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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찬 Feb 13. 2024

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47

이렇게 아름다운 카페트라니!!

<The Unicorn in Captivity, 1495-1505>

- 작자 미상


미술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종종 관련 책을 본다. 오늘은 Iain Zaczek란 분이 쓴 <A Chronology of Art>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빠르게 휘리릭 넘기다가 아는 그림이 나오면 그 부분을 읽어보는 식으로 보고 있었다. 


Iain Zaczek <A Chronology of Art> 중.

페이지를 쭉 넘기다가 1480-1500년 챕터에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나왔다. 아는 작품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던 차에..앗, 오른쪽에 낯익은 작품이 보였다. 유니콘 한 마리가 울타리에 갇혀 있는 작품. 이거 예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분관인 Cloisters에서 본 거였다!!


<The Unicorn in Captivity>. The Cloisters.

8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일단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이즈(368*251.5cm)에 놀랐다. 그리고 회화가 아니라 카페트 같은 것에 그려넣은 작품이라는 데에 더 놀랐다. 이런 작품을 태피스트리(Tapestry)라고 부른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정원 한가운데에 작은 울타리가 있고, 그 안에 유니콘 한 마리가 나무에 목줄로 묶인 채 갇혀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다양한 꽃들과 나무, 그리고 유니콘이 화려하고 예뻤다. 또 정원의 꽃들 사이에 유니콘의 하얀색이 대비되어 눈에 확 띄었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있는 7개의 태피스트리 연작 중 내용상 제일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앞선 작품들을 스토리 전개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메트로폴리탄 Cloisters 홈피에서 다운로드).


1. The Hunters Enter the Woods, 숲으로 들어가는 사냥꾼들(좌)

2. The Unicorn Purifies Water, 샘물을 정화하는 유니콘(중)

3. The Uncorn Crosses a Stream, 개울을 건너 도망가는 유니콘(우)


4. The Unicorn Defends Himself, 사냥꾼들에 대항하는 유니콘(좌)

5. The Mystic Capture of the Unicorn, 유니콘의 신비스런 포획(중)

6. The Hunters Return to the Castle, 성으로 돌아가는 사냥꾼들(우)


그러니까 유니콘 잡으러 사냥꾼들이 숲으로 갔고, 저항하며 도망가는 유니콘을 결국 잡아 성으로 돌아와서, 울타리 안에 가둬 놓았다는 내용이다. 미술관 설명에 따르면, 그림 속 만발한 꽃들과 나무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이 작품은 결혼 축하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림 세 귀퉁이에 알파벳 A와 E를 거꾸로 한 듯한 글씨가 있는데 이것이 신랑과 신부의 이름 이니셜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 유니콘이 예수님을 상징한다는 견해도 있다. 유니콘이 사냥꾼들에게 쫓기다가 결국 잡힌 것은 예수님이 탄압을 받다가 결국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을 뜻하고, 갇혀 있지만 언제든 낮은 울타리를 넘어갈 수 있는 건 부활을 상징한다고 한다. 예술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인정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씨줄과 날줄을 엮어 만든 태피스트리 작품이라는 게 특히 대단했다. <A Chronology of Art>에 따르면, 중세 후반~르네상스 시기에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태피스트리 생산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태피스트리 만드는 과정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6, 양정무>에 보면 태피스트리 만드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제작공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릴만 하다. 주로 모직과 비단 위에 반짝이는 은사와 금사로 작업했다고 한다. 7개의 연작을 완성하는데 약 10년이 걸렸으니 1개당 거의 1.5년이 걸린 셈이다. 


이 책에 따르면 태피스트리는 주로 왕족이나 귀족, 교회의 주문으로 제작되었고 거대한 성이나 성당에 주로 걸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사이즈가 커서 개인 집에는 걸어 둘만한 공간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The Unicorn Tapestries 연작도 아마 플랑드르 지방의 어느 고위층이나 교회가 주문했을 것이다. 


The Unicorn Tapestries 연작은 스토리 구성(일반적 의미+종교적 상징)도 탁월하고 작업도 매우 정교하다. 울타리 주변의 100가지가 넘는 꽃들과 나무는 식물도감으로 써도 될 정도다. 유명 미술사 책에 당당히 한 컷 등장하는 걸 보면 전문가들도 이 작품을 당시 예술품 중 거의 탑급으로 판단하나 보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인지 그 때는 몰랐다. 


이제 미술관에서 태피스트리 작품을 보면 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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