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분열된 사주, 분열된 주체

by 홍종민

사람들은 묻는다. "제 사주가 좋은가요?"

그럴 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좋은 사주가 뭔데요?"

육친이 골고루 있는 사주? 그런 사주는 없다. 천간과 지지가 똑같은 사주? 그것도 드물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주? 그건 더더욱 없다.

모든 사주는 분열되어 있다.

천간은 이렇게 말하는데, 지지는 저렇게 행동한다. 의식은 A를 원하는데, 무의식은 B를 욕망한다. 겉으로는 정관인데, 속으로는 상관이다.

이게 정상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분열된 주체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통일된 자아가 없다. 말하는 나와 욕망하는 나가 다르다. 의식과 무의식이 따로 논다.

사주는 이 분열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간 정관, 지지 상관: 규칙과 반항 사이


가장 극적인 분열이다.

천간에 정관이 있다. 정관은 질서, 체계, 조직, 규칙이다. 이 사람은 말한다. "저는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고 싶어요."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이에요." "조직생활이 편해요."


말의 껍데기: "규칙을 따라야 해"


그런데 지지를 보니 상관이 박혀 있다. 상관은 반항, 독립, 비판, 일탈이다. 이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회사 다니면서도 규칙이 답답하다. 상사 말이 거슬린다. 조직 문화가 숨막힌다. 사표를 품에 넣고 산다. 회의 시간에 속으로 딴생각을 한다. "이게 맞나?" 끊임없이 의문이 든다.


말의 속(진짜 욕망): "규칙이 싫어, 벗어나고 싶어"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는 이런 분열의 본질을 짚는다. "그가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이미지, 다시 말해서 그가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어떤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이다"(핑크, 2021: 54). 천간 정관을 가진 사람은 "나는 질서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믿는다. 하지만 그건 의식이 만들어낸 자기 이미지일 뿐이다. 진짜 욕망은 지지에 숨어 있다.

이 사람은 평생 이 모순 속에서 산다. 직장을 다니지만 불만 가득이다. 규칙을 따르지만 속으로는 반항한다. 겉으로는 순응하지만, 속으로는 일탈을 꿈꾼다.

의식(천간 정관)은 "나는 질서를 따르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무의식(지지 상관)은 "나는 자유롭고 싶어"라고 외친다. 두 개의 나. 하나의 사주 안에.


천간 상관, 지지 정관: 자유와 안정 사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천간에 상관이 있다. 이 사람은 말한다. "저는 자유인이에요." "조직생활은 못 해요." "규칙이 싫어요." "독립해서 살 거예요."


말의 껍데기: "자유롭게 살고 싶어"


그런데 지지를 보니 정관이 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입으로는 "회사 그만둘 거야"라고 하면서도 매일 출근한다. "독립할 거야"라고 외치면서도 월급날만 기다린다. "자유가 중요해"라고 말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다. 프리랜서 한다면서 정규직 공고만 보고 있다.


말의 속(진짜 욕망): "사실은 안정이 필요해"


이 사람도 평생 모순 속에서 산다. 자유를 말하지만 행동은 조심스럽다. 독립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의존한다. 반항하는 척하지만 결국 순응한다.

의식(천간 상관)은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야"라고 외친다. 무의식(지지 정관)은 "사실은 안정이 필요해"라고 속삭인다.

말과 행동이 정반대다. 그런데 본인은 모른다. 자신이 분열되어 있다는 걸.


천간 정재, 지지 식상: 돈과 창작 사이


또 다른 분열.

천간에 정재가 있다. 이 사람은 말한다. "저는 돈을 잘 벌고 싶어요." "안정적인 수입이 중요해요." "재테크에 관심 많아요."


말의 껍데기: "돈을 벌고 싶어"


그런데 지지를 보니 식상이 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재테크 공부한다고 해놓고 그림을 그린다. 부업 한다면서 소설을 쓴다. 돈 벌어야 한다면서 취미에 돈을 쏟아붓는다. 주식 공부한다더니 기타를 사왔다.


말의 속(진짜 욕망): "창작하고 싶어, 표현하고 싶어"


이 사람은 평생 갈등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술을 포기 못 한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창작 욕구가 불타오른다. 재테크 해야 한다면서, 결국 악기를 산다.

의식(천간 정재)은 "돈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무의식(지지 식상)은 "나는 표현하고 싶어"라고 외친다.


천간 인성, 지지 재성: 학문과 재물 사이


반대의 경우.

천간에 정인이 있다. 이 사람은 말한다. "저는 학문의 길을 가고 싶어요." "대학원 갈 거예요." "평생 공부하며 살고 싶어요."


말의 껍데기: "공부하고 싶어"


그런데 지지를 보니 편재가 있다. 이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대학원 준비한다면서 부동산 매물을 본다. 논문 쓴다고 하면서 주식 앱을 켠다. 학문 한다면서 사업 구상을 한다. 교수 되겠다더니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인다.


말의 속(진짜 욕망): "돈을 벌고 싶어"


이 사람도 평생 분열 속에서 산다.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돈이 자꾸 보인다. 학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익이 더 끌린다. 교수 되겠다고 하면서, 결국 사업을 시작한다.

의식(천간 인성)은 "학문이 내 길이야"라고 말한다. 무의식(지지 재성)은 "돈을 벌어야 해"라고 속삭인다.


왜 분열이 일어나는가


정신분석가 핑크는 이 분열의 원인을 명확히 짚는다. "의미는 자기-이미지와,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 관해 갖는 이미지와 밀착되어 있다. 따라서 의미는 우리의 자기-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은 모두 배척해 버린다"[1]


무슨 말인가?


우리는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 이미지와 맞지 않는 욕망은 의식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척한다. 억압한다. 그래서 무의식으로 밀려난다.

천간 정관인 사람은 "나는 질서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진다. 그런데 반항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오면? "이건 내가 아니야." 배척한다. 그 욕망은 지지로 밀려난다. 상관이 된다.

천간 인성인 사람은 "나는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진다. 그런데 돈 벌고 싶은 욕망이 올라오면? "이건 내 모습이 아니야." 배척한다. 그 욕망은 지지로 밀려난다. 재성이 된다.

천간은 의식이 받아들인 자기 이미지다. 지지는 의식이 배척한 욕망이다. 그래서 둘이 다르다. 그래서 분열이 일어난다.

분열은 병이 아니다

사람들은 묻는다. "제 사주가 이렇게 모순적인데,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다. 분열은 정상이다.

분열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 천간과 지지가 똑같은 사람? 그 사람은 단순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니까.

하지만 깊이가 없다. 복잡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천간과 지지가 다른 사람? 그 사람은 복잡하다. 모순적이다. 하지만 그 모순이 당신을 인간답게 만든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분열된 주체가 되는 것, 그게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아기는 분열되지 않았다. 욕망하면 운다. 배고프면 먹는다. 화나면 소리친다. 단순하다. 어른은 분열되어 있다. "배고프지만 다이어트 중이야." "화나지만 참아야 해." "가고 싶지만 의무가 있어." "하고 싶지만 해선 안 돼." 분열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분열이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만든다.

분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첫째, 자신의 분열을 인정하라.


당신은 하나가 아니다. 천간의 당신과 지지의 당신이 다르다. 말하는 당신과 욕망하는 당신이 다르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책이 줄어든다. "왜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를까?" 원래 그런 거다. "왜 나는 일관성이 없을까?" 인간은 다 그렇다.


둘째, 천간과 지지 사이의 대화를 시작하라.


핑크는 이렇게 말한다. "환자가 진정으로 분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그가 자신의 말에 대해 의문을 던질 때이다. 모든 것은 의문시될 수 있다. 가장 확실했던 것도 더 이상 확실할 수 없다"[2]

천간이 "직장이 좋아"라고 말한다면, 지지에게 물어봐라. "너는 진짜 뭘 원해?" 지지가 "자유가 필요해"라고 속삭인다면, 천간에게 물어봐라. "그런데 왜 안정을 말하고 있어?"

이 대화 속에서, 당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셋째, 분열을 통합하려 하지 마라.


천간과 지지를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 마라. 그건 불가능하다. 대신 둘 다 인정하라.

천간 정관, 지지 상관이면? "나는 질서도 필요하지만, 자유도 원한다." 둘 다 나다.

천간 인성, 지지 재성이면? "나는 공부도 하고 싶지만, 돈도 벌고 싶다." 둘 다 나다.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이 공존한다. 그게 인간이다.


당신의 분열을 보라


지금 당신의 사주를 펴놓고 보라. 천간이 뭔가? 지지가 뭔가?

천간과 지지가 같은가? 당신은 단순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 천간과 지지가 다른가? 당신은 복잡하다. 모순적이다. 분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 분열이 당신을 풍부하게 만든다. 천간이 정관인데 지지가 상관이면? 당신 안에는 순응하는 나와 반항하는 나가 공존한다. 회사 다니면서도 독립을 꿈꾼다.

천간이 재성인데 지지가 식상이면? 당신 안에는 돈을 쫓는 나와 창작하는 나가 공존한다. 재테크 하면서도 예술에 빠진다.

천간이 인성인데 지지가 재성이면? 당신 안에는 배우는 나와 버는 나가 공존한다. 공부하면서도 사업을 구상한다.

이 모순이 당신이다.

분열된 사주, 분열된 인생

어떤 내담자가 물었다. "선생님, 제 사주를 보니까 천간은 정관인데 지지는 상관이에요. 이게 뭐예요?"

나는 대답했다. "당신은 평생 회사 다니면서도 사표를 품에 넣고 살 거예요. 규칙을 따르면서도 반항할 거예요. 순응하면서도 일탈을 꿈꿀 거예요."

"그럼 전 평생 불행한가요?"

"아니요. 그게 당신이에요."

그 사람은 울었다. "그동안 제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왜 회사 다니면서도 만족을 못하는지, 왜 안정을 원하면서도 불안한지. 저만 이상한 줄 알았어요."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들 그래요. 천간과 지지가 다른 사람은 다 그래요. 분열되어 있는 게 정상이에요."

그 사람은 그제야 자신을 받아들였다.


[1]브루스 핑크/맹정현 역(2021).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54.

[2] Ibid.,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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