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비가 내렸다.
3월까지 도서관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오랜만에 맞이한 자유로운 주말이었다.
집에서 두어 시간 거리.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공방에 화분 하나를 들고 다녀왔다.
오랜만의 외출이 반가워서였을까.
괜히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비가 오니 서영은의 ‘비 오는 거리’가 떠올랐다.
"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눈에 어리는 그 길은 추억일까
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 날
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
정치적으로 어수선했던 상황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하다.
물론 누군가는 여전히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있겠지만,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나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지 않을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그리고 지금, 봄과 여름 사이를 걷고 있다면
언젠가 다시 겨울이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딱히 기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다. 그냥 덤덤해진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든 인간관계든, 누군가 먼저 물러서지 않으면 결국 대화는 끊기고,
신뢰는 무너지고, ‘이기려는 싸움’만 남게 된다.
정치에서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사회는 두 편으로 갈라서고,
그 사이에 설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다투는 사람들보다 그 틈에 낀 평범한 사람들이 더 지쳐간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부든 친구든, “내가 옳아”만 외치다 보면
어느새 관계는 균열을 넘어 붕괴로 치닫는다.
결국 필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다름을 받아들이는 여유,
그리고 조금의 유연함 아닐까.
겨울 끝에 봄이 오듯,
이 답답한 시절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봄비처럼 조용히, 천천히 스며드는 변화가 오기를,
우리 삶 속에도 작은 유연함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2025년 4월 8일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