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없애는 방법? 없다.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안을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예외가 없다. 왜 그럴까. 차에 휘발유가 없으면 1밀리미터도 못 가듯, 인간도 불안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일종의 법칙이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불안과 전쟁을 벌인다. 불안을 적군으로 여기고, 제거해야 할 병으로 본다. 칼처럼 찌르고 온 체중을 실어서 짓밟으려 든다. 하지만 그럴수록 불안은 더 강해진다. 왜 그럴까.
정신분석가 김서영은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한다. "프로이트는 분석과정을 통해 환자들의 불안이 경감된다고 말합니다. '경감'이란 없어진다는 말이 아니죠. 불안은 그대로 있지만, 그것에 대한 반응이 전보다 조금 편안해진다는 거예요"(김서영, 2024: 131).
바로 이거다. 불안을 없애는 것은 당신의 몫이 아니다. 그럴 권리도 없다.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를 적으로 만들지 마라.
엠마 스톤의 공황장애와 연기 치료법
엠마 스톤을 보자.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렸다. 인터뷰에서 고백한 바에 따르면, 7살 때부터 "세상이 끝날 것 같은" 공황 발작을 겪었다고 한다. 학교에 가는 것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모든 게 두려웠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녀가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엠마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서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학교 복도를 걸을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고, 숨을 쉴 수 없었죠"라고 고백했다. 전형적인 사회불안장애였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독특한 선택을 했다.
엠마 스톤의 어머니는 딸의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연기 수업이었다. 처음엔 의외였다. 불안한 아이에게 무대에 서라고?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엠마는 다큐멘터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무대에서 다른 사람이 될 때만큼은 불안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불안을 다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거다.
흥미로운 점은 엠마가 연기를 통해 자신의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면서 제 불안을 캐릭터에게 줄 수 있었어요. 불안한 역할을 할 때는 정말 생생했죠. 왜냐하면 그게 진짜 제 감정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불안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예술의 재료로 활용한 거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엠마 스톤의 불안 극복 과정이 보인다. 그녀는 토크쇼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10대 때 연기 학원에서 즉흥 연기를 배우면서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즉흥 연기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가르쳐줬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요. 그게 제 불안에도 똑같이 적용됐어요"라고 고백했다.
특히 '라라랜드' 촬영 당시가 흥미롭다.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아 역을 맡으면서 제 어린 시절 불안을 다시 경험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불안을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죠.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미아의 마음이 저에게는 너무 현실적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예술적 영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보면 엠마 스톤의 연기는 완벽한 승화 과정이었다. 불안이라는 원초적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창조적인 활동으로 전환시킨 거다. 그녀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불안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셀럽들을 많이 본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과 씨름하며 그것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킨 이들이다. 융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그림자와의 건강한 통합 과정이기도 하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여 전체적인 인격으로 성장한 것이다.
저스틴 비버의 조기 성공 부작용과 신앙적 치유
여기서 반전이 온다.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저스틴 비버를 보자. 그도 엠마 스톤처럼 어린 시절부터 불안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의 불안은 조기 성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저스틴 비버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충격적인 고백이 나온다. "13살에 데뷔했을 때부터 매일이 불안했어요. 언제 모든 게 사라질지 몰랐거든요. 팬들이 언제 떠날지, 음악이 언제 안 팔릴지 항상 걱정했죠"라고 털어놨다. 엠마 스톤이 내적 불안을 다뤘다면, 저스틴은 외적 압박으로 인한 불안과 씨름한 거였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스틴의 상황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실수하면 전 세계가 비난할 거라는 생각에 잠들기 어려웠죠"라고 고백했다. 13살 소년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바로 그 때문일까. 그는 한때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빠져들었다. 약물 남용, 난폭 운전, 공연 중 무대 이탈 등. 인터뷰에서 고백한 바에 따르면 "불안을 잊기 위해 더 자극적인 일들을 찾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불안은 더 커졌다.
당시 저스틴의 내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자신의 다큐에서 "아무도 진짜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저스틴 비버라는 이름 때문에 좋아하는 거지, 진짜 제가 누군지는 아무도 관심 없다고 느꼈죠"라고 털어놨다. 성공 뒤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과 정체성 혼란이었다.
전환점은 2017년 '퍼포즈 월드 투어'를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그때부터 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불안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저스틴의 변화 과정을 보면 흥미롭다. 그는 종교적 신앙을 통해 자신의 불안을 재해석했다. 목사와의 상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불안은 하나님이 주신 신호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경고 같은 거죠"라고 말했다.
특히 힐송 교회 칼 렌츠 목사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 저스틴은 인터뷰에서 "목사님이 제게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이해가 안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그런 것 같더라고요"라고 고백했다. 불안을 적이 아닌 스승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다.
결혼 후 저스틴의 변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그는 아내 헤일리 비버와의 대화에서 "예전엔 불안하면 도망치려고만 했어요. 이제는 불안할 때 기도하고, 명상하고, 헤일리와 이야기해요. 불안이 저에게 뭔가 중요한 걸 알려주려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김서영은 이런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불안이 그렇게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보다 더 큰 불안을 느낀다는 건 특정 위험에 대해 자아가 경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죠"(김서영, 2024: 132).
이게 핵심이다. 불안의 의미는 밖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엠마 스톤에게는 '창조적 영감'이었고, 저스틴 비버에게는 '영적 성장의 신호'였다. 같은 불안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이것이다. 불안은 그냥 없애야 할 증상이 아니다. 그 속에는 각자만의 심리적 필요와 성장 가능성이 담겨있다. 엠마 스톤은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켰고, 저스틴 비버는 불안을 영성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불안을 통해 자신만의 치유법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 것이다.
불안과 함께 춤추는 법
그럼 언제 불안이 우리 편이 될까? 김서영의 답은 명확하다. "불안이 늘 우리와 함께하는 이유는 우리가 계속 변해가며 움직여 나아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남도 끊임없이 변하는 거죠. 새로운 것을 선택할 때,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 결심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늘 불안합니다. 그렇다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서영, 2024: 133).
엠마 스톤의 경우를 자세히 보자. 그녀는 오스카 수상 후 인터뷰에서 "여전히 불안해요. 하지만 이제 그 불안이 저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든다는 걸 알아요"라고 고백했다. 불안을 제거하지 않고 파트너로 받아들인 결과,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저스틴 비버도 마찬가지다. 최근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불안과 고통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음악의 소재로 활용한다. 'Lonely'라는 곡에서 그는 "I'm so lonely"라고 솔직하게 노래한다.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더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가 된 거였다.
코헛의 자기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자기 수용과 통합 과정이다. 불안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던 것에서, 불안 자체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성장한 것이다. 더 이상 완벽한 자아를 연기하지 않고, 불완전하지만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게 된 거다.
불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불안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불안은 우리 마음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신호다. "여기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화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거다.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억지로 끊으려 하지 말고, 엠마 스톤과 저스틴 비버처럼 그 속에서 자신만의 성장 동력을 발견해보자. 내가 왜 이런 불안을 느끼는지, 이 불안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그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불안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소중한 동반자가 된다.
김서영(2024). 한 사람을 위한 정신분석. 서울: B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