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각으로 21일 오전 5시. 항공권 발권을 모두 마치고 탑승구 앞에 앉았다.
어제 새벽 갑작스러운 항공 지연 소식에 너무 놀랐는데 호스트가족들이 거의 다 해결해 주셨다. 캐나다 올 때는 꼭 캐나다 전화번호를 잊지 말자! 긴급 상황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소란이 한바탕 지나가고 다시 자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몸과 정신이 놀랐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버스에 올라타자 몸이 노곤해졌다.
친구가 꼭 가보라고 했던 브런치 카페에 왔다. 밴쿠버에도 지점이 있는 곳, 돼지고기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두툼하고 쫀득한 삼겹살이 맛있었다. 하지만 해쉬브라운이 짰다. 쌈과 쌈장과 흰밥과 김치가 그리운 맛이다.
마침 화요일이라 영화를 보러 왔다. 화요일에는 9천 원, 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원작 햄넷을 봤는데 몸이 노곤해서 초반부에 졸았다. 그리고 아직 영어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를 대강 공부하고 가서 다행이었다.
영화에서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다르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원작에서는 복수로 점철된 삶에 대한 환멸과 죽음의 공포 사이의 철학적인 갈등이라면, 영화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삶의 의미가 사라진 감정적인 고통을 다룬다.
그래서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워 취향은 아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해서 봤다.
영화를 보고 마지막 나의 최애 크러스트베이커리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도서관으로 갔다. Why Classical Music Stull Matters 라는 책이 지난번부터 눈에 밟혔었다. 왜 클래식 음악이 여전히 중요한가,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가득할 것 같았지만 어떤 논리를 펼지 궁금했다.
첫 챕터를 다 못 읽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다른 음악과 비교하며 클래식음악을 찬양하는 문장에서 멈칫하긴 했지만, 음악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통해 음악을 묘사하고 연결하려는 시도는 가치가 있다는 말이 공감되었다.
We can never know what it almost says, but we can harmonize our words with its sounds in ways worth hearing.
아침 소란의 감사인사로 초콜릿을 사서 집으로 왔다. 타미는 몸이 많이 크고 당뇨가 있는데, 단 걸 너무 좋아한다. 한 번에 초콜릿 하나씩만 먹으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3개를 먹어버린 후였다.
마지막 식사는 핫도그와 얌 프라이, 진저비어이다. 얌은 오븐에 구워 담백하고 조금 덜 단 고구마 같다.
오늘 새벽 떠나기 전에 집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많이 어지럽지만 그리울 것 같은 타미의 집. 루시는 첫날에 나를 보고 그렇게 짖었는데 이제는 나에게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릭이 공항까지 태워줬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서 행복하다. 밴쿠버행 비행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무사히 집으로 잘 돌아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