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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콰이 Oct 07. 2021

아침밥의 힘

아침밥의 힘

학창 시절에는 아침밥 때문에 매일 엄마와 전쟁을 치렀다.

엄마의 강력한 등짝 스매싱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밥을 포기하고 잠을 더 자고 싶었다.


아침 한 끼에 무슨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엄마는 부지런하게 한결같이 아침밥을 준비했다.

어떻게든 한 숟가락이라도 밥을 더 먹게 하려는 엄마의 노력은 대단했다.

다정한 목소리로 밥을 권하기도 하고, 집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고함을 지르며 밥을 먹으라고 강요했다.

나의 아침은 늘 그렇게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시작했었다.


독립을 한 후에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아침을 준비하고 먹을 시간에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침밥과 무관하게 지내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는 건 엄마가 준비한 아침밥이었다.


시곗바늘이 아침 일곱 시를 가리키면 엄마는 어김없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다 큰 자식이 늦잠을 자는 건 눈치가 보여서 나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잠이 덜 깬 상태로 식탁 앞에 앉았다.


 갓 지은 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단긴 반찬 그릇을 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나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고.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고작 밥상 하나에 존재까지 찾는 건 너무 과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혼자 살면서 잊고 지냈던 아침밥.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만들어 준 아침밥을 먹었기 때문에 밖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오직 나를 위한 밥.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이 담긴 음식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응원이 된다.


나는 오늘도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으며 불안한 미래를 견디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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