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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기

어른의 글쓰기 :(1주 차) 스투키를 사고 지하철 빌런을 만나다

by 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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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일 퇴근길, 고민하고 있던 업무가 해소되고 월급날이라 기념으로 9호선 꽃집에 있는 스투키를 샀다. 공기정화도 되고 기분전환,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손님 기분 내는 겸 해서 하나 샀다. 인파는 많지만 비닐봉지를 잘 담아주셔서 안전하게 들고 탔다. 그런데 9호선에 어떤 아저씨가 술에 잔뜩 취한 채 눈을 감고 고함을 질렀다.

그냥 평소 같아도 있겠거니 하고 무시한 채 이어폰을 꼈는데 나를 바로 눈을 기슴치레 쳐다보더니 막 언성을 높였다.


불안정하게 서있어서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부 축이는 상황이긴 하였다. 나는 재빨리 자리 빈 의자를 찾아 앉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마지막에 쿵! 하고 지하철 바닥에 쓰러졌다. 의식은 있지만 낮술기운이 강해서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용감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의자에 앉는 걸 도와주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주사에 나의 마음도 쿵! 하고 있었다. 정말 다행 슬래도 가양역에 9호선 급행을 환승하는 기회가 있었다. 재빨리 갈아타고 김포공항 역 공항철도로 집으로 갔다. 무사히 스투키도 집에 도착을 했다.


그다음 날엔 빌런 2를 만났다. 빌런 2는 공항철도 출근 지하철이었는데 2분 이서 고래고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잔인한 폭언을 서로 하고 앉아서 청라국제도시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계속 티키타카를 나누었다. 이어폰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무시를 하고 다른 칸 열차를 이동해보려 했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타서 이동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어제 처리한 업무가 마음 한 구석 잘 처리되었는지 불안한 감정이 생긴 채 있었는데 마침 이 상황을 마주하니까 감정이 더 고조되었나 싶었다. 김포공항역에 내리자마자 옆에 서있던 공항철도 보안요원에게 전달하고 재빨리 당산역으로 갔다. 회사역에 내리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 나왔다. 눈물까지 흘린 감정은 아니었는데 왜 이런 감정이 나올까 어이없었다. 직장동료도 위로해 주었지만 이 글을 쓰니 겨우 진정되었다. 이런 사건 이후 이번 일주일 동안 집에 오면 스투키에게 마음속의 말을 건넸다. 남편은 위로해 주었지만 스투키가 위로해 주는 감정도 많이 가져다준다.


스투키는 제2의 남편이다.


#지하철빌런을 발견하면 재빨리 콜센터 전화를 하래요!

#재빨리 다른 칸으로 이동하래요!

#스투키

#용감한 시민분들 감사합니다.

#9호 질서도우미 할아버지,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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