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저널 Jul 08. 2022

드라마틱한 삶의 각본엔 뇌종양 정도야 흔한 일이지

삶은 참 재미있다.

어쩜 이렇게 롤로코스트를 타고 굴곡이 많은지

새삼 변화와 변주에 놀라게한다.



작년 가을 두번째 자궁근종 수술을 했다.

3년전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다가 발견해서 수술을 했는데

재발되어 또 혹을 제거했다.

흔한 수술이고 수술 후 예후도 좋다지만

연거푸 두번이나 같은 수술을 하니 별로 좋지는 않았다.

처음 자궁근종수술은 병원 입원 후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실에 들어간 기억외 아무런 기억이 없이 끝났다.



두번째 자궁근종수술은 마취없이 부분마취로 

레이저로 혹을 제거하는 하이푸수술을 하게되었다.

혼자 씩씩하게 입원하고 수술 후 회복실에서

링거 3~4시간 맞으며 푹쉬다 퇴원하였다.




그리고 지금 작년 가을 수술한지 채 1년도 안되어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평소 건강하고 체력만땅인 나인데

최근들어 수술이 잦다.



이번엔 부인과가 아닌 신경외과진료이다.

응급실에 실려와 입원수속을 마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MRI 검사결과를 들었다.

나의 이쁜 뇌사진을 커다란 벽면에 영사기로 틀어져 있었다.

전문 담당 의사선생님의 병변 설명이 있었다.




가운데 희고 동그란 동전만한 종양이 보인다.



뇌. 종. 양.



뭔 삼류드라마에 나올법한 병명이다.

뇌종양이라니.....

의사선생님은 뇌종양의 종류는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는데

악성은 암으로 다른 곳에 전이가 되며 

생명에도 지장을 주지만 

나는 다행히 양성 종양이라고 한다.

종양만 떼어내면 말끔히 치료가 된다고 한다.

나의 충격은 겉으로 표현할 수도 없이

의사는 별일이 아니라는듯 가볍게 이야기했다.



양성 뇌종양의 치료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켜보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MRI촬영을 하며 크기가 커졌는지 변화가 있는지 예의주시하는 방법이다.

언제 시한폭탄이 터질지 관찰하는 것이기애 그닥 추천하지 않았다.



둘째는 방사선치료이다.

연세가 지긋하시고 수술 후유증을 견디기 힘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소견일 때는 

방사선으로 종양의 성장을 막는 방법이다.

적극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방어적인 수단이다.



셋째는 수술이다.

머리를 열고 직접 종양을 떼내는 방법이다.



의사선생님은 내게 세번째 방법을 추천하셨다.




어제 검사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는데

드디어 올것이 왔다.



나의 일상이 전면 스톱된다.

나의 수험 생활도

새로운 글로벌 메신저 수업도

심지어 전업인 학원 수업도 모두 올스톱이다.



수술은 대여섯시간이 걸친수술이고

수술직후 중환자실에서 하루 정도 경과를 본뒤에

열흘정도 병원에 입원치료를 한다고 말한다.

그뒤 적어도 두어달 정도는 요양을 하며 쉬어야한다고 한다.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해내려 애쓰다가

결국 하나도 못하는구나!

어이가 없는 실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일상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해방이 되었다.

나의 삶의 각본은 누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쓰는 것인지

황당하고 억울하고 어이없고 대책없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입원실로 돌아와 차분히 검색을 해보았다.

뇌는 수막이라는 얇은 막이 둘러쌓여

일종에 물위에 둥둥 떠있다.

그 수막에 종양이 생기는 것을 뇌수막종이라하고

대부분이 양성 뇌종양이라고한다.

나의 병명은 뇌수막종 양성 뇌종양이다!



뇌수막증의 증세는 보통 심각한 두통을 수반하는데

새벽 극심한 두통으로 깨어나거나 

진통제로도 좀처럼 진정 효과를 볼 수 없다.

종양이 뇌의 구조물을 눌러서 신경들의 이상이 생기는데

시신경이나 청각의 이상이 올 수도 있고

팔다리 사지마비나 얼굴 근육의 마비도 올 수 있다.

모두 나의 최근 증상과 일치했다.



보통 초기에 발견되기가 쉽지 않아 

뇌종양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위험한데 

나는 운이좋게도 일찍 발견한 것이다.

주말 쇼크로 응급실 실려온 것이 

오히려 나의 생명에 큰 도움을 준 것이란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

천천히 수술날짜를 잡자고 말한다.

느닷없는 선고이니 충분히 병에 대해 알아보고

다른 병원에 둘러볼 수도 있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결정할 시간의 여유를 주셨다.



일단 퇴원을 했다.

다음주에 수술날짜를 잡아 재입원해야한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니

무섭고 두렵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했다.



주말 응급실에 실려와 집안도 어수선하고

몸도 마음도 주변도 정리해야했다.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이 있다.

하나씩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다.

오늘은 학원에 가서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하고 모든 짐정리를 하고

학생들과 동료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눠야겠다.

다시 복귀가 가능할지 미지수로 남기고.




매거진의 이전글 내 머리속 작은 아이의 정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