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비겁: 거울 속의 나, 경쟁자로서의 나

by 홍종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외동아들로 자란 아이가 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내 것이다. 장난감도, 간식도, 관심도.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태어난다. 처음엔 신기하다. "내 동생이야!" 자랑스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하다.

엄마가 동생만 본다. 아빠가 동생만 안는다. 내 장난감을 동생이 만진다. 내 간식을 나눠 먹어야 한다.

그 순간 아이는 깨닫는다. "내 것이 줄어들었다."

이게 비겁이다.

비겁은 전통 명리학에서 형제자매를 의미한다. 맞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나를 닮은 존재다. 내 몫을 나눠 가져가는 존재다.

비겁이 들어오면 독차지할 수 없다. 반으로 쪼개진다. 재산도, 기회도, 사랑도. 나눠야 한다. 그게 싫어도 나눠야 한다.


거울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정신분석가 김형경은 타자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이렇게 묘사한다. "내 마음에 비추어 오는 낯선 감정들이 정말 상대방의 내면인 걸까 믿기지 않아 자꾸만 건너다보기도 했다"[1]

우리는 타자를 만날 때 단순히 타자만 보는 게 아니다

.

타자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본다

.

아기는 처음 거울을 볼 때 "저게 나야?"라고 놀란다. 그 전까지 아기는 자기 몸이 조각나 있다고 느낀다. 손도 따로, 발도 따로, 얼굴도 따로. 통일된 "나"가 없다. 그런데 거울을 보는 순간, 비로소 "나"를 본다. 완전한 형태의 나.

"아, 나는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런데 문제가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거울 속 이미지는 환상이다. 이상화된 나다. 실제보다 더 완벽해 보이는 나. 하지만 우리는 평생 이 환상을 붙들고 산다.

비겁이 바로 이 거울이다.

비겁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비겁이 뭔가? 나와 같은 오행이다. 갑목인 사람에게는 갑목(비견)과 을목(겁재)이 비겁이다.

병화인 사람에게는 병화(비견)와 정화(겁재)가 비겁이다.

나와 같다. 나를 닮았다.

비겁은 형제자매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같은 성별, 비슷한 나이, 비슷한 위치. 이들을 보면 나를 본다.

"저 사람은 나랑 비슷하네." "저 사람은 나보다 잘나네."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하네."

비교한다. 거울을 보듯이.

김형경은 이런 비교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짚는다. "오래도록 그 모든 감정들이 내 것인 줄 알았다는 사실이 더욱 어처구니없었다. 속은 듯한 기분이었다. 특정인을 사랑한다고 느꼈던 감정도 부분적으로는 상대방에게서 건너온 것이었구나 짐작되는 대목도 있었다"[2]

우리가 타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순수하게 타자에 대한 것이 아니다

.

타자를 통해 나를 확인하고

,

나를 비교하고

,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

거울 속의 나를 볼 때, 우리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동일시와 적대감.

"저게 나야. 나는 저런 사람이야."

그런데 동시에.

"저건 나인데, 저기 있는 건 내가 아니야. 저건 가짜야."

비겁도 마찬가지다. 형제를 보면 동질감을 느낀다. "우린 같은 피를 나눴어." 그런데 동시에 경쟁심을 느낀다. "엄마는 누굴 더 사랑할까?" 동료를 보면 동료애를 느낀다. "우린 같은 팀이야." 그런데 동시에 질투심을 느낀다. "승진은 누가 먼저 할까?"

비겁은 나를 확인하게 해주는 동시에, 나를 위협한다.

비겁이 많으면 평생 경쟁한다


사주에 비겁이 많으면 어떻게 되는가?

평생 거울을 본다. 평생 비교한다. 평생 경쟁한다.

비겁이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보자.

어릴 때는 형제가 많다. 또는 형제는 없어도 사촌, 친척들과 비교당한다. "누가 더 똑똑하니?" "누가 더 예쁘니?" 학창시절엔 친구들과 경쟁한다. 성적, 외모, 인기. 끊임없이 비교한다. 직장생활에서는 동기들과 경쟁한다. 누가 먼저 승진하나. 누가 더 인정받나. 사업을 하면 동업이 잘 안 된다. 파트너와 몫을 나누는 게 괴롭다. 결혼해서도 배우자와 경쟁한다. 누가 더 벌어오나. 누가 더 힘든가.

비겁이 많으면 혼자 독차지하지 못한다. 돈도 나눠야 한다. 기회도 나눠야 한다. 사랑도 나눠야 한다. 그게 괴롭다. 왜 나만 가질 수 없는가. 왜 나눠야 하는가.

하지만 이게 비겁의 숙명이다.

나와 같은 오행이 있다는 건, 내 몫이 분산된다는 뜻이다. 혼자 다 가질 수 없다. 나눠야 산다.


비견과 겁재의 차이

비겁에는 두 가지가 있다. 비견과 겁재.

비견은 나와 완전히 같은 오행이다. 음양도 같다. 갑목에게 갑목이 비견이다. 병화에게 병화가 비견이다.

겁재는 나와 같은 오행이지만, 음양이 다르다. 갑목에게 을목이 겁재다. 병화에게 정화가 겁재다.


둘의 차이는 뭔가?

비견은 나와 똑같다.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내 모습을 그대로 반사한다. 그래서 비견을 보면 편하다. "저 사람 나랑 똑같네." 동질감이 강하다. 같은 생각, 같은 행동 패턴, 같은 가치관.

하지만 편한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똑같으니까 더 비교된다. "저 사람은 나랑 같은데 왜 저렇게 잘나갔지?" 질투심이 생긴다.

겁재는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음양이 다르니까. 갑목이 남성적이라면 을목은 여성적이다. 병화가 강렬하다면 정화는 은은하다.

겁재를 보면 "저 사람 나랑 비슷한데 뭔가 달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겁재는 비견보다 더 위협적이다. 같은 것 같은데 다르니까. 예측이 안 된다. 믿었는데 배신당한다.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다른 편이었다.

겁재가 강한 사람은 동업을 조심해야 한다. 파트너가 갑자기 돌아선다. 친구가 적이 된다. 형제가 재산 분쟁을 한다.

비겁운이 오면 나눠야 한다


일년 신수에서 비겁운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등장한다. 형제, 동료, 친구, 파트너. 이들과 뭔가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온다. 비겁운은 독차지의 운이 아니다. 분산의 운이다. 협력의 운이지만 동시에 경쟁의 운이다.

천간에 비겁이 오면? 의식적으로 협력을 생각한다. "같이 하면 좋겠다." "힘을 합치자." 동업을 제안받는다. 파트너십을 생각한다. 말로는 "같이 해요"라고 한다.

그런데 지지를 봐야 한다. 지지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실제 결과가 달라진다.

지지에 재성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나눠야 해서 속으로 불만이다.

지지에 관성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역할 분담에서 갈등이 생긴다.

지지에 식상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창의성을 표출하고 싶어서 파트너와 충돌한다.

지지에 비겁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경쟁이 시작된다. 말로는 "우리 사이 좋아"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비교하고 있다. 행동으로는 이미 경쟁 중이다.

비겁운이 나쁜 운인가? 아니다. 비겁운은 관계의 운이다. 혼자서는 안 된다. 함께해야 한다. 나눠야 한다.


내담자 사례: 형제가 재산을 나눠 가진 해

내담자 K씨의 이야기를 해보자. K씨는 50대 남성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제들과 유산 분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해 K씨의 신수를 봤다. 천간에 비견, 지지에 겁재. 완전한 비겁운이었다.

나는 K씨에게 말했다. "올해는 나눠야 하는 해예요. 혼자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돼요. 형제들과 공평하게 나눠야 해요."

K씨는 불만스러워했다. "제가 아버지 사업 도우면서 고생 많이 했어요. 형들은 제대로 안 도왔는데 왜 똑같이 나눠야 해요?"

그렇다. K씨의 말이 맞다. K씨가 더 많이 고생했다. 하지만 비겁운은 공평함의 운이다. 내 기여도와 상관없이, 나와 같은 오행이 있으면 나눠야 한다.

결국 K씨는 유산을 형제들과 똑같이 나눴다. 억울했다. 화났다. 하지만 나눴다.

몇 달 후 K씨가 다시 찾아왔다.

"선생님,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유산을 나눈 후에 형들이랑 사이가 좋아졌어요. 전에는 서로 견제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지내요. 오히려 형들이 제 사업을 도와주고 있어요."

이게 비겁운이다. 나누면 관계가 좋아진다. 독차지하려 하면 관계가 깨진다.


비겁의 두 얼굴: 협력과 경쟁

비겁을 이해하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 협력과 경쟁.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니까 협력할 수 있다. 같은 목표, 같은 생각, 같은 방식. 힘을 합치면 강하다. 혼자서는 못하는 일도 함께하면 할 수 있다. 그래서 비겁이 강한 사람은 팀플레이를 잘한다. 동료애가 강하다. 같은 편을 잘 챙긴다.

그런데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다. 왜? 같으니까. 비교되니까.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조건인데 왜 저렇게 잘나갔지?"

질투가 생긴다. 시기가 생긴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그래서 비겁이 강한 사람은 협력하면서도 경쟁한다. 같이 일하면서도 비교한다. 친구이면서 동시에 라이벌이다.

김형경은 이런 복잡한 감정의 본질을 짚는다. "누구든 마주 앉으면 처음 15분 내지 20분 동안 내면의 역전이 감정부터 점검하기. 상대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도록 경계 지키기"[3]

우리가 타자에게 느끼는 질투, 시기, 경쟁심은 사실 우리 안에 있던 감정이다. 타자라는 거울이 그걸 비춰줬을 뿐이다.

이게 비겁의 본질이다.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동일시하지만 적대시한다. 사랑하지만 미워한다. 협력하지만 경쟁한다.


비겁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반대로 사주에 비겁이 없으면?

거울이 없다. 나와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럼 편한가?

아니다. 외롭다.

비겁이 없는 사람은 혼자다. 형제가 없거나, 있어도 멀다. 친구가 적다. 동료와도 거리를 둔다. "나는 원래 혼자가 편해"라고 말한다. 맞다. 혼자가 편하다. 나눌 필요도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데 위기가 오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비겁이 많은 사람은 힘들 때 형제나 친구에게 의지한다. 비겁이 없는 사람은 의지할 곳이 없다. 혼자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비겁이 없는 사람은 독립적이다. 강하다. 하지만 외롭다.

비겁이 있으면 나눠야 하지만 의지할 곳이 있다. 비겁이 없으면 독차지하지만 혼자다.

비겁, 거울을 받아들이기


비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첫째, 경쟁을 인정하라. 비겁이 있으면 경쟁은 필연이다. 형제와, 동료와, 친구와. 피할 수 없다. 경쟁을 나쁜 것으로 보지 마라. 경쟁이 나를 성장시킨다.

둘째, 나눔을 받아들여라. 비겁이 있으면 나눔도 필연이다. 혼자 독차지할 수 없다. 억울해하지 마라. 나누면 관계가 좋아진다. 독차지하려 하면 모든 걸 잃는다.

셋째, 거울을 활용하라. 비겁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형제를 보면서 나를 배운다. 동료를 보면서 내 부족함을 안다. 비겁이 없으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비겁이 있기에 나를 안다.


나가며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나를 닮은 사람이다. 거울 속의 나다.

거울을 보면 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거울은 나를 위협한다. 저기 있는 건 나인데, 나는 여기 있다. 저건 가짜인데, 사람들은 저걸 본다.

비겁이 많은 사주는 평생 이 모순 속에서 산다. 협력하지만 경쟁한다. 사랑하지만 시기한다. 나누지만 아깝다.

이게 비겁이다. 이게 인간이다.

당신의 사주를 보라. 비겁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평생 거울을 보며 산다. 비교하고, 경쟁하고, 나누며 산다. 없다면 당신은 혼자 산다. 외롭지만 자유롭다.

비겁운이 오면? 준비하라. 나눠야 할 때가 왔다. 경쟁해야 할 때가 왔다.

그 거울 속에서 당신은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1]김형경(2020). 『만 가지 행동』. 서울: 사람풍경. 185.

[2]Ibid., 186.

[3] Ibid., 187.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04화3장.  분열된 사주, 분열된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