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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Jul 07. 2022

내 머리속 작은 아이의 정체

머리에서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속에 작은 아이가 자란다.

평상시 조용히 있다가 가끔 신경이 곤두설 때면 

혈관을 타고 쭈볏한 번개가 내리듯 찌르르 전기가 온다.

얼굴이 이마부터 눈두덩이를 타고 뺨으로 저릿하다.

난 이미 내 머릿속에 그 아이를 알고 있었다.

나의 두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엄마! 새들이 내 머리를 콕콕해!



어린 내가 할수 있는 최대의 표현이었다.

내 머리 속에는 닭장이 차곡차곡 쌓였다.

마음이 시끄러울때마다

천정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양쪽 네모난 닭장이 쌓여있고

일제히 닭들이 고개을 내밀고 부리를 들어 나를 쪼기 시작한다. 

콕콕콕콕

어떨 땐 리드믹컬하게

어떨 땐 쿵쾅쿵쾅 비트박스를

정신없이 때린다.

내 머리 속엔 닭들이 산다.

늘 함께온 두통이기에

견디고 버티다 두통약을 수시로 먹어야했고

답답한 가슴은 늘 체한듯 거북한 속을 달래야했다.



가끔 자신의 존재감을 날서게 증명하듯

내 행동을 제압하며 아무것도 못하게 위용을 떨치더니

어느 순간 내 기억을 야금야금 잡아먹었다.

서른 중반쯤 찾아간 병원에서는 못찾았던 두통의 원인을

엊그제 내 의식을 넉다운 시키고

CT 촬영에서 그 꼬리가 잡혔다.

정밀 검사를 하기위해

MRI를 찍었다.

커다란 자기공명장치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스폰지로 여유공간을 메우고 캡슐을 씌웠다.

누워있는 채로 그대로 원통안으로 내 머리를 맡겼다.

혹시나 모를 폐쇄공포증으로

두려움이 몰려오면 누르라고 손에 스위치도 쥐어줬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듣

지이잉지이잉지이잉

미리 양쪽 귀마개를 했는데도

굉음은 머리는 물론 몸천체로 진동을 주었다.

머리속을 차례로 음파가 훑고 지나간다.

섹션을 나눠 쏘기도하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왼쪽어깨가 움찔

왼쪽 무릎이 움찔 자동반사반응을 일으켰다.

30~40분 동안

머리속을 추적하는 장치는 정말 요란했다.

한바탕 레이저 광선총을 쏴대는

우주전쟁을 치르고 나온 기분이다.



아침 담당 의사의 회진 때

9시 보호자와 함께 진료상담실로 내려오라고 했다.

나의 머리속에 있는 아이의 정체를 알려줄 듯 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드디어 그 오래된 악동을 만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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