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나의 사례, 나의 길 –
한 상담가의 고백

by 홍종민

상담자도 상담받는다


2020년 가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정신분석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간 남의 사주를 봐온 사람이, 6년간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람이, 이제 분석 침대에 눕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했다. 의사가 환자가 되고, 치유자가 내담자가 되는 순간. 그러나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겠는가?

첫 세션, 나는 긴장했다. 평소 내가 앉던 상담자 의자가 아니라 내담자 의자에 앉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분석가는 나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었다.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 그녀가 물었다. "무엇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나요?"

"제가...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놀라운 고백이었다. 수천 명의 사주를 보고, 수백 명의 무의식을 탐색한 내가, 정작 나 자신은 모른다니.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남의 운명은 명쾌하게 해석하면서도, 내 운명 앞에서는 눈멀어 있었다.

"당신의 사주는 어떤가요?" 그녀가 물었다. 정신분석가가 사주를 묻다니, 의외였다. "계수(癸水) 일간에 편인(偏印)이 강해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처음으로 내 사주가 낯설게 느껴졌다. 계수는 작은 물, 비, 이슬. 편인은 특별한 지혜, 하지만 불안정한 모성. 나는 항상 이것을 '상담자의 자질'로 해석해왔다. 섬세한 직관(계수)과 독특한 통찰(편인).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물의 아이, 안개 속을 걷다


계수(癸水)로 태어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나는 정말 물 같은 아이였다. 투명하고, 유동적이고, 형태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어머니가 슬프면 나도 슬펐고, 아버지가 화나면 나도 불안했다. 경계가 없었다. 나와 타인 사이에.

"당신은 언제부터 남의 마음을 읽었나요?" 분석가가 물었다. "기억도 안 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것이 생존전략이었나요?"

맞았다. 우리 집은 감정의 지뢰밭이었다. 아버지는 술주정이 있었고, 어머니는 우울증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감정을 미리 읽고 대처해야 했다. 아버지가 술 마실 기미가 보이면 숨었고, 어머니가 우울해지면 광대가 되었다. 계수의 민감함이 생존 도구가 된 것이다.

편인(偏印)의 상처도 깊었다. 편인은 불안정한 모성을 의미한다. 우리 어머니는 그랬다. 어떤 날은 과보호했고, 어떤 날은 방치했다. 예측할 수 없는 사랑. 그래서 나는 늘 불안했다. 사랑받을까, 버림받을까. 그 불안이 나를 '마음 읽기 전문가'로 만들었다. 상대의 기분을 읽어야 안전했으니까.

"그래서 상담자가 되신 건가요?" 분석가가 물었다. "아마도... 평생 해온 일을 직업으로 만든 거죠."

운명인가, 선택인가? 계수와 편인이라는 사주가 나를 상담자로 만든 것인가, 아니면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 길로 이끈 것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사주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경험이 그것을 구체화한다.


첫 번째 대운, 상처받은 치유자


열 살부터 스무 살까지, 나의 첫 대운은 갑인(甲寅)이었다. 목(木)의 시대. 목은 성장과 분노의 에너지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그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동시에 분노로 가득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반항했다. 아버지의 술주정에 맞섰고, 어머니의 우울에 저항했다. "왜 나는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 매일 밤 일기에 썼다. 분노가 나를 집 밖으로 밀어냈다. 도서관이 피난처가 되었고, 책이 친구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주역』을 만났다. 도서관 구석에 먼지 쌓인 책. 호기심에 펼쳤다가 빠져들었다. 64괘의 변화, 음양의 조화, 운명의 수수께끼. 처음으로 내 삶을 설명해주는 언어를 만난 것 같았다. "아,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구나."

대학에 가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밤에는 몰래 사주명리학을 공부했다. 낮의 나는 과학적 심리학도였고, 밤의 나는 신비주의 탐구자였다. 이중생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편했다. 계수의 이중성, 물처럼 두 가지 형태를 오가는 것.

"당신은 늘 두 세계에 속해있었네요." 분석가가 말했다. "네, 하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는 못했어요."

그것이 편인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경계에 서 있는 것. 이쪽도 저쪽도 아닌, 혹은 이쪽이면서 저쪽인. 그래서 나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된 것인지도.


두 번째 대운, 불의 시련


스무 살부터 서른까지, 을묘(乙卯) 대운. 여전히 목(木)이지만, 이번엔 을목(乙木). 부드러운 목, 꽃과 같은 목. 실제로 이 시기는 내 인생의 봄이었다. 첫사랑을 했고, 첫 직장을 얻었다.

안정적인 직장, 괜찮은 월급. 부모님은 기뻐했다. "드디어 정상적인 삶을 사는구나." 하지만 나는 숨막혔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미소를 지어야 했다. 계수의 자유로운 흐름이 막힌 것 같았다.


세 번째 대운, 불과 물의 만남


서른부터 마흔까지, 병진(丙辰) 대운. 화(火)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계수(물)인 내게 병화(火)는 정재(正財)다. 현실과 물질의 에너지. 실제로 이 시기에 회사 진급이 빨랐다, 경제적 안정도 찾았다.

하지만 동시에 갈등도 시작되었다. 화와 수의 충돌. 열정과 차분함의 대립. 나는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 일을 했지만, 동시에 고갈되어 갔다.계수가 말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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