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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May 08. 2022

브런치 작가가 뭐야? 아점 작가?

나만의 해방일기 8일 차




일하던 중에 잠시 메일을 확인해 보니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신청 후 이틀 만에 이뤄졌다. 생각보다 빠른 결과 소식에 엄청나게 기쁜데 누구에게 말할 사람이 없다. 내 주변에는 브런치 작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글을 쓰는 일에 그리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퇴근 후 막내딸에게

"엄마 브런치 작가 됐어." 하고 말했더니

"브런치 작가가 모야? 아점 먹는 작가 모임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순간



나는 글을 왜 쓰는 걸까? 언제부터 쓰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1. 일기 쓰기

글이라고는 일기 쓰기가 전부였다. 학교에서 숙제 내주는 그림일기에 그림과 깍둑 네모칸에 몇 자 끄적이는 것이 전부였다. 원고지를 사용하여 독후감 숙제도 내주었지만 한 번도 글쓰기에 대한 수상을 받은 적이 없기에 나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 다이어리를 쓰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그날 왜 슬펐는지, 왜 마음이 아팠는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들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2. 영화 리뷰 쓰기

한 10여 년 전쯤에 원빈이 나오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그때 느낀 김혜자의 춤사위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이 화면 곳곳에 던져놓은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을 보고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영화 리뷰한 편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내 글에 수많은 '좋아요', '엄지 척'을 보며 왠지 모를 자부심과 희열을 느꼈다. 그 뒤 종종 나를 감동시킨 영화 리뷰를 썼다. 내 개인 홈페이지가 없어서 그냥 개인 소장용에 그쳤다. 단지 가슴속에 맴도는 여운이 기억조차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쉬워 글로 감정을 잡아두었다.



3. 독서감상문 쓰기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새 책에서 나는 특유의 인쇄 냄새가 좋았다. 동화책 속의 그림들이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여 어떤 지식을 알아가는 세상이 나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기억력의 한계가 느껴지자 읽은 책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글로 남기기로 했다. 집중적으로 작정하고 몰입해 읽기 시작할 때는 한 달에 열 권 이상 읽을 때도 있었다.



4. 블로그 글쓰기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왠지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원 맨 쇼하는 느낌이라 주저주저했다. 난 단지 내 이야기를 할 줄 밖에 모르는데 누가 나의 이야기에 관심 있게 들어줄지 몰랐다. 한편으론 내 글에 관심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부끄럼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이들에게 내 글을 내보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관심을 즐기는 이는 나르시시즘에 자기애가 강한 연예인들이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쓰고자 하는 욕구는 그런 부담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이겼다. 뭔가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나만의 독창성이 사라져 버리는 아쉬움이 민망함과 귀찮음을 이긴 것이다. 내 안의 감정은 이미 나만 만족시키기에는 넘쳐 흘러 바깥으로 손을 뻗고 공유하고 싶어졌다.



5. 책 쓰고 출간하기

공부 잘하고 착하고 모범생이던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를 자퇴하였다. 누구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육아와 교육에 관심과 정성을 들였던 나에게는 충격 이상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영재성을 보인 아이가 나로 인해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으고 수집하여 아이의 성장을 도왔다. 사회적 단절녀로 나의 경력과 엄마의 역할을 맞바꾸며 아이가 이룬 이력이 나의 보람이었었다. 아이는 획일적 교육제도에 생각 없이 순응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며 과감히 자퇴를 선언했다. 패닉 상태처럼 멘붕이 된 나는 갈피를 못 찾고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의 의미를 서서히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글로 쓰고 내 생애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6. 브런치 작가 되기

이제 나는 글을 생활화하는 작가가 되었다. 직업이 되어 돈을 버는 작가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보다 나 자신을 표현하고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잘난 것 없는 내가 그럼에도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고 있다. 글을 쓰면서 말이다.

현실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진중한 대화자를 찾기보다 글로써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나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나 보다. 나를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나만의 해방일기의 모티브가 된 <나의 해방 일지>의 김지원이 "나를 추앙하라"라고 외치듯이 내 안에 자존감을 채우고 싶었나 보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원 없이 표현하다 보니 글은 누구보다 나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꼭꼭 숨겨둔 마음을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되었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공간에 갇혀 있다. 그 안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며 산다. 그래서 외롭다. 혼자서 그 외로움을 즐길 수도 있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삶의 재미이고 행복이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 불확실하고 미지의 바깥세상에 조금 마음의 틈을 내어보자.



나와 같은 사람을 찾기 위해서.

연결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기 위해서

나를 나로 인정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세상 소통을 도전한다.

난 살아있다.






오늘의 객주가 되는 공부




처음 의욕과 다르게 인강 공부가 쉽지 않다. 일단 공인중개사 공부에 대한 일기를 180일 동안 기록하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올리는 내 글에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정신이 자꾸 빼앗긴다. 내게 주문을 외워본다.



공부하는 자는 수도승이 되어야 한다.

세속에 관심사를 끊어라.

마음을 좋게 타이르고 있다.



부동산 세법 강의를 해주시는 강사님이 꽤 감성적인 수업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 한 편을 읽어주신다. 좀 졸릴만한 내용의 수업을 연이어하다가 토끼와 거북이 고전 옛날이야기를 해준다. 나도 가르치는 입장이기에 학생들에게 환기 전환시킬 다양한 방법을 쓰곤 한다. 선생님의 어색한 농담도 학생들의 노곤한 피로를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프로의 모습으로 멋지게 보인다.



급박하게 마음을 내고 어느 정도 자리 잡는 시기인 일주일이 지나니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온다. 공부가 집중되지 않는다. 내용은 알아듣겠는데 체력이 문제인 것 같다. 저녁 퇴근 후 수업 들을 여력이 없다. 잠을 자고 피곤감을 좀 없애야겠다.


공부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6개월 동안 적절하게 페이스 조절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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