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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콰이 Oct 08. 2021

보이지 않는 존재

보이재 않는 존재

부모님과 다시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던 작은 방을 그대로 사용하게 됐다. 침대와 책상을 넣으면 꽉 차는 방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사용했던 방이라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처럼 편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방에서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이상한 변화가 감지됐다. 우리 집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존재가 있는 것일까. 


잠깐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책상에 켜놓았던 노트북 전원이 꺼져 있었다. 처음에는 배터리가 나간 거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어느 저녁에는 방 안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려고 베란다에 잠깐 갔다 왔는데 방안 전등이 꺼져 있었다. 또 한 밤중에 잠깐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오면 침대 옆에 켜놓은 스탠드가 꺼져 있었다. 도대체 뭐지? 내가 방만 비우면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상한 점을 계속 느끼고 있던 어느 날, 새벽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져서 일어났다. 새벽이라 사방은 깜깜했고 비몽사몽 상태로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잠시 볼 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전등이 탁! 꺼져버렸다. 

너무 놀라서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무서워서 급하게 화장실에서 나와 버렸고, 화장실 바깥은 빛 하나 없이 어두웠는데 바로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우뚝 서 있었다. 나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화장실 전등이 껴졌고 엄마가 잠옷 차림으로 서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년이라고 욕하고 나 때문에 잠이 다 깼다며 나무랐다. 


그동안 엄마는 내가 지나가는 곳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사용하는 전기를 수시로 단속하고 있었다. 


엄마의 절약 생활이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무엇보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엄마의 민첩함에 놀랐다. 


알고 보니 엄마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에코마일리지 회원이었다. 엄마는 불필요한 전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애초부터 자연스럽게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두루마리 휴지도 한 칸만 사용하고, 일회용품보다는 유리병과 그릇을 사용하고, 음식 쓰레기를 만드는 일도 거의 없었다. 휴지심, 빈 상자, 병뚜껑 같은 재활용품을 활용해서 당신에게 맞는 도구로 사용했다.


 엄마는 리사이클의 생활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정한 에코라이프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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