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4

인생 막 살지 마라. 애들이 보고 배운다.

by 일상예찬

<As the old sing, so pipe the young, 1668-1770>
- Jan Steen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Mauritshuis 미술관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Golden Age)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 중 배우 박신혜님을 닮은 베르메르(Vermeer)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대표선수이지만 다른 대작들도 많이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 하면 손흥민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다른 훌륭한 선수들도 많이 있듯이.


얀스틴.jpg Mauritshuis museum에서 원본 촬영.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한 잔 더 따라봐!", "옳지 옳지" 하는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음성지원 되는 것 같다. 어린 아기가 자고 있는데 엄마로 보이는 여인은 윗도리 앞섶을 풀어헤친 채 몸을 한껏 뒤로 젖히고 술을 한 잔 받고 있다. 여인 왼쪽 옆 할아버지는 표정이 이미 만취상태다. 눈이 풀려 있다.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뭔가를 읽고 있다. 오른쪽엔 아마 아빠인 듯한 아저씨가 남자 아이에게 파이프 담배를 가르쳐 주면서 호탕하게 웃고 있다. 전체적으로 흥겹고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왠지 좀 과하다. 은근 막장가족 같다. 이런 작품을 왜 그렸을까. 시대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도덕적인 선은 있었을텐데.

그림 옆 설명을 읽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얀 스텐(Jan Steen)이란 화가의 작품이다. 할머니가 읽고 있는 글은 영어로 번역하면 "As the old sing, so pipe the young"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어른들은 노래하고 아이들은 담배를 피운다'란 뜻으로, 어른들이 하는 거 애들이 다 따라 배운다는 말이란다. 아하, 엄마는 애가 자거나 말거나 술에 탐닉해 있고 아빠는 애들에게 담배를 가르쳐 주는 게 좋다는 게 아니구나! 반대로 그렇게 살지 말라는 교훈적인 그림이었네. 그럼 그렇지. 지금보다 교육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수백년 전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막 살지는 않았겠지. 간단한 설명을 보고 나니 이해도가 급상승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나중에 기념품숍에 있는 책에서 이 작품 내용을 읽어보고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이 파티는 유모에게 안겨 자고 있는 아기가 세례 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자리였던 것 같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미 취해서 손녀의 세례식 모자를 쓰고 있는 거라고(거나하게 취해서 노래방에서 머리에 넥타이 두르고 있던 부장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림 왼쪽에 있는 앵무새는 어른들이 이 모양 이 꼴로 살면 아이들이 다 따라한다는 경고로 그려 넣은 것이라 한다. 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흥미로운 작품 해석과 별개로 표현의 정교함에 또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세밀하게 잘 그렸을까. 복실복실한 강아지 털, 엄마가 밟고 있는 난로,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병, 각 인물들의 살아있는 표정들..그림이 아니라 사진을 찍어놓은 듯 하다. 당시 세계 미술계를 선도하던 이탈리아 화가들도 북유럽 화가들의 정교한 솜씨는 인정했다고 한 게 맞는 말 같다. 우리 같은 초심자들은 피카소나 잭슨폴록의 작품은 어렵기만 하다. 솔직히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와닿지 않는다. 이렇게 사진 찍어놓은 것처럼 똑같이 그려야 잘 그린 그림같다.

내용을 파고 들면 새겨 들을 만한 의미들이 많지만, 일단 관람객에게 재미와 큰 웃음을 선사해줬다는 자체로 Jan Steen의 그림은 호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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