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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May 16. 2022

정전된 도시에서 살아간다면

나만의 해방일기 16일 차


태초에 빛이 있었다






이성이 빛에 의해 생성되었다면

본성은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것일까?



정오가 좀 지난 시간 나의 학원이 있는 상가건물로 출근을 한다. 1층 김밥 분식집이 불을 끄고 영업을 하고 있다. 안에 손님도 있는데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의 학원으로 올라갔다. 디지털키로 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렸는데 불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창가 쪽 교실은 다행히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환했지만 복도 쪽 교실은 그야말로 코앞도 안 보이는 암흑이었다.

카운터 컴퓨터도, 정수기도, 프린터도  죄다 전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건물 전체가 모두 전원이 꺼진 상태는 아니었다. 복도 통로를 기준으로 반대편은 불이 들어오고 우리 학원 쪽 라인만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지역 전체가 정전이 아닌 부분 정전인 걸로 보아 상가건물 내 발전기가 문제인 듯 보였다.


학생들이 30분 뒤 올 텐데 난감했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공부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오늘 휴강을 해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상가 관리 쪽에 문의해 보니 발전기를 교체해야 돼서 시간이 좀 걸린다는 말이었다. 언제쯤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확답은 없었다. 교체부품이 늦게 도착하면 내일이나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막연한 대답뿐이었다.



도시가 정전이 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누리는 전기에너지는 우리 생활에 필수불가결이다. 거의 모든 제품이 전기를 사용한다.  인류는 에너지를 만들어 어두운 밤도 대낮처럼 밝혔다. 단순 조명이나 전기제품 만이 아니라 방범 시스템들도 전기를 사용한다. 


어둠이 덮인 도시는 무법천지가 된다. 미국 내에서 정전이 발생할 때 대형마트의 물건들을 훔쳐 가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봤었다. 선량한 일반인들이 노상강도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영화화된 소설에서는 갑자기 도시에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된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조명이 필요 없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도 없다.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고 도덕성이 떨어져 폭력과 야생만 남았다. 살아남기 위해 거칠어진 세상과 싸워야 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사물을 인지하고 나와 타인을 구별해준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좀 더 이성적으로 생활하고 도덕적인 마음을 갖는다. 어둠에 갇힌 세상은 좀 더 야생에 가까운 본성이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내가 한 일을 타인이 보지 못하니 규제받던 행동들의 결계를 풀기 시작한다. 범죄와 악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순화하고 질서와 안전을 준다.




빛이 이성적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건물을 만들고 도시를 만든다.

어둠을 밝히고 밤도 낮처럼 24시간 돌아간다.




땅 위에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 문명세계를 만들었지만 정전된 도시는 무섭다. 

무력하다. 

건물은 단순히 벽을 세운 장애물 밖에 되지 않는다. 




에너지는 그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람들이 피처럼 건물 안팎을 돌며 순환을 시킨다. 

도시는 거대한 생명체가 된다. 



이성적으로 빛을 내는

살아있는 도시에서 

도시의 뼈와 살이 되는 땅과 건물을 공부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기본기를 다져야 제대로 된 수행이겠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비이상적인 곳에서도 

아무도 안 보는 어둠에서도

나는 중얼거리며 공부한다. 

부동산 경제론, 시장론, 정책론, 투자론, 금융론, 개발 관리론, 감정평가론...










깜빡깜빡 빛이 눈앞에서 껌뻑거리더니 환하게 들어왔다.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온다.

이전의 정전사태는 전혀 없었던 일인 듯 평소와 같이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어졌다.




나 혼자만이 거대한 상상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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