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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콰이 Oct 13. 2021

배틀 그라운드

 배틀 그라운드

“하도 이것저것 먹으니까 이게 어디에 좋은 건지 모르겠어.”


엄마친구1은 빛나는 오메가3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넌 영양제라서 좋것다! 난 매일 당뇨약이다.”


엄마친구2는 믹스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고혈압 약에다 매일 소화제도 먹어. 지긋지긋햐.”


엄마친구3은 매일 소화제를 드신다며 입안에 떡을 가득 넣은 채로 말했다.    

 

“그래도 느그들이 나보다 훨씬 나아, 난 뼈마디가 쑤셔 죽겠어.”


엄마가 앉아서 일어날 때 무릎에서 우두득 소리가 나고, 허리를 펼 때도 우두득 소리가 났다. 

     

남자들이 모이면 고생했던 군대 얘기로 서로 배틀을 붙는다면, 나이 드신 엄마들이 모이면 ‘누가 누가 더 아픈가’로 배틀을 붙는다. 병과 통증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엄마들은 웃으며 얘기한다. 그분들에게는 아픔이 훈장이 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우리 엄마들. 나는 언제쯤 저런 내공이 생길까 궁금해하다가 금방 생각을 접었다. 저 내공은 오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니까. 


엄마의 굳은 무릎과 허리가 좀 더 부드러워지길 바라며 나는 인터넷으로 찜질팩과 안마기를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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