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콰이 Oct 11. 2021

스마트 효

스마트 효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애비 어딨니?”


엄마가 누굴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 앱을 말한 거였다. 부모님은 나만 보면 환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 앞에 내밀었다. 어찌나 궁금한 게 많은지. 시도 때도 없이 물었다. 


문제는 부모님이 내 설명을 쉽게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반복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다. 몇 번씩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되는 상황이 짜증이 났다.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은 했지만, 나의 인내는 금방 바닥이 났다.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설명도 친절하게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설명해도 또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곧 알게 됐다. 아빠가 친구 분과 통화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서, 플레이스토어도 몰라? 이봐, 핸드폰 앞 화면을 보면 말이지.”


내가 아빠에게 설명했던 대로 아빠가 친구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아빠의 통화를 듣고 있던 엄마가 아빠에게 말했다.


“우리 모임에서 내가 제일 스마트폰을 잘 다루잖아.”


서로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미소를 짓게 됐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말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모를 때, 부모님은 많은 걸 나에게 알려줬을 텐데. 좀 더 친절하게 웃으면서 부모님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고 싶다.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만큼, 부모님의 스마트 지수가 올라간다는 사실. 


그것이 어쩌면 스마트 효이지 않을까. 

이전 04화 서울에 살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