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3

플랑드르판 <전원일기>.

by 일상예찬

<농부의 결혼식, Peasant Wedding, 1568>
- Pieter Bruegel the Elder


가끔 언론에서 결혼식 축의금 관련한 개인간 분쟁(?) 기사를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예식장 밥 값이 얼마인데 축의금을 적게 했네, 겨우 ㅇ만원 내고 애들까지 데리고 와서 밥을 먹었네..어쩌구 저쩌구. 예전에 이모나 삼촌들 결혼식때 국수 한 그릇으로도 충분히 잔치가 되던 걸 보고 자란 50대들은 이런 이야기들이 생경하고 씁쓸하다. 소중한 시간내서 결혼식에 와 준 지인들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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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결혼식>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원본 촬영.

빈 미술사 박물관에 갔을 때 약 450년 전 플랑드르 지방의 결혼식 피로연 그림을 봤다. 제목이 <농부의 결혼식>이라고 한다. 앞서 포스팅한 <아이들의 놀이>를 그린 피터 브뢰헬(Pieter Bruegel)의 작품이다. 시골 헛간 길다란 식탁 앞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장정 두 명이 파이인지 케익인지 음식들을 널빤지로 운반하고 있고 빨간 모자를 쓴 어떤 사람이 하나씩 집어서 테이블에 전달하고 있다. 축가를 연주하는 사람도 배가 고픈지 음식에 눈길을 주고 있다. 맨 앞에 앉아 있는 아이는 어른들이 잔치를 하거나 말거나 관심없고 일단 배를 채우기 바쁘다. 수백년 전 유럽에서도 가난한 아이들은 찬스가 생겼을 때 뭐든 하나라도 더 얻어 먹는 게 우선이었을테니. 아이 옆에는 하객들이 마실 술을 빈 통에 붓는 남자도 보인다. 자세히 보니 저 뒤 녹색 휘장 앞에 어떤 여인이 앉아 있다. 제목이 결혼식이라니 저 여인이 신부겠지. 당시 이 지역의 풍습은 모르겠지만 신부는 홀로 앉혀 두고 하객들만 음식 먹는데 열중하고 있다. 왼쪽 헛간 출입문에는 들어오지 못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우리나라 결혼식 부페식당에 빈 자리가 없어 식권 한 장씩 들고 밖에 줄 서 있는 하객들 같다. 사람 사는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다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놀이> 처럼 피터 브뢰헬은 16세기 당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특별한 지식 없어도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참고로 최고 고수의 설명을 찾아본다. 서양미술사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이 작품을 브뢰헬이 그린 인간 희극들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 극찬하고 있다. 나아가 '넘치는 기지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묘사된 이처럼 많은 일화들보다 더 감탄스러운 것은 브뢰헬이 비좁다거나 번잡스러운 인상이 전혀 들지 않게 그림을 구성하고 있다..(중략)..식탁은 원근법에 의해 뒤로 후퇴하고 있고, 인물들의 움직임은 헛간 입구의 군중들로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나르는 두 사람을 거쳐 음식을 상 위에 옮겨놓는 사람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흐뭇한 표정의 신부에게로 향하게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이 약간 어렵지만 초심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성이니 원근법이니 하는 전문용어를 작품과 관련해서 설명해 주니 이해 수준이 업그레이드 된 거 같다.

이 작품을 통해 화가가 표현하고픈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진 건 없다고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뭐든 엮어서 나름의 논리로 작품 설명을 하겠지만, 사실 화가 본인이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한 전부 '설'에 불과하다. 일반 감상자는 그런 견해들을 참고는 할지언정 무작정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어려운 이야기에 주눅들 필요는 더더욱 없고.

동네 처녀총각 결혼식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먹고 마시는 정겨운 모습이 마치 16세기 플랑드르판 <전원일기>를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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