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원을 나오고 국제중을 다니고 강남 8 학군 고등학교에서 학급회장도 했던 모범생이던 아이가 선택한 행보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그 폭풍의 시간 때문에 내 인생에 궤도는 크게 바뀌었다. 누구보다 자녀교육에 진심으로 아이와 소통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던 내게 삶을 송두리째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엄마라면 자녀의 성장을 헌신적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기쁨과 환희를 느꼈다. 세상을 경험하는 아이 옆에 누구 엄마라는 닉네임으로 함께 살아갔었다. 아이의 선택이 내가 생각한 미래와 다르게 진행되었을 때 깨달았다.
나의 삶과 아이의 삶은 다르다는 것을.
아이의 독자적 선택을 인정했다.
아이와 나는 내 인생의 궤도에 아이들의 유년 시절이 함께 공유된 인연의 시간을 보내온 것이었다.
시절 인연으로 만났으니 또 각자의 인생 궤도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어제 그 자퇴한 아이는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
벌써 번듯한 사회 직장인이 된 지 6개월이 넘었다. 대학생활도 병행하는 중이라 내년에 졸업예정이다.
직장과 전공 모두 본인이 원하던 일들을 찾았다.
자퇴 이후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적으로도 독립하였다.
오히려 내게 용돈을 준다. 자신의 인생 궤도를 즐기며 신나는 20대를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