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상담실에서의 통합 실험

by 홍종민

첫 번째 실험: 사주와 초기면담의 결합


2019년 1월 3일, 새해 첫 상담. 나는 사주 상담 경험과 막 배우기 시작한 정신분석을 통합하는 첫 실험을 시작했다. 서른여덟 살의 여성 내담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기 전, 나는 두 가지를 동시에 관찰했다. 그녀의 생년월일시로 펼쳐놓은 사주명반(四柱命盤)과 그녀의 몸짓, 표정, 첫 인사말의 톤. 동양의 운명 해석과 서양의 무의식 읽기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사주는 신금(辛金) 일간에 상관(傷官)이 가득했다. 날카로운 비판성과 예민한 감수성을 암시하는 구조. 하지만 그녀가 들어오면서 보인 것은 정반대였다. 과도하게 밝은 미소, 연신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를 반복하는 말투.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자신의 공격성을 반대로 뒤집어 과도한 친절로 위장하는 방어기제였다.

"오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는 평소처럼 열린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냥... 제 사주가 궁금해서요.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다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 것 같네요." 순간 그녀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이것이 첫 번째 발견이었다. 사주가 보여주는 본래 성향과 실제 표현되는 모습의 간극. 그 간극에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상관의 날카로움을 친절함으로 덮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것이 그녀를 소진시키고 있었다.

"상관이 강한 사주를 가지셨네요. 비판적 시각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타고나셨어요." "아니에요, 전 전혀 비판적이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긍정적이어서 문제예요." "그 긍정이 진짜 긍정인가요, 아니면 비판을 숨기기 위한 가면인가요?"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가면을 알아봐 준 것이다. 평생 '착한 딸', '좋은 아내', '친절한 동료'로 살아왔지만, 내면에는 상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비판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니 안으로 향했고, 그것이 우울증이 된 것이다.


이 첫 실험에서 나는 중요한 원칙을 발견했다. 사주는 '무엇(what)'을 보여주고, 정신분석은 '어떻게(how)'와 '왜(why)'를 설명한다. 상관이 있다는 것은 사주가 보여주지만, 그것이 왜 억압되고 어떻게 변형되는지는 정신분석이 밝혀준다. 두 도구를 함께 사용할 때 비로소 입체적 인간 이해가 가능했다.


시간 구조의 이중 독해


사주명리학은 시간을 구조화한다. 년월일시(年月日時)의 네 기둥, 대운(大運)의 10년 주기, 세운(歲運)의 연간 리듬. 정신분석도 시간을 다룬다. 과거의 트라우마, 현재의 전이, 미래의 불안. 두 시간관을 통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2019년 봄, 쉰두 살의 남성 CEO가 찾아왔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길을 잃었다고 했다. 사주를 보니 53세부터 대운이 극적으로 바뀌는 구조였다. 화(火)에서 수(水)로. 확장과 열정의 시대가 끝나고 성찰과 수렴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의 현재 고통을 설명할 수 없었다.


정신분석적 탐색을 시작했다. "53세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침묵. 그리고 갑작스러운 통찰.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예요. 정확히 53세에."

여기서 시간의 이중 구조가 드러났다. 대운의 전환이라는 우주적 시간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시간이 겹친 것이다. 그는 대운 변화를 단순한 운명의 전환이 아니라 '아버지의 나이를 넘어서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죄책감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제가 아버지보다 오래 살아도 되는 걸까요?" "그것은 배신일까요, 아니면 아버지의 못다한 삶을 이어가는 것일까요?"


우리는 두 시간을 통합하는 작업을 했다. 대운의 수(水)를 죽음이 아니라 지혜와 깊이로 재해석했다. 동시에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이 배신이 아니라 완성임을 탐색했다. 6개월 후,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하지 못한 사회적 기업이었다.

"이제 저만의 시간을 살고 있어요. 아버지의 시간도, 운명의 시간도 아닌, 제 시간을."


육친과 대상관계의 교차 분석


명리학의 육친(六親)은 관계의 원형을 보여준다. 정신분석의 대상관계 이론은 초기 관계가 어떻게 내면화되는지 설명한다. 두 이론을 교차시키면 관계의 구조와 역동을 동시에 볼 수 있다.

2020년 여름, 스물일곱의 여성이 연애 문제로 찾아왔다. "남자를 만나면 3개월을 못 넘겨요." 그녀의 사주를 보니 정관(正官)이 월지(月支)에 있었지만 일간과 충(沖)하고 있었다. 남자(정관)와의 관계가 늘 충돌한다는 암시. 하지만 왜 정확히 3개월인가?


정신분석적 탐색을 시작했다. 3개월이라는 숫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를 추적했다. 스물한 살, 첫 연애.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니 세 살. 부모의 이혼. 정확히 아버지가 떠난 후 3개월 만에 어머니가 재혼했다.

"3개월은 버티는 시간이었구나. 그 이상 가면 또 버림받을까 봐."

정관충(正官沖)은 단순한 사주 구조가 아니라 트라우마의 각인이었다. 아버지(정관)가 떠난 충격이 모든 남자관계에 3개월이라는 시한부를 매긴 것이다. 사주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정신분석은 그것이 특정한 패턴으로 굳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치료는 두 차원에서 진행했다. 첫째, 정관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기. 충(沖)은 깨트림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둘째, 3개월의 주문 깨기. 3개월을 넘겨도 안전하다는 새로운 경험 만들기.

1년 후, 그녀는 8개월째 연애 중이었다. "3개월의 벽을 넘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렸어요."


오행 에너지와 정서 조절


오행(五行)은 에너지의 다섯 가지 양태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각각은 특정한 정서와 연결된다. 노희사비공(怒喜思悲恐). 이것을 정신분석의 정서 이론과 결합하면 흥미로운 치료 도구가 된다.

2019년 가을, 공황장애 환자가 찾아왔다. 서른넷, 성공한 의사. 그의 사주는 금(金)이 과다했다. 금은 슬픔과 수렴의 에너지. 하지만 그는 슬픔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의사가 슬퍼하면 안 되죠. 환자들이 불안해해요."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억압된 정서가 신체 증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금의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니 호흡기(금의 장부는 폐)로 나타난 것이다. 공황 시 호흡곤란은 울지 못하는 슬픔의 신체화였다.


치유는 오행의 균형과 정서 표현을 동시에 다뤘다. 금을 설기(洩氣)하는 수(水) 에너지 활용. 물을 마시고, 수영을 하고, 눈물을 흘리기. 동시에 슬픔의 의미를 재구성. 슬픔은 약함이 아니라 깊이 있는 공감의 원천.

"환자가 죽었을 때 처음으로 울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공황이 오지 않았어요."

금의 슬픔이 표현되자 공황이 사라졌다. 오행 이론이 정서의 지도를 제공하고, 정신분석이 그 정서의 역동을 설명한 것이다.


운의 변화와 저항 분석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홍종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홍종민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87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2화11장. 가족 서사와 가계도: 사주와 정신분석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