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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May 26. 2022

힘들다고 투덜대는 아이에게

나만의 해방일기 26일 차


힘들다. 
지친다. 
하기 싫다.





가끔 힘이 쫙 빠진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온다.

수업 전에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실컷 뛰어놀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들어오거나 아니면 기분이 나빠져서 수업에 들어올 때 아이들은 무기력 상태에 들어간다. 수업에 집중하기는커녕 졸거나 멍하거나 딴짓을 한다.


학생들을 뭐라고 나무랄 수가 없다.

지금 내가 그렇다.

힘들다.

지친다.

멍하니 무기력한 마음에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인강을 못 듣고 우선멈춤을 눌렀다.



인강을 하루에 4~5강 이상을 들어야 하는데 어제도 오늘도 1강을 겨우겨우 들었다.강의 하나의 시간이 보통 60분 분량이다. 민법 강의는 80분이 넘는다.1.6배속으로 듣다가 2.0배속으로 듣다가 지금은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져 그냥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채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다.


정신을 차리려고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

욕실 거울을 올려다보니 다크서클이 퀭하니 내려왔다.


아...


정말 피곤한가 보다.



좀 천천히 가도 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늘 나를 다그칠까?

20대에도 그랬고 30대에도 그랬다.

목표를 세우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결과가 빨리 나와야 편히 쉬었다.

결혼해서 시댁에 제사 음식을 만들 때도 

엉덩이 한번 바닥에 붙이지 않고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었다.

손가락이 물에 불어 퉁퉁 부었고

등과 어깨가 뻐근하게 아파질 정도로 일했다.


같은 일, 같은  시간이 주어지면 다른 사람들보다 일처리가 빨랐다.

손이 빠르거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다.

나는 쉬지 않는다. 

화장실도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은 번아웃이 온다.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바닥이 되면 더 이상 몰입했던 그 일을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다.

번아웃이 오기 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성과 있는 결과물들이 나왔다.


이번엔 6개월 180일간의 계획된 일이다.

한 달이 지났는데 벌써 에너지를 소모하면 큰일이다.

방전이 되지 않게 나를 달래보지만

머리가 멍하다.


단순히 어려운 공부만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쓰는 글쓰기로 뇌에 들어있는 것들을 다 쥐어 짜내고

겨우겨우 맞춤법 탈고를 하고 하루 마무리를 한다.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다음날 새벽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선다.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아이가 힘들다고 짜증 부린다.

<인사이드 아웃>의 까칠이가 바로 내 내면의 중심 감정이다.

완벽을 추구하고 자신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죽어도 안 한다.

일단 하나에 빠지면 미친 듯이 몰입하는 아이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대충 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투덜이를 잘 다독이며 끝까지 잘 끝낼 수 있을까?




투덜거리는 아이를 다루는 법




심리 상담 시간에 자주 다루는 주제이다.

첫 번째 단계 감정 수용하기

아이가 짜증을 부리거나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아이에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거나 해야 할 일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일단 마음에 가득 찬 그 감정을 인정해 주고 포용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짜증 날 때에는 상황을 들어보고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준다.

나의 까칠이 내면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보자. 투덜거리는 마음을 이해해 주자.

그래 정말 힘들었겠다.

하루 24시간은 누구나 똑같은데 너는 시간을 몇 등분으로 잘게 쪼개서

그 많은 일들을 매일매일 하느라 정말 수고했어.

한 달 동안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잘 해온 것 너무나 대단해.

잘 했어. 그렇게 힘들어하는 건 당연해. 

지치는 게 당연하니까 쉬고 싶고 자고 싶은 게 당연하지.

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충분히 애썼네.

두 번째 단계 왜 괴로운지 문제의 이유 찾기

그렇게 힘들면 안 해도 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난 똑같은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면서 같은 갈등으로 반복적으로 감정 소모가 되는 것이 싫다.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도 찾고 싶고 나를 좀 더 단련해 원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내 삶의 일정한 루틴이 장착되는 과정에서 오는 저항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이유는 마음의 여유가 없이 조급했다.

체력도 같이 분배를 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 괴로움과 즐거움은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지금의 체력적 고통이나 습관의 저항의 괴로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극복하게 된다.

극복하여 이루게 될 성과는 즐거움이 된다. 괴로움의 시간이 지나면 즐거움이 된다.

지금 편하고 즐거운 행동을 선택한다면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괴로움으로 나타난다.

괴로움은 즐거움을 낳고 즐거움이 괴로움을 낳는다. 둘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난 즐거움을 위해 지금의 괴로움을 선택했다.

참지 말고 이해하자. 오늘의 괴로움은 내일의 즐거움이다.

마음의 감정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내 뜻대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일단 잠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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