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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찬 May 08. 2024

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72

처음으로 빛의 효과(Lighting Effect)를 시도한 작품

<Annunciation to the Shepherds, 1332-1338>

- Taddeo Gaddi


요전에 소개했던 책 <Art Firsts - The Story of Art in 30 Pioneering Works>를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는다. 너댓 페이지 읽으면서 이미 아는 한줌의 지식을 확인하기도 하고, 몰랐던 걸 새로 알게 되기도 한다. 오늘은 미술사에서 'First Lighting Effect'를 시도한 작품과 그 뒤를 잇는 계보를 소개한다. 오늘 포스팅도 책 내용 요약이 80%쯤 된다. 


Taddeo Gaddi <Annunciation to the Shepherds>. <Art Firsts> 도판 p.69

피렌체의 한 교회에 있는 프레스코화라고 한다. 이걸 그린 사람은 Taddeo Gaddi(이하 가디)라는 14세기 화가로, 'First Loving Kiss'를 그린 Giotto di Bondone의 수제자이다. 이 작품은 누가복음(2:8-9) 내용으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고 구유에 뉘었을 때 들판에서 목자들에게 벌어진 사건이다.  목자들이 양을 지키고 있을 때 갑자기 천사가 그들 가운데 나타나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 순간이다.


이 작품 이전에도 어두운 하늘을 그린 그림들은 있었지만, 빛이 어둠을 밝히는 순간을 캡처하고자 시도한 화가는 가디가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인 시도였을 것이다. 화가가 빛의 효과에 대한 일관성있는 인식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바닥에 있는 개와 양을 보면 몸통 중에서 빛이 떨어지는 윗부분만 밝게 표현했다.


Masaccio and Masolino <The Raising of Tabitha and the Healing of a Cripple>. <Art Firsts> 도판 p. 75

다만 아쉬운 점은, 가디가 나무와 바위의 그늘은 표현했는데 그림자는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림자는 약 100년 후 Masaccio and Masolino의 <The Raising of Tabitha and the Healing of a Cripple>에서 처음 등장한다. 물론 이 때도 그림자가 자연스럽지는 않다.


Geertgen tot Sint Jans <The Nativity at Night>. <Art Firsts> 도판 p.71

가디가 어설프게나마 처음 도입한 빛의 효과는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15세기 말에 가서야 화끈하게(?) 그려진 작품이 등장했다. 플랑드르 화가인 Hugo van der Goes가 그린 <The Nativity at Night>가 그것이다. 아쉽게도 원본은 남아있지 않지만 또 다른 플랑드르 화가인 Geertgen tot Sint Jans가 모사한 작품이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선 빛의 효과가 엄청나다. 일단 예수님 스스로가 발광체가 되신 듯 한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고 있다. 성모와 구유 옆 천사들 얼굴에서도 빛이 비치고 있다. 창밖 들판에 있는 목자들에게 예수 탄생을 알려주는 천사도 밝은 빛을 비치고 있으며, 모닥불도 또 하나의 광원 역할을 하고 있다. 발광체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그림 구석구석에 있다. 초견에는 잘 안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마리아 뒤에 있는 요셉과 구유 옆에 있는 소가 보인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좀 더 밝게 그렸겠지만 워낙 빛을 강하게 발하는 사람들 옆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어둡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Caravaggio <The Calling of St Matthew>. <Art Firsts> 도판 p.72

드디어 우리가 아는 명암법의 대왕 카라바조가 나왔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 하면 군대 관등성명 대듯 바로 튀어나오는 이름이다. 이 그림은 예수님이 가버나움에서 세리(稅吏) 마태에게 "와서 내 제자가 되어라"라고 하셨을 때 마태가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장면이다(마태 9:9).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얼굴은 어둡게 하고 마태를 가리키는 예수님의 손을 밝게 강조하고 있다. 또 오른쪽에서 사선으로 비치는 빛을 통해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마태의 표정과 몸짓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있다.


Olafur Eliasson <The Weather Project>. <Art Firsts> 도판 p.73

오늘날엔 기술 발전에 따라 빛의 효과를 더 직접적이고 역동적으로 탐구하게 되었다.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거울에 비친 커다란 램프를 통해 태양과도 같은 거대한 오렌지색 빛을 만들어냈다. 안개효과를 넣어 대낮에 희미하게 구름이 낀 것같은 효과를 연출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빛의 효과를 이용한 게 아니라 빛 자체가 주제라고 볼 수 있다. 


한 챕터 또 읽었다. 아는 게 하나 더 늘었다. 보람찬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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