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가락을 보라. 지문이 있다. 세상에 같은 지문은 없다. 당신만의 고유한 패턴이다.
사주에도 지문이 있다.
육친이다.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 이 다섯 가지가 사주의 지문이다.
당신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의 패턴이다. 당신이 욕망하는 방식의 지문이다.
대부분의 명리학자들은 육친을 이렇게 설명한다.
"비겁은 형제예요." "식상은 자식이에요." "재성은 돈이에요." "관성은 직장이에요." "인성은 어머니예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쪽짜리다.
육친은 단순한 십성 분류가 아니다. 육친은 당신의 무의식이 세상과 맺는 관계의 패턴이다. 당신이 사람들을, 돈을, 권력을, 지식을 대하는 방식이다. 당신의 욕망이 움직이는 경로다.
이걸 모르면 사주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과거는 현재를 결정한다
프로이트는 발견했다. 인간은 어린 시절 부모와 맺은 관계 패턴을 평생 반복한다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불안했던 사람은 연인 관계에서도 불안하다. 아버지에게 억압받던 사람은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억압받는다. 형제와 경쟁했던 사람은 동료와도 경쟁한다.
정신분석가 맹정현은 이 구조를 명확히 짚는다. "하나의 사건은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시간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맹정현, 2015: 45).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반응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형성된 관계 패턴이 평생을 지배한다.
육친이 바로 이것이다.
육친은 당신이 욕망하는 대상의 종류다. 육친은 당신이 관계 맺는 방식의 패턴이다. 육친은 당신의 무의식이 세상을 보는 렌즈다.
비겁이 강한 사람은 평생 형제 같은 존재와 경쟁한다. 동료, 친구, 라이벌. 관성이 강한 사람은 평생 아버지 같은 존재에게 눌린다. 상사, 조직, 규칙. 인성이 강한 사람은 평생 어머니 같은 존재를 찾는다. 스승, 학교, 지식.
어린 시절의 패턴이 사주에 박혀 있다. 그게 육친이다.
비겁: 나를 비추는 거울
비겁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형제자매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갑목인 사람에게는 갑목과 을목이 비겁이다. 병화인 사람에게는 병화와 정화가 비겁이다. 나와 같다. 나를 닮았다. 나를 반사한다.
정신분석에서 인간은 타자를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거울 속의 나, 사람들 눈에 비친 나, 나와 닮은 누군가. 우리는 타자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나"를 확인할 수 있다.
비겁이 바로 이 거울이다.
비겁이 강한 사람은 항상 나와 닮은 사람을 찾는다. 형제, 동료, 친구, 경쟁자. 그들을 통해 나를 확인한다. 그들과 비교하며 내가 누군지 안다. 그래서 비겁은 경쟁이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지만, 동시에 나의 몫을 나눠 가져가는 경쟁자다.
비겁이 많은 사주는 평생 경쟁한다. 형제와, 동료와, 친구와. 나눠야 한다. 돈도, 기회도, 사랑도. 혼자 독식하지 못한다. 항상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다.
비견이 강하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동등한 경쟁자다. 겁재가 강하면 빼앗긴다. 내 것을 가져가는 존재다.
비겁이 많으면 평생 나눠야 한다. 피할 수 없다.
식상: 억압에서 터져나오는 것
식상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자식이라고 한다. 또는 표현, 재능, 말. 맞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식상은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내가 생산하는 것. 내가 창조하는 것. 내가 표현하는 것. 내가 내뱉는 것.
프로이트는 말했다. 인간에게는 리비도, 즉 생명 에너지가 있다고. 이 에너지는 억압되면 병이 되고, 표출되면 창조가 된다고.
맹정현은 이를 승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승화는 억압하지 않고 성충동을 만족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어떤 식으로든 충동이 만족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데서 만족시킬 필요가 없어진다"(맹정현, 2015: 153).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욕망을 표출하듯, 식상은 억압된 에너지가 창조적으로 분출되는 통로다.
식상이 바로 이 리비도의 분출이다.
억압되었던 것이 터져나온다. 말하고 싶던 것을 말한다. 만들고 싶던 것을 만든다. 표현하고 싶던 것을 표현한다.
식신이 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요리, 글쓰기, 예술, 자식. 생산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순한 표현이다.
상관이 강한 사람은 기존 틀을 못 참는다. 규칙이 답답하다. 권위가 싫다. 반항한다. 튀어나간다. 날카로운 표현이다.
식상이 많으면 표현하지 않고는 못 산다. 막으면 병이 된다.
재성: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구멍
재성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돈이라고 한다. 재물, 아내, 물질. 맞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재성은 내가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대상이다. 내가 얻으려는 것. 내가 가지려는 것. 내가 관리하려는 것.
정신분석에서 인간의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욕망의 대상을 얻는 순간, 욕망은 다시 다른 대상으로 미끄러진다. 돈을 벌면 더 큰 돈을 원한다. 집을 사면 더 큰 집을 원한다. 연인을 얻으면 또 다른 연인이 보인다.
재성이 바로 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대상이다.
맹정현은 욕망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욕망 그 자체는 끝없는 미끄러짐과 이동일 뿐이다. 욕망의 목적은 그 자신이다. 욕망은 어떤 특정 대상에 고착되지 않고 더 큰 욕망만을 추구할 뿐이다"(맹정현, 2015: 57). 재성이 많은 사람이 아무리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재가 강한 사람은 안정적으로 모은다. 관리한다. 통제한다. 돈을, 관계를, 물건을. 월급쟁이 마인드다.
편재가 강한 사람은 크게 벌고 크게 쓴다. 한꺼번에 들어오고 한꺼번에 나간다. 사업가 마인드다. 도박성이 있다.
재성이 많으면 평생 욕망한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다.
관성: 아버지의 법, 초자아의 무게
관성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직장이라고 한다. 관직, 남편, 권력. 맞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관성은 나를 억누르는 질서다. 사회, 법, 규범, 상사, 체계. 나를 통제하는 것. 나에게 "해야 한다"를 강요하는 것.
프로이트는 말했다. 인간의 마음에는 초자아가 있다고. 부모의 금지, 사회의 규범이 내면화된 것. "~하면 안 돼" "~해야 해"라고 명령하는 내면의 목소리.
관성이 바로 이 초자아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안 돼"라고 들었던 경험. 선생님에게 "해야 해"라고 강요받았던 경험. 그게 내면화되어 평생 나를 감시한다. 관성이 강한 사람은 이 내면의 감시자가 유난히 강하다.
정관이 강한 사람은 질서를 받아들인다. 조직에 잘 맞는다. 규칙을 따른다. 안정적이다. 순응한다.
편관이 강한 사람은 질서가 억압으로 느껴진다. 압박받는다. 스트레스받는다. 사고가 잦다. 반항하거나 짓눌린다.
관성이 많으면 평생 눌린다. 조직이, 사회가, 규칙이 당신을 가둔다.
인성: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욕망
인성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어머니라고 한다. 학문, 문서, 자격증. 맞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인성은 나를 보호하고 길러주는 것이다. 어머니의 품, 배움, 지식, 정신적 양식. 나를 채워주는 것.
프로이트는 말했다. 인간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어머니의 젖, 어머니의 품. 최초의 대상. 인간은 평생 이 최초의 충족감을 다시 찾으려 한다.
인성이 바로 이 어머니다. 어머니처럼 나를 품어주는 것. 지식, 학교, 스승, 종교. 나를 채워주고 보호해주는 모든 것.
인성이 강한 사람은 평생 무언가를 배운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지식으로 메우려 한다.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따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정인이 강한 사람은 체계적으로 배운다. 학교, 학위, 자격증. 정식 루트를 탄다.
편인이 강한 사람은 독특한 것에 끌린다. 점술, 종교, 신비한 것.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 비주류 지식에 빠진다.
인성이 많으면 평생 배운다. 머리로 사는 사람이다.
육친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육친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겁만 많은 사주는 없다. 식상만 많은 사주도 없다. 육친들은 서로 섞이고, 충돌하고, 변화한다.
비겁이 많으면서 식상이 없으면? 경쟁만 하고 표현은 못 한다. 답답하다. 에너지가 막혀 있다.
식상이 많으면서 재성이 없으면? 창조만 하고 돈은 못 번다. 가난한 예술가다. 만들기만 하고 팔지 못한다.
재성이 많으면서 관성이 없으면? 돈만 쫓고 책임은 없다. 구속받기 싫어한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하다.
관성이 많으면서 인성이 없으면? 억압만 받고 배움은 없다. 지쳐 쓰러진다. 눌리기만 하고 성장이 없다.
인성이 많으면서 비겁이 없으면? 배우기만 하고 실행은 못 한다. 머리로만 산다. 행동이 없다.
육친의 조합이 당신의 운명을 만든다. 어떤 육친이 강하고, 어떤 육친이 약한지. 어떤 육친이 충돌하고, 어떤 육친이 협력하는지. 그 조합이 당신만의 고유한 패턴이다.
단일 육친만 보면 안 된다. 조합을 봐야 한다.
육친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육친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대운이 바뀌면 육친의 비중이 달라진다. 세운이 바뀌면 육친의 힘이 달라진다. 20대에는 식상이 강했는데, 40대에는 관성이 강해진다. 젊을 때는 표현하며 살았는데, 나이 들어서는 조직에 갇혀 산다.
맹정현이 말한 사후결정론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과거의 육친 패턴이 현재를 결정하지만, 현재의 운이 과거의 의미를 다시 규정한다. 어린 시절 비겁 때문에 경쟁에 시달렸던 사람이, 나중에 관성 대운을 만나면 그 경쟁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때 경쟁했던 게 지금 조직에서 버티는 힘이 됐구나." 이렇게 과거가 재해석된다.
육친은 태어날 때 박힌 문신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의미가 변하는 지문이다.
당신의 육친을 보라
지금 당신의 사주를 펴놓고 보라. 어떤 육친이 많은가? 어떤 육친이 없는가?
비겁이 많은가? 당신은 평생 경쟁하며 산다. 나눠야 한다. 혼자 독식하려 하면 반드시 빼앗긴다.
식상이 많은가? 당신은 평생 표현하며 산다. 창조해야 한다. 억누르면 병이 된다.
재성이 많은가? 당신은 평생 욕망하며 산다. 소유해야 한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다.
관성이 많은가? 당신은 평생 눌리며 산다. 질서를 따라야 한다. 벗어나려 하면 더 조인다.
인성이 많은가? 당신은 평생 배우며 산다. 지식을 쌓아야 한다. 머리가 쉬지 않는다.
그리고 없는 육친을 보라. 없는 육친이 당신의 결핍이다. 평생 그것을 찾아 헤맨다.
비겁이 없으면? 경쟁할 대상이 없다. 외롭다. 함께할 사람이 없다.
식상이 없으면? 표현할 줄 모른다. 답답하다. 속에 있는 걸 꺼내지 못한다.
재성이 없으면? 돈에 관심이 없거나, 돈을 못 번다. 물질적 욕망이 약하다.
관성이 없으면? 조직에 못 맞는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하다. 억눌러주는 힘이 없다.
인성이 없으면? 배움에 관심이 없다. 학교랑 안 맞는다. 머리보다 몸으로 산다.
있는 것이 당신의 패턴이고, 없는 것이 당신의 결핍이다.
욕망의 지문을 읽는다는 것
육친을 안다는 건, 당신의 무의식을 안다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당신이 어떤 관계 패턴을 반복하는지.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는지.
비겁이 많으면 경쟁 속에서 나를 확인한다. 식상이 많으면 표현을 통해 나를 증명한다. 재성이 많으면 소유를 통해 나를 채운다. 관성이 많으면 질서 속에서 나를 가둔다. 인성이 많으면 배움을 통해 나를 키운다.
이 패턴을 모르면 평생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왜 나는 항상 경쟁에 휘말리는지, 왜 나는 항상 조직과 충돌하는지, 왜 나는 항상 돈에 쫓기는지. 모른다. 그냥 운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친을 알면 보인다. "아, 내 사주에 비겁이 많아서 경쟁을 피할 수 없구나." "내 사주에 관성이 많아서 조직의 압박이 강하구나." "내 사주에 재성이 많아서 욕망이 끝이 없구나."
알면 대응할 수 있다. 모르면 당한다.
나가며
사람들은 묻는다. "제 사주가 좋은가요, 나쁜가요?"
좋고 나쁨이 어디 있나. 육친은 그냥 당신이다. 당신의 욕망 구조다. 당신의 관계 패턴이다.
비겁이 많으면 경쟁하며 사는 게 당신이다. 식상이 많으면 표현하며 사는 게 당신이다. 재성이 많으면 욕망하며 사는 게 당신이다. 관성이 많으면 눌리며 사는 게 당신이다. 인성이 많으면 배우며 사는 게 당신이다.
그걸 아는 게 시작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성장이다.
당신의 육친을 보라. 당신의 욕망 지문을 읽어라. 그리고 물어보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는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참고문헌
맹정현(2015). 『트라우마 이후의 삶』. 책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