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콰이 Oct 12. 2021

서울에 살아요

서울에 살아요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그동안 나누지 못한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가 친구 한 명이 급하게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모임 장소는 광화문이었고, 그 친구는 대전에 살고 있어서 기차를 타야 했다. 그 친구가 일어나자 다들 하나둘씩 갈 길이 멀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헤어지는 시간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를 떠나 모두 다른 곳에 살고 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 수도권과 지방에 살고 있었다. 직장이 지방에 있는 친구도 있었지만, 직장이 서울에 있어도 집은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 친구들은 서울에 살고 있는 내가 부럽다고 웃으며 얘기했는데 그 얘기에는 우리나라 현실이 어떤지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내 주변을 둘러봤을 때, 서울에서 전세나 월세가 아니라 자가로 사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전세, 월세, 아니면 나처럼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한 친구들 중에서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집을 샀다.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서울에서 사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부모 곁을 떠나면 너무 비싼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서울에서 집을 사는 일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힘든 일이 돼버리면 안 된다.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서울은 사람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 살기 힘든 도시'가 돼버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부모님 집을 나와 독립을 하게 된다면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이든 부산이든 삼척이든 어느 지역이든. 집값 때문에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다. 

이전 03화 배틀 그라운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