 설명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이런 경험은 상징화될 수 없고 언어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은 연결은 논리를 넘어선 곳에 있다. 그 카페 사장님이 단골손님들의 변화를 직감하는 능력도 일종의 사랑의 표현이다. 오래 함께하면서 형성된 마음의 유대감이 만들어낸 특별한 감수성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단순히 기억으로만 저장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 톤, 걸음걸이, 표정 변화, 심지어 침묵의 의미까지도 무의식 깊은 곳에 패턴화되어 저장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평상시와 다른 신호가 포착되면 즉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설명하려고 하면 막막해져요. 그냥 느낌이거든요. 뭔가 다르다는 느낌."


신비로운 경험이 심어주는 희망의 씨앗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런 경험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다. 신비로운 순간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나니까 사람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모든 사람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김서영, 2024: 48). 바로 이거다. 텔레파시적 전갈을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 카페 사장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런 경험들이 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겠어요. 사람들과 진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주거든요." 15년간 쌓인 이런 경험들이 그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손님이 와도 금세 그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위로나 격려의 말을 건네게 된다고 했다. "어떤 손님은 특별해요. 처음 봤는데도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거나,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게 바로 보이거든요."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이 창작이나 예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많은 작가들이 우연한 만남이나 신비로운 순간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순간의 울림이 예술이 되고 문학이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자아 개념을 넘어서는 더 큰 존재와의 연결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진정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텔레파시적 전갈은 단순한 초자연 현상이 아니다. 사랑과 관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들을 가능한 한 많이 선물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손잡고 집 앞 공원에만 나가도, 가만히 눈을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까르르 웃잖아요. 아이는 지금 좋은 꿈의 재료들을 모으고 있는 거예요"(김서영, 2024: 49). 작은 기적들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신비로운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과학이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우리 삶을 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 그게 팩트다.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작은 기적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 그 카페 사장님처럼, 오래 함께하면서 형성된 마음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현실 말이다.


김서영(2024). 한 사람을 위한 정신분석. 서울: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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