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늘 같은 사람만 만나는가

by 홍종민

한 40대 여성이 심리상담소로부터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10년간 만난 남자친구들이 모두 똑같은 유형이었고, 알코올 문제가 있었으며, 결국 같은 방식으로 이별했다는 것이다. 상담사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무의식의 반복 패턴이라고 했다. 전문가를 찾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충격 속에서 '반복 강박'을 폭풍 검색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관계를 자꾸만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맥 윌리엄스는 한 남자가 "아동기에 매일 아침 부엌에서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고 다른 손에는 커피 잔을 쥐고 멍하니 공간을 응시하는 알코올 중독의 어머니를 보곤 했는데, 대학교 식당에서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고 다른 손에는 커피 잔을 쥐고 멍하니 공간을 응시하는 한 여성과 '불가사의하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맥 윌리엄스, 2007: 54)고 했다. 불가사의한 게 아니다. 여기서 미스터리가 풀린다.


완성하지 못한 관계를 다시 쓰려는 무의식


30대 후반 남자가 상담실을 찾았다. 세 번째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직후였다. "다 똑같아요. 처음엔 따뜻하다가 나중엔 차갑게 변해요.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 환자였다. 좋은 날엔 아들을 안아주다가도, 우울한 날엔 며칠씩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어머니의 기분을 맞추느라 평생을 보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감정 기복이 심한 여자를 만나면 '이번엔 내가 잘하면 달라질 거야'라고 생각했다.


바로 여기가 포인트다. 심리학자 하인츠 코헛은 이런 현상을 설명했다. 어린 시절 부모가 나를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평생 메워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메우려는 시도가 평생 반복된다. 코헛은 어머니가 아이를 '거울'처럼 비춰줘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웃으면 함께 웃어주고, 슬프면 함께 슬퍼해주는 것. 하지만 우울증에 빠진 어머니는 거울이 아니라 검은 천이었다. 아들이 뭘 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 남자는 어른이 되어 비슷한 여자를 찾는다. 왜? 무의식이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번엔 저 여자가 나를 볼 거야. 내가 더 잘하면, 더 노력하면, 어머니처럼 우울한 저 여자가 나를 인정해줄 거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꿈이다. 과거는 현재에서 고칠 수 없다.


대리언 리더는 더 극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한 젊은 여자가 마침내 남자친구와 함께 살게 됐는데, 바로 그때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 보기 위해 주말이면 번갈아 대서양을 건너면서 2년 동안 장거리 관계를 지속했다"(리더, 2011: 30). 원하던 것을 얻은 순간 무너진 이유가 뭘까?

여기서 번쩍 깨달은 건, 그녀가 사랑한 건 남자가 아니라 '작별 인사'였다는 것이다. "14살 때 여자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었지만, 가족 중 아는 한 사람도 여자에게 아버지가 무슨 병을 앓고 있다거나 그것이 치명적인 병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여자는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했던 끔직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리더, 2011: 31). 작별 인사 한번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14살 소녀는, 30대가 되어 '백 번의 작별 인사'를 반복하는 여자가 됐다.

공항에서의 슬픈 작별, 기차역에서의 포옹,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잘 가'... 그 모든 순간이 14살 때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런던으로 이사 왔을 때 우울증이 찾아온 건 당연했다. 더 이상 작별 인사를 할 수 없게 됐으니까. 미완성 애도를 완성할 도구를 잃어버린 것이다.


무의식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그런 이유일까.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코헛의 설명이 명쾌하다. 완성되지 않은 심리적 과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서 '이번엔 제대로 해결해보겠다'고 시도한다. 문제는 이 방법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과거는 현재에서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울한 어머니를 과거로 돌아가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무의식은 현재의 여자를 통해 '이번엔 내가 더 잘하면 안 우울해질 거야'라고 믿는다. 당연히 실패한다. 새 여자친구는 어머니가 아니니까. 그녀에겐 그녀 자신의 우울이 있고, 그건 남자친구가 아무리 잘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20대 후반 남자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직장을 세 번 옮겼는데, 매번 상사와 싸우고 나왔다. "상사들이 다 똑같아요. 인정을 안 해줘요." 그의 아버지는 엄격했다. 100점을 받아도 "왜 1등은 못했냐"고 했다. 아들은 평생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인정 안 해주는 상사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떠올리며 분노했다. 코헛은 이를 '이상화 욕구'라고 불렀다. 아이는 부모를 이상화하고 싶어한다. '우리 아빠는 대단해'라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늘 비판만 하면, 이상화는 좌절된다. 그 좌절된 욕구는 직장 상사에게로 옮겨간다.

껍질을 벗기면 알맹이는 이거다. 반복 강박은 치유의 시도다. 잘못된 방식이긴 하지만, 무의식은 과거를 고치려고 현재를 동원한다. 분명한 것은, 반복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해도, 무의식은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아낸다. 커피와 담배를 든 손, 멍한 눈빛, 그 정확한 이미지를 재현하는 사람을 만난다. 무의식의 레이더는 놀랍도록 정확하다.


반복을 끊는 세 가지 실천법


그렇다면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이거다. 과거로 돌아가 작별 인사를 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미완성 과제를 완성할 수는 있다.


1단계: 멈추고 패턴 찾기 (2주간 관찰)

또 같은 유형의 사람에게 끌린다면, 일단 멈춰라. 행동하기 전에 물어보자. "이 사람의 어떤 점이 낯익은가?" 노트에 적어보라. 최근 5년간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 성격, 말투, 습관, 외모... 어떤 것이든 좋다. 순간 모든 게 명확해질 것이다.

앞서 본 30대 남자는 이렇게 깨달았다. "첫 번째 여자친구는 미술을 했어요. 기분 좋으면 그림을 그리다가, 우울하면 일주일씩 연락을 안 했어요. 두 번째는 프리랜서 작가였는데, 역시 기복이 심했죠. 세 번째도 감정 기복이..." 패턴을 발견하는 순간, 선택권이 생긴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만나려는 '과거 누군가'가 보이니까.


2단계: 과거 과제에 이름 붙이기

리더의 여성이 '백 번의 작별'이라고 이름 붙였듯, 당신의 반복에도 이름을 붙여보자. "엄마 구하기 프로젝트", "아버지께 인정받기 미션", "첫사랑 다시 쓰기"... 이름을 붙이는 순간, 반복은 힘을 잃는다. 의식의 빛 아래 드러난 무의식은 더 이상 자동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30대 남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나의 반복: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기." 이름을 붙이고 나니, 새로 만난 여자가 우울해해도 덜 불안했다. '아, 이건 그녀 문제가 아니라 내 엄마 문제구나'라고 깨달았으니까. 그녀의 우울은 그녀의 것이고, 나는 그걸 고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3단계: 과거에 작별 인사하기 (100일 의식)

14살 소녀가 하지 못한 작별 인사, 지금이라도 하라. 편지를 쓰거나, 빈 의자에 앉아 말을 걸거나, 무덤을 찾아가거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다.

매일 10분, 그 사람을 떠올리며 느껴보라. 그리움, 분노, 죄책감, 후회... 어떤 감정이든 괜찮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라. 100일이 지나면, 그 사람이 조금씩 내 안에 자리 잡는 걸 느낄 것이다. 더 이상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되는, 내면의 따뜻한 존재로.


30대 남자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보내지 않는 편지였다. "엄마,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었어요. 그게 내 잘못이 아니란 걸 이제 알아요. 엄마의 우울은 엄마 것이었고, 나는 그저 아들이었을 뿐이에요." 100일 동안 매일 한 줄씩 썼다. 그리고 마지막 날, 그 편지를 태웠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가슴은 한결 가벼웠다.

장거리 연애를 한 여성은 결국 깨달았다. "여자는 이제 무엇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지속시켰고, 무엇이 그 관계를 끝냈는지 알게 됐다. 그렇게 먼 곳에 사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주말여행은 여자가 '백 번의 작별'이라고 부르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아버지와 할 수 없었던 일인 만큼 여자는 남자와 헤어질 때마다 열정적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리더, 2011: 31). 알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반은 해결된 것이다.


당신의 반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끝내지 못한 누군가를, 다른 사람을 통해 만나려는 무의식의 몸부림. 이제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귀 기울여보자. 반복 속에 숨겨진 미완성 과제를 발견하고, 오늘부터라도 제대로 끝내보자. 그때 비로소,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대리언 리더/ 우달임 역(2011). 우리는 왜 우울할까. 파주: 동녘사이언스.


참고문헌: Nancy McWilliams. (2004).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A Practitioner's Guide. 권석만, 이한주, 이순희 역(2007).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서울: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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