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운명의 언어를 다시 읽다

by 홍종민

정신분석학적 사주상담학

-사주명리학 육친론을 정신분석 언어로 재해석한 최초의 시도



사주를 처음 배운 건 20년 전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사주는 운명이다. 타고난 것은 바꿀 수 없다." 나는 열심히 외웠다. 천간지지를 외웠다. 육친을 외웠다. 신살을 외웠다. 격국을 분석하고 대운을 계산했다. 사주책을 수십 권 읽었다. 강의를 수백 시간 들었다.
그리고 상담실을 열었다. 내담자들이 찾아왔다. "제 사주에 재물운이 있나요?"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될까요?" "언제 좋은 일이 생길까요?" 나는 사주를 펼쳤다. 재성을 봤다. 관성을 봤다. 용신을 따졌다. 대운을 계산했다. 그리고 답했다. "재물운이 좋습니다." "결혼해도 됩니다." "3년 뒤에 좋은 기회가 옵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담자들이 한 번 오고 다시 안 왔다. 나는 더 열심히 공부했다. 더 정확하게 분석했다. 더 확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분석을 만났다. 라캉을 읽었다. 프로이트를 읽었다. 처음엔 어려웠다. 무의식? 분열된 주체? 억압된 것의 회귀? 도대체 이게 사주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웠다. 정신분석이 말하는 것과 사주가 말하는 것이 닮아 있었다. 너무 닮아 있었다. 정신분석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있듯이, 사주에는 천간과 지지가 있다. 정신분석에서 주체가 분열되어 있듯이, 사주에서도 천간과 지지가 다르면 분열된다. 정신분석에서 억압된 것이 대운을 타고 돌아오듯이, 사주에서도 대운이 바뀌면 억눌렸던 것이 터져 나온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사주는 운명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사주는 무의식을 말하고 있었다. 천간은 의식이다. 내가 말하는 것, 내가 보여주는 것, 내가 의도하는 것. 지지는 무의식이다. 내가 모르는 것, 내가 감추는 것, 내가 억누르는 것. 천간과 지지가 다르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 의식과 무의식이 싸운다. 분열된 주체가 된다.
이 발견은 충격이었다. 동시에 해방이었다. 그동안 나는 사주를 운명으로 읽었다. "당신은 비겁이 많으니 형제와 갈등합니다." "당신은 관성이 강하니 억눌려 삽니다."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사주는 운명이 아니다. 무의식의 구조다. 비겁이 많으면 경쟁심이 강하다. 하지만 그걸 알면 조절할 수 있다. 관성이 강하면 억압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걸 알면 벗어날 수 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면 선택이 가능해진다. 선택이 가능해지면 자유로워진다.


사주를 무의식의 지도로 읽기 시작하자 상담이 달라졌다. 더 이상 답을 주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왜 그걸 궁금해하세요?"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진짜 원하시는 게 뭔가요?" 내담자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민을, 두려움을, 욕망을. 그리고 다시 찾아왔다. 계속 찾아왔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30년 동안 사주를 공부하고, 20년 동안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만나고, 10년 동안 정신분석을 배우면서 발견한 것들. 사주와 정신분석의 은밀한 동맹. 운명으로 읽던 사주를 무의식으로 다시 읽는 법.


1부에서는 기초를 다진다. 천간과 지지가 의식과 무의식에 대응한다는 것. 육친이 욕망의 패턴이라는 것. 천간과 지지가 다르면 분열된 주체가 된다는 것.


2부에서는 각 육친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한다. 비겁은 거울 속의 나, 경쟁자로서의 나다. 식상은 억압에서 벗어난 욕망의 분출이다. 재성은 대상 a,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다. 관성은 초자아의 무게다. 인성은 어머니의 품, 상징계의 입구다.


3부에서는 대운을 다룬다. 비겁운이 오면 거울이 깨진다. 식상운이 오면 무의식이 폭발한다. 재성운이 오면 욕망이 대상을 찾는다. 관성운이 오면 초자아가 압박한다. 인성운이 오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


4부에서는 대운의 전환과 세운을 다룬다. 대운이 바뀌는 해는 인생의 장이 바뀌는 해다. 용신운은 균형이 회복되는 해다. 세운은 무의식이 보내는 연례 편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신분석적 사주상담의 실제와 상담사의 영업 비밀을 공개한다.
이 책은 사주 전문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심리상담사에게도, 자기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주는 점술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심리학이다.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사람들은 사주로 인간의 마음을 읽어왔다. 그것을 이제 현대 정신분석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려 한다.
운명으로 읽으면 사주는 감옥이 된다. 무의식으로 읽으면 사주는 지도가 된다. 감옥에서는 갇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도가 있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의 사주는 당신의 무의식이다. 무의식을 읽으면 당신이 보인다. 당신이 보이면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으면 자유롭다.
이제 시작해보자.


정신분석적 사주상담학: 육친론의 재해석

1부: 기초편 - 천간과 지지, 의식과 무의식

1장. 천간은 말하고, 지지는 행동한다

2장. 육친, 욕망의 지문

3장. 분열된 사주, 분열된 주체

2부: 육친별 정신분석

4장. 비겁: 거울 속의 나, 경쟁자로서의 나

5장. 식상: 억압에서 벗어난 욕망의 분출

6장. 재성: 대상 a,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

7장. 관성: 초자아의 무게

8장. 인성: 어머니의 품, 상징계의 입구

3부: 천간-지지 조합으로 본 무의식의 분열

9장. 비겁운이 오는 해: 거울이 깨지는 해

10장. 식상운이 오는 해: 무읙식이 폭발하는 해

11장. 재성운이 오는 해: 욕망이 대상을 찾는 해

12장. 관성운이 오는 해: 초자아가 압박하는 해

4부: 대운과 세운으로 본 무의식의 귀환

13장. 인성운이 오는 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해

14장. 대운이 바뀌는 해: 인생의 장이 바뀌는 해

15장. 용신운이 오는 해: 균형이 회복되는 해

16장. 세운, 무의식이 보내는 연례 편지

17장. 정신분석적 사주상담의 실제

18장. 사주상담사의 영업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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