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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언어패턴-파트 3: 무의식에 명령을 심는 법

by 홍종민

두 개의 채널


사람에게는 두 개의 귀가 있다. 하나는 의식의 귀. 하나는 무의식의 귀. 이건 바뀌지 않는다.

의식의 귀는 말의 내용을 듣는다. "이게 맞나?" "논리적인가?" "나한테 이득인가?" 끊임없이 분석하고 판단하고 검문한다. 의심이 직업이다. 저항이 본능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일단 의심한다. 증거를 요구한다. 반박거리를 찾는다. 이게 의식이 하는 일이다.

무의식의 귀는 다르다. 말의 방식을 듣는다. 톤을 듣는다. 리듬을 듣는다. 숨겨진 의도를 듣는다. 그리고 판단 없이 받아들인다. 검문이 없다. 저항이 없다. 논리가 아니라 느낌으로 반응한다. 분석하지 않고 흡수한다.


문제는 이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의식의 귀에만 말한다. 논리로 설득하려 한다. 증거로 압박하려 한다. "이게 왜 좋은지 설명해줄게." "통계를 보면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실패한다. 의식은 외부에서 오는 모든 것에 저항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인간의 기본 설정이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논리로 설득하려는 순간, 상대방의 의식이 깨어난다. 방어막이 올라간다. "정말?" "증거가 있어?" "다른 관점은 없어?" 질문이 쏟아진다. 반박이 시작된다. 설득은 논쟁이 되고, 논쟁은 감정싸움이 되고, 결국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 관계만 상한다.

진짜 소통은 무의식의 귀에 말할 때 일어난다. 의식이 검문하는 동안 무의식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의식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냥 이야기하고 있네"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받아들였다. 그리고 행동이 바뀐다. 생각이 바뀐다. 느낌이 바뀐다. 본인도 왜 바뀌었는지 모른다. 그냥 바뀌어 있다.

이게 은폐 전략의 본질이다. 의식을 속이고 무의식에 직접 접속하는 기술. 밀턴 에릭슨이 개발한 현대 최면의 핵심이다. 에릭슨 이전의 최면은 권위적이었다. "잠이 듭니다. 깊이 잠이 듭니다." 이런 식으로 직접 명령했다. 일부 사람에게는 통했지만 대부분은 저항했다.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에릭슨은 달랐다. 그는 직접 명령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무의식을 움직이는 방법을 발견했다. 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면이 진행되는 방식.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암시가 심어지는 방식. 이게 현대 최면의 탄생이었다.

위험한 기술이다. 악용하면 조종이 된다. 착취가 된다. 사기가 된다. 하지만 올바르게 쓰면 치유가 된다. 연결이 된다. 변화가 된다. 칼은 사람을 해칠 수도 있고 요리를 할 수도 있다. 기술 자체가 선하거나 악한 게 아니다. 쓰는 사람의 의도가 결과를 결정한다.

이제 여섯 가지 은폐 전략을 배운다. 무의식에 명령을 심는 여섯 가지 방법이다. 하나씩 깊이 파고들어 보자.


은폐 전략 1: 숨겨진 명령 – 말 속에 명령을 숨기는 기술


명령은 저항을 부른다

"편안해지세요."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의 의식이 즉시 반응한다. "왜?" "지금?"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지?" 명령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저항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율성이 침해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직접적인 명령은 벽을 세운다. 이건 인간의 기본 설정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라. 부모님이 "공부해"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었나? 하려던 것도 하기 싫어졌다. "방 치워"라고 하면? 갑자기 반항심이 치솟았다. 명령은 저항을 부른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건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도 똑같다. 누가 뭘 하라고 하면 일단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다르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의자에 앉으면 긴장이 풀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이 문장을 들은 사람은 논리적으로는 단순한 정보로 받아들인다. "아,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의식은 그냥 지나친다. 검문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명령이 아니니까. 누가 뭘 시키는 게 아니니까. 그냥 정보일 뿐이니까.

하지만 무의식은 다르게 듣는다. "긴장이 풀린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그리고 반응한다. 어깨가 내려간다. 호흡이 깊어진다. 턱의 긴장이 풀린다. 의식은 모르는 사이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본인은 왜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그냥 편안해져 있다.

이게 숨겨진 명령(Embedded Commands)의 원리다. 명령을 문장 속에 숨긴다. 의식은 문장 전체를 듣는다. 무의식은 숨겨진 명령만 듣는다.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만드는 방법: 다섯 가지 기술


숨겨진 명령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음성 강조를 활용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린다고 하더군요."

"긴장이 풀린다" 부분을 살짝 강조한다. 톤을 약간 낮추거나, 속도를 조금 늦추거나, 목소리에 힘을 실는다. 의식은 전체 문장을 듣지만, 무의식은 강조된 부분을 명령으로 인식한다. 어김없이 그렇다.

이건 라디오 DJ들이 잘 쓰는 기술이다. "오늘 밤, 여러분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편안하게"를 살짝 강조하면 청취자들은 실제로 편안해진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 DJ 목소리를 들으면 편안해진다고 느낀다.


둘째, 제스처를 활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올리면서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이 문장을 말하면서 살짝 손을 올린다. 상대방의 무의식은 "손을 올려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손이 올라간다. 말로 시키지 않았는데 행동이 유도된다.

상담할 때 이걸 자주 쓴다. "사람들은 이야기하다 보면 점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이 말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방도 따라서 끄덕인다. 동의의 신호가 만들어진다. 말로 "동의하세요?"라고 묻지 않았는데 동의가 이끌어진다.


셋째, 이름을 끼워넣는다.

"사람들은 말이야, 철수야,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더라."

상대방의 이름을 중간에 넣으면 주의가 분산된다. 의식은 "왜 내 이름을 불렀지?"에 집중한다. 그 순간 무의식은 "마음이 편해진다"라는 암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방어벽에 틈이 생긴 거다.

이건 숙련된 영업사원들이 쓰는 기술이다. 고객 이름을 대화 중간중간에 넣는다. "김 사장님, 이 제품은요..." "그래서 김 사장님 같은 분들이..."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의식이 잠깐 흔들린다. 그 틈으로 영업 메시지가 들어간다.

넷째, 인용 형식을 활용한다.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마음을 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직접 "마음을 열어"라고 말하지 않았다. 친구가 그랬다고 인용했을 뿐이다. 의식은 "아, 친구가 그랬구나"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무의식은 "마음을 열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다섯째, 시간을 활용한다.

"조만간 당신은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미래 시제를 쓰면 저항이 줄어든다. "지금 당장"이 아니니까. "나중에"니까. 의식은 "나중에? 그럼 지금은 아니네"라고 안심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이미 "효과적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상담에서 발견한 것들


몇 년 전 한 내담자와 상담할 때였다. 40대 중반 남성인데 계속 "결정을 못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이것저것 선택지를 분석하느라 몇 달째 제자리였다. 직접 "결정하세요"라고 하면 더 압박감만 느낄 게 뻔했다.

무심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앉아서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그 사람이 자세를 바로 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앉아서 생각해보세요"라고 직접 말한 게 아닌데도 말이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선생님, 이상하네요. 갑자기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때 깨달았다. 직접적인 명령보다 은밀한 암시가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명령은 저항을 부르지만, 암시는 저항 없이 스며든다.

사주 상담에서도 이 기법은 유용하다. 병신일주 남성에게 바람기가 있다고 직접 말하면 대부분 부인하거나 화를 낸다. "무슨 소리예요, 저는 아내한테 잘해요." 방어벽이 올라간다. 대화가 막힌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병신일주 남자들은 매력이 많아서 여자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서 "아, 그런가요?" 하며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된다. 똑같은 내용인데 표현 방식만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반응은 180도 달라진다. 이게 언어의 힘이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한 여성 내담자가 남편과의 갈등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 남편이 대화를 안 한다고 했다. "대화를 시도해보세요"라고 직접 조언하면 "해봤어요, 안 돼요"라는 답만 돌아올 게 뻔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어떤 부부들은 저녁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더라고요."

그녀는 "아, 그래요?" 하면서 메모를 했다. 다음 상담 때 와서 말했다. "선생님, 신기해요. 저녁 먹으면서 얘기했더니 남편이 말을 하더라고요." 내가 "저녁 먹으면서 대화하세요"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어떤 부부들은 그렇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그걸 명령으로 받아들였고, 행동으로 옮겼다.


부정문의 역설


무의식에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부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바나나를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이미 바나나를 떠올리고 있다. 노란 껍질. 부드러운 과육. 달콤한 맛. 왜? 무의식은 "하지 말라"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나나"만 인식한다. 그리고 떠올린다.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분홍색 코끼리가 떠올랐다. 맞지?

이 원리를 활용하면 더 교묘한 암시가 가능하다.

"지금 트랜스에 들어가지 마세요."

의식은 "들어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트랜스에 들어가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들어간다. 금지가 명령이 되는 역설이다.

"아직 결정하지 마세요."

의식은 "결정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결정"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결정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모들이 이 원리를 모르고 실수한다.

"떨어지지 마!"

아이는 "떨어지다"를 떠올린다. 그리고 떨어진다.

"넘어지지 마!"

아이는 "넘어지다"를 떠올린다. 그리고 넘어진다.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꼭 잡아." "천천히 걸어."

무의식이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인 명령으로.


부드러운 부정


더 세련된 방법이 있다. "하지 마라" 대신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거다.

"당신은 지금 긴장을 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더군요."

"이 냉장고를 바로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충분히 둘러보고 결정하셔도 돼요."

이 문장을 들은 고객은 "아, 당장 구매할 필요는 없네"라고 생각한다. 압박감이 사라진다. 하지만 무의식은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구입"이라는 단어가 심어졌다. 직접적인 명령을 피하면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저항이 사라진다.

한 번은 부동산 계약 상담에서 이 기법을 썼다. 고객이 망설이고 있었다. 직접 "계약하세요"라고 하면 더 망설일 게 뻔했다.

"지금 당장 결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이 매물이 다른 분들도 보고 계셔서...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고객은 안심했다. "압박하지 않네." 하지만 무의식은 "다른 분들도 보고 있다", "빨리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계약하고 싶어요."


일상에서의 활용


이 기법은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직장에서: "보고서를 지금 당장 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출하는 게 좋겠죠." 상대방은 "언제 제출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제출할까 말까?"가 아니라. 제출은 이미 전제되었다.


판매에서: "이 제품을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고객은 "나도 효과를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구매를 강요하지 않았는데 구매 욕구가 생긴다.


관계에서: "나를 믿을 필요는 없어. 그냥 오늘 저녁 같이 밥이나 먹자." 상대방의 저항이 줄어든다.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네." 만남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진다.


육아에서: "지금 당장 숙제할 필요는 없어. 다만, 자기 전에는 끝내야 게임할 수 있지." 아이는 "지금 안 해도 되네"라고 안심한다. 하지만 "숙제", "게임"이라는 단어가 연결된다. 자발적으로 숙제를 시작한다.


아날로그 마킹: 비언어의 힘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언어적 요소가 결합되면 암시의 힘이 배가된다. 이걸 아날로그 마킹(Analogue Marking)이라고 부른다.

목소리 톤을 활용한다.

"사람들은 종종 깊은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쉽다고 하더군요."

"깊은 트랜스 상태" 부분에서 목소리 톤을 낮추고 속도를 늦춘다. 의식은 전체 문장을 듣지만, 무의식은 강조된 부분에 집중한다. 그리고 반응한다. 실제로 깊어지기 시작한다.


공간을 활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쪽(왼쪽을 가리키며)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쪽(오른쪽을 가리키며)에서 편안해지기도 하죠."

상대방은 의식적으로는 별 의미 없이 듣는다. 하지만 무의식은 "어느 순간 나는 편안해질 것이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공간에 감정이 연결된다.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접촉을 활용한다.


중요한 단어를 말할 때 상대방의 팔을 살짝 터치한다. 그 단어와 그 감촉이 연결된다. 나중에 같은 곳을 터치하면 그 단어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이건 앵커링과도 연결되는 기술이다.


광고가 이걸 잘 안다. 코카콜라 광고를 보자.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순간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직접 "이 음료를 사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의식은 "이 음료를 마시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시원한 이미지, 행복한 표정, 청량한 소리가 함께 제시된다. 아날로그 마킹이 총동원된다. 그리고 손이 음료 쪽으로 간다. 편의점에서 무의식적으로 코카콜라를 집게 된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오비완 케노비가 한 말도 같은 원리다.

"이들은 네가 찾는 드로이드가 아닙니다. 가도 좋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문장이다. 하지만 손을 휘저으며 특정 톤으로 말한다. 아날로그 마킹이 결합된다. 무의식적으로 명령이 전달된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대로 행동한다. 떠난다. 제다이의 마인드 트릭이다. 영화에서는 초자연적 힘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숨겨진 명령과 아날로그 마킹의 조합이다.

실패 사례: 과신은 금물

한 번은 이 기법에 너무 자신감이 붙어서 무리수를 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기법을 썼다.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상대방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말투가 이상해요?"

들통났다. 자연스러움이 없었다. 기법만 있고 진심이 없었다. 상대방은 뭔가 조종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관계가 어색해졌다.

그날 배웠다. 기법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의식하면서 쓰면 티가 난다.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조종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상대방이 느낀다. 무의식이 무의식을 읽는다.


은폐 전략 2: 앵커링 – 감정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술


파블로프의 개, 그리고 우리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먹이를 줬다. 반복했다. 종소리, 먹이. 종소리, 먹이. 종소리, 먹이. 어느 순간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먹이가 없는데도. 종소리와 먹이가 연결된 것이다. 조건 반사가 형성된 것이다.

이게 개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도 똑같다. 우리도 특정 자극에 특정 반응이 연결되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옛날 연인이 떠오른다. 그 노래가 유행할 때 사귀었으니까. 노래와 그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10년이 지나도 그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어떤 냄새를 맡으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할머니 집 냄새. 그 냄새만 맡으면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든다. 40년이 지나도.

어떤 장소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첫 키스를 한 곳. 그 장소와 설렘이 연결되어 있다. 20년이 지나도 그 골목만 지나가면 심장이 뛴다.

이게 앵커다. 이미 걸려 있는 앵커. 우연히, 자연스럽게 형성된 앵커.

앵커링(Anchoring)은 이 원리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강렬한 감정 상태를 특정 신호와 연결해둔다. 나중에 그 신호만으로 그 감정을 즉시 불러올 수 있다. 감정을 저장하고 꺼내 쓰는 심리적 닻이다. 원할 때 원하는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 강력한 도구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앵커


자신감이 넘쳤던 순간을 떠올려보라.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끝냈을 때. 박수가 쏟아졌다. "정말 잘했어요"라는 말이 들렸다. 가슴이 벅찼다.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을 때. 성적표를 펼치는 순간. 100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사랑 고백이 성공했을 때. "나도 좋아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세상이 반짝였다.

그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껴보라. 눈을 감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라. 주변 풍경을 떠올려라. 소리를 떠올려라. 냄새를 떠올려라. 그때 입고 있던 옷을 떠올려라. 최대한 생생하게.

감정이 점점 강해진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깨가 펴진다.

그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특정한 행동을 한다.

손가락을 꽉 쥔다. 귀를 만진다. 무릎을 두드린다. 엄지와 검지를 맞댄다.

뭐든 좋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동작이면 된다. 중요한 건 그 감정과 그 행동을 연결하는 거다.

반복한다. 자신감 넘치던 순간을 떠올리고, 감정이 최고조일 때 같은 행동을 한다. 다른 자신감 넘치던 순간을 떠올린다. 또 같은 행동을 한다. 몇 번 반복하면 연결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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