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진짜 이유

by 홍종민

어린 시절이 만든 착각


어떤 내담자가 상담실에 왔다. "저는 회사에서 다들 저를 싫어해요. 확신해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칭찬했고, 팀장은 그를 인정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인기 있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팀장님이 오늘 제 눈을 안 쳐다봤어요. 저한테 화난 거예요."

바로 이거다.

팀장이 바쁘거나 피곤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단 하나의 해석만 가능했다. '나를 싫어하는구나.' 이건 착각이 아니다. 그에게는 너무나 생생한 현실이다. 그건 확실하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밝혀진 건 이거였다. 그의 어머니는 기분이 안 좋으면 며칠씩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안 했다. 여섯 살 아이는 그게 무서워서 어머니 비위를 맞추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지금, 성인이 된 그는 팀장의 무심한 눈길에서 어머니의 냉랭한 침묵을 본다.

이게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이(transference)'다. 그린슨은 이렇게 정의한다. "전이는 초기 아동기의 중요한 인물과 관련해서 유래된 반응의 반복이며, 무의식적으로 현재의 인물에게 전치되어 현재의 인물에게 어떤 감정, 욕동, 태도, 환상 또는 방어를 경험하는 것이다. 전이는 반복이고 과거의 대상관계의 새로운 판(version)이다"(Greenson, 2001:162).

전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 안에 살아 있는 유년기의 흔적이다. 당신의 내면에 새겨진 초기 대상들의 이미지가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사람에게 투사되는 것이다.


기억이 길을 잃을 때


당신도 혹시 이런 경험 없나? 처음 만난 사람인데 묘하게 불편하다. 별것 아닌 말인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상대방이 전혀 그런 의도가 없는데도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딘가 낯익은 느낌. 그 사람의 눈빛이, 말투가, 태도가 마치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 느낌. 이건 우연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처음에 전이를 단순한 '착각'으로 봤다. 철수가 나를 때렸는데 영철이가 때렸다고 기억하는 것처럼, 표상의 혼동, 기억의 혼동. 그저 우연히 뒤섞여버린 실수 같은 것.

하지만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우연치고는 너무 규칙적이었고, 실수치고는 너무 일관적이었다. 내담자들은 분석가를 보며 아버지를 보았고, 어머니를 보았고, 자신을 버린 연인을 보았다.

그제야 프로이트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고. 이건 우발적인 혼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반복이라고. 맹정현은 이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분석가를 아버지와 혼동하거나 어머니와 혼동하는 것은 단순한 표상의 혼동 내지는 기억의 혼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이죠. 유년기적인 것이 원초적인 것, 일차적인 것으로서 모든 기억의 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면, 정신분석은 바로 그러한 원초적인 유년기를 불러내는 것이고, 그 점에서 결국 분석가는 원초적인 유년기의 대상과 혼동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맹정현, 2022, p.198)

바로 이것이다. 전이는 우발적인 혼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필연이다. 분석이 유년기를 불러내는 한, 분석가는 필연적으로 유년기의 대상과 겹쳐질 수밖에 없다.


당신 안의 유년이 깨어날 때


생각해보라. 당신이 세 살 때, 네 살 때, 다섯 살 때 느꼈던 그 강렬한 감정들을. 엄마가 안아주지 않을 때의 그 절망감. 아빠가 화낸 얼굴로 문을 쾅 닫고 나갔을 때의 그 공포. 형이 나만 빼고 친구들과 놀러 갔을 때의 그 배신감.

그 감정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걸까?

천만에. 그것들은 당신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유년기의 신경증으로, 무의식의 환상으로, 리비도의 투자 방식으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다.

당신이 상사를 만날 때마다 긴장하는 이유가, 친밀한 관계가 두려운 이유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만 늦어도 '나를 떠날 거야'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은 상사를 보는 게 아니라 엄격했던 아버지를 보고 있고, 연인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상이 바뀌어도 패턴은 남는다


전이는 단순히 사람을 착각하는 게 아니다. 그건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대상을 바꿔치기하는 게 아니라,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반복한다는 것. 리비도를 투자하는 방식, 사랑하는 방식, 미워하는 방식, 두려워하는 방식을 그대로 재생한다는 것.

어린 시절 사랑받기 위해 완벽해야 했던 사람은 지금도 완벽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 분노를 표현하면 버림받았던 사람은 지금도 화가 나면 관계가 끝날 거라고 공포에 떤다. 어린 시절 의존하면 짐이 된다고 배운 사람은 지금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이게 바로 전이다. 과거의 대상이 현재의 대상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 더 정확하게는 과거의 관계 방식이 현재의 관계에서 되살아나는 것.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기적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이 전이를 '치료'의 도구로 사용한다. 이상하게 들린다. 문제를 치료의 수단으로 쓴다니.

하지만 생각해보라. 내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겪는 증상, 그 관계의 어려움들이 상담실 안에서,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면? 그건 곧 '지금 여기서' 그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정신분석의 핵심적 변화다. 바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에 와서는 치료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적응적 대처 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도구로 전이관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전이 활용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을 '지금-여기에서의 전이 분석'이라고 한다." (바우어, 2023, p.19)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다.

초기 프로이트는 전이를 과거의 정확한 재현으로 봤다. 내담자가 분석가를 통해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복제물이라는 거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해는 다르다. 알레산드라 렘마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전이는 대부분 과거 사건의 정확한 복제물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새로운 경험으로 여겨진다." (렘마, 2022: 357)

이게 무슨 뜻일까?

전이는 과거를 그대로 재생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영향을 받되, 지금-여기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경험이라는 거다. 내담자와 분석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과거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다.

바로 이거다. 전이는 과거의 죽은 화석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아 숨 쉬는 관계의 일부다.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이다. 내담자와 분석가 사이의 지금-여기에서의 관계 말이다.

내담자는 분석가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만나고, 유년기의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르게 경험한다. 분석가는 아버지처럼 화내지 않는다. 어머니처럼 떠나지 않는다. 형처럼 비웃지 않는다.

분석가는 내담자에게 말한다. "당신은 나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내가 당신에게 반응할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죠. 한번 삐긋 실수를 하면 그들은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죠." (포나기 외, 2020, p.243)

이렇게 분석가는 내담자의 예상 자체를 다룬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관계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내담자는 혼란스러워한다. '이 사람도 나를 미워할 거야'라고 확신했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내가 화내면 이 사람도 날 버릴 거야'라고 믿었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그 혼란의 순간, 균열이 생긴다. 오래된 믿음에, 단단했던 패턴에. 그리고 그 틈으로 새로운 경험이 들어온다.


당신의 전이를 알아차리는 일


당신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가?

당신 앞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을, 정말로 '그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의 기억 속 누군가를 투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상대방이 조금 늦었을 때 느끼는 그 격렬한 분노, 누군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 느끼는 그 깊은 상처, 친밀해질수록 더 두려워지는 그 역설적인 감정. 이 모든 것들이 혹시 전이는 아닐까?

전이를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나 '진짜' 같으니까. '저 사람이 나를 무시했어'는 내게 너무나 확실한 사실처럼 느껴진다. '저 사람은 믿을 수 없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한번 물어보라. 이 감정이 이 상황에 비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이 반응이 이 사람에게 적절한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건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이 사람의 얼굴인지, 아니면 내 기억 속 누군가의 얼굴인지.

포나기는 전이초점치료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환자는 타인에 대해 어떻게 예상하는지(주로 마음 구조에 의해 결정됨)를 강조함으로써 진전될 수 있다." (포나기 외, 2020, p.243)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그 예상이 우리의 내적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분석가도 상처입은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전이는 내담자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분석가도 전이를 한다는 것. 이것을 역전이라고 부른다.

분석가도 인간이다. 그 역시 유년기의 상처를 갖고 있다. 그 역시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의 과거를 투사한다. 그 역시 내담자의 특정한 말이나 행동에 강렬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

정신치료라는 직업에 입문하는 이들은 오래 고통받는 내담자라는 본래적인 입장에서 상처받는다. 많은 시간을 통하여 자신을 치료하려고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종종 정신치료를 그의 직업으로 부름 받는다. 그러나 상처는 영구적으로 치유되는 법은 거의 없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의 상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상처에 취약한 특성이 계속해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전이는 치료에 방해가 되는 걸까?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역전이를 분석가의 신경증의 징후로 봤고,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후 발견한 건, 역전이가 오히려 내담자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인버그는 역전이 개념의 발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역전이는 분석가가 내담자로부터 오는 숨겨진 의미와 정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정신현상이라고 여겨지면서 역전이 개념에 대한 중요한 발달이 이루어졌다." (스타인버그, 2020, p.37)

분석가가 내담자를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환상, 신체적 반응. 이 모든 것이 내담자의 무의식에서 오는 메시지일 수 있다. 분석가의 무의식이 내담자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것이다.


전이를 통과하는 용기


전이를 알아차린다고 해서 그것이 즉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아, 내가 지금 전이하고 있구나'라고 알면서도 그 감정이 진짜처럼 느껴지니까.

괜찮다. 그게 정상이다.

중요한 건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지금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반응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자신에게 물을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은 배우게 된다. 모든 사람이 아버지는 아니라는 걸. 모든 친밀함이 배신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당신이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전이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생존 전략이었다.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만든 조기경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그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다. 네 살짜리 아이가 아니다. 당신은 지금 여기의 성인이다. 선택할 수 있고, 떠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과거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현재의 관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것. 그게 바로 치유의 과정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날 때, 이번에는 정말로 '그 사람'을 보라. 당신의 기억 속 유령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실제 인간을. 그리고 당신 자신도 진짜로 존재하게 하라. 과거에 갇힌 상처받은 아이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온전한 당신으로.

그게 전이를 넘어서는 길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사는 길이다.

그리고 그건 가능하다. 분명히, 가능하다.


당신의 전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당신은 이미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문헌

그레고리 바우어/ 정남운 역(2023). 지금-여기에서의 전이 분석. 학지사.

맹정현(2022). 프로이트 패러다임. 위고.

워렌 스타인버그/ 김성민 역(2020). 전이.역전이와 분석심리학. 달을긷는우물.

피터 포나기 외/ 유성경외 (2020). 성격장애의 정신역동치료. 학지사.

Ralph R. Greenson. (1973). The technique and practice of psychoanalysis. 이만홍, 현용호 외 역(2001). 정통 정신분석의 기법과 실제(1). 서울: 하나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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